현장스케치

창단 70주년 국립극단, 한강 원작 ‘채식주의자’ 등 새해 라인업 공개

작성일2019.12.18 조회수2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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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다가오는 새해 창단 70주년을 맞이해 다양한 공연사업을 선보인다. 70주년 기념 표어로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 국립극단 70‘를 내건 국립극단은 내년 한강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배삼식 작가의 ‘화전가’, 조광화 연출이 이끄는 ‘파우스트’ 등 총 17편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립극단의 새해 라인업에는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인기작과 해외 창작진과의 교류를 통해 무대에 오르는 신작, 청소년극 등이 두루 포진됐다. 상반기에는 창단 70주년을 기념해 과거 국립극단이 선보였던 고전 명작이 다수 무대에 오르며, 하반기에는 해외에서 주목받은 화제작과 국내 창작자들의 신작이 펼쳐진다. 고전의 재조명을 비롯해 노동, 여성, 성소수자 등 각 작품들이 다루는 주제도 다양하다.
 



■ 배삼식 작가 ‘화전가’, 퓰리처상 수상작 ‘스웨트(가제)’ 등 신작 5편
새해 첫 무대를 장식할 작품은 배삼식 작가의 신작 ‘화전가’다. 이성열 예술감독이 직접 연출할 이 무대에서는 전쟁 직전인 1950년, 위태로운 시기를 오직 서로에게 의지하여 살아갔던 여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다른 신작은 올해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한 미국의 극작가 린 노티지의 2017년 퓰리처상 수상작 '스웨트(가제)'(연출 안경모)로, 미국의 철강산업 도시를 배경으로 노동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국립극단의 창작희곡 상시 투고 제도 ‘희곡우체통’을 통해 2019년 선정된 '사랑의 변주곡(가제)'과 남인우 연출이 ‘굿’을 소재로 연출과 전통연희를 접목해 선보일 ‘우리연극 원형의 재발견’, 어린이청소년연구소의 새로운 청소년극 ‘상호(가제)’도 첫 무대를 앞두고 있다. 유혜율 작가의 ‘사랑의 변주곡’은 김수영 시인의 시를 빌어 삶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 이성열 예술감독

■ 한강 ‘채식주의자’ 세계 첫 무대로…해외교류 통해 펼쳐질 공연들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던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연출의 판 - 해외연출가전’의 일환으로 첫 무대에 오른다. 벨기에의 여성 연출가 셀마 알루이가 각색/연출을 맡은 이 공연은 내년 5월 서울 초연 후 이듬해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유럽 관객을 만난다. 같은 해 리에주극장에서는 배요섭 연출이 유럽 예술가들과 함께 선보이는 다원예술작품도 펼쳐진다.

해외초청작 ‘바냐 삼촌’과 ‘말괄량이 길들이기’도 준비되어 있다. 러시아 박탄고프극장의 '바냐 삼촌'은 연출가 리마스 투미나스의 파격적인 연출로 체홉의 원작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했다는 평을 받으며 2011년 황금마스크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며, 영국 로열셰익스피어극단(RSC)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기존의 성역할을 뒤집어 새로운 해석을 더한 연출로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신작이다.

국내외 창작진이 공동기획하는 작품으로는 ‘트루 유(가제)’가 있다. 독일의 비디오아티스트 겸 연출가 크리스 콘덱과 크리스티안 퀼이 ‘봄 Bo:m’ 과 함께 선보이는 렉처 퍼포먼스로, 다양한 디스플레이 장치와 라이브 영상 등을 통해 고대 중국의 쌀점부터 현대 스마트폰의 진실 탐지 어플리케이션까지 진실을 알려주는 기계들의 역사를 추적한다.
 



■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 인기 레퍼토리도 다시 무대에 
그간 국립극단이 선보였던 작품들 중 특히 많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던 작품들도 다시 무대로 돌아온다. 먼저 국립극단이 70주년을 준비하며 진행한 관객 설문조사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 1, 2위를 나란히 차지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과 ‘햄릿’이 공연된다. 기군상의 ‘조씨고아’를 원작으로 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고선웅이 각색/연출을 맡아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한 인기작이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바탕으로 정진새가 각색을, 부새롬이 연출을 맡아 따스하고 솔직한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국립극단 역사에서 세 명의 연출가에 의해 공연됐던 레퍼토리 '파우스트'는 새해 조광화 연출의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만들어진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임기를 마치고 무대로 돌아온 김성녀가 악마와 영혼을 담보로 거래하는 학자 파우스트로 분한다. 청소년극 중에서는 지난 5월 소극장 판에서 첫 무대에 올라 반향을 일으켰던 ‘영지’가 백성희장민호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다시 펼쳐지고, 지난 9월 개막 후 입소문을 타고 매진을 기록했던 ‘스카팽’도 빠르게 무대로 돌아온다.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 공모 당선작으로 초연되어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천승세 작가의 '만선'도 과거 국립극단 단원이었던 원로 배우들의 참여 아래 다시 공연된다. 국립극단은 이와 함께 과거 남산 국립극장 소속단체로 함께 활동했던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오페라단을 초청해 ‘국립예술단체 초청공연’을 펼치며, 2014년부터 선보여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의 11번째 시리즈 '동양극장 2020'도 선보인다.
 



▲ 2020년 국립극단 공연 라인업

국립극단은 이외에도 기존에 진행해온 ‘연출의 판’과 ‘희곡우체통 낭독회’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계속해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새해에는 작품 개발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신작개발 쇼케이스’를 신설해 독일에서 활동하며 베를린 연극제 작품상을 수상한 작가 박본의 신작과 한국 퀴어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박상영의 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낭독공연으로 선보인다.

금일(18일) 국립극단의 70주년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몇 년 연극계의 숙제는 블랙리스트 이슈로 인한 상처를 풀고 해결해나가는 것이었다. 국립극단 역시 그에 대한 성찰과 반성,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또 사회의 빠른 변화 속도에 비해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환경은 크게 향상되지 않아 낙후될 위험이 있다”고 연극계 현황을 짚은 이성열 예술감독은 “70주년을 맞이해 국립극단뿐 아니라 한국 연극계가 재도약할 수 있길 바란다. 그간 국공립단체에서 하기 힘들었던 일들로 영역을 조금씩 넓혀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배우 김예림, 이상홍


한편, 지난 2년 국립극단과 함께 해온 2018-2019 시즌단원의 임기가 올해로 끝나면서 내년에는 새로운 시즌단원들이 활동을 시작한다. 2020부터 2년간 활동을 이어갈 시즌단원은 강현우, 고애리, 권은혜, 김명기, 김보나, 김세환, 김예림, 문예주, 박소연, 박용우, 송석근, 이상홍, 이원준, 이유진 등 14명이다. 이들을 대표해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배우 이상홍은 “4수 끝에 국립극단의 시즌 단원이 됐다. 요즘 연습실에서 움직임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는데, 얼마 전 놀이터에 데려갔던 우리 아이들이 생각났다. 국립극단이라는 좋은 놀이터에서 2년 동안 신나게 놀아 보겠다”는 각오를 밝혔고, 김예림은 “그동안 공연을 하면서도 늘 차기작을 걱정했는데, 2년 동안 오롯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든든하고 설렌다”는 소감을 표했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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