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상실의 시대, 마음을 채워갈 수 있는 공연" 판타지 사극 뮤지컬 ‘금악’ 개막

작성일2021.08.20 조회수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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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궁중음악과 무용을 관장했던 ‘장악원’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사극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18일 경기아트 대극장에서 개막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예술감독:원일)의 창작뮤지컬 ‘금악:禁樂’이다. 개막에 앞서 언론에 공개된 작품의 주요 장면에서는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을 두루 버무린 음악과 금지된 악보를 뜻하는 ‘금악’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이목을 끌었다.

뮤지컬 ‘금악’은 지난해 경기도립국악단에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로 명칭을 변경하며 ‘시나위’ 정신을 담은 한국적 오케스트라를 선언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야심차게 선보이는 창작뮤지컬이다. 경기도무용단과 경기필하모닉, 경기도극단의 단원들도 참여해 힘을 더했다.
 



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음악감독을 역임한 원일 예술감독이 작품을 진두지휘하고, '니진스키'의 김정민 작가가 대본을 썼다. 음악은 원일 감독을 비롯해 '니진스키'의 성찬경 작곡가와 창극 '패왕별희'의 손다혜 작곡가, 국악과 재즈 등에서 활동 중인 한웅원 음악감독 등 4명이 함께 만들었고, 조인호 안무가와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백시원 조명디자이너, 최인숙 의상디자이너 등이 의기투합했다.
 



1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는 성율 역 유주혜와 고은영, 이영 역 조풍래와 황건하, 갈 역 추다혜와 윤진웅, 홍석해 역 남경주, 김조순 역 한범희, 임새 역 조수황, 금선 역 함영선 등 전 출연진이 약 한시간 가량 주요 장면을 선보였다.

극은 주인공 성율의 어린 시절로부터 출발한다. 통일신라부터 전해져 온 금단의 악보 ‘금악’을 둘러싼 정치적 암투 속에서 성율의 부모는 목숨을 잃고, 성율은 자신을 거두어준 홍석해에게 소리와 운율을 배우며 자란다.
 



세상 모든 소리를 이해하는 천부의 재능을 타고난 성율은 어른이 되어 ‘나만의 소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고 여자라는 신분을 숨긴 채 장악원에 들어가고, ‘금악’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갈’이라는 존재를 만난다. 성율이 신비롭고 음험한 존재 ‘갈’과 이어가는 소통, 그리고 ‘금악’을 해독해 권력을 강화하려는 세도가 김조순과 세자 이영의 대립, 성율의 죽마고우 임새 등의 이야기가 얽혀 펼쳐진다.
 



상실감 딛고 자기 안의 욕망 마주하는 천재 음악가의 이야기
"마음 채워가는 공연 될 것"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원일 예술감독은 "우리가 궁중장악원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본 적이 있었나, 라는 생각에 효명 세자(극중 이영)의 시대 장악원의 모습은 어땠을까에서 시작해 이 시대 다양한 음악을 녹여내고자 했다"고 공연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주인공인 천재 성율과 '갈'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작곡가라면 곡을 쓰면서 누군가가 (선율을) 불러주는 것 같은 경험을 누구나 했을 것이다. 또 일반 사람들도 자기 안의 어떤 목소리나 욕망, 혹은 괴물의 존재를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존재를 음악으로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금악'의 무대는 넓지만 구성은 간소한 편이다. 이에 대해 "많은 예산을 쓰긴 했지만, 보통의 상업 블록버스터처럼 (예산이) 충분치는 않아서 초기부터 양식적인 무대를 기획했다. 각 장면의 조명, 소리에 따라 배우들의 움직임과 공간이 바뀌면서 지적 자극과 상상력을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원일 감독은 "이런 (코로나) 시기에 우리 모두는 뭔가를 상실하고 있다. 성율은 두 날개를 모두 꺾이고 오직 소리에 의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인물이다. 무언가를 잃었던 자가 어떻게 다시 우뚝 서게 되는지 보시면 관객들도 마음을 채워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극에 담은 메시지를 전했다. 

극중 가사에 실제 효명 세자가 쓴 시를 녹여낸 김정민 작가는 “실존인물을 모델로 하다 보니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져 책과 논문을 많이 봤다. 또 주인공(성율)의 심정으로 써야 하는 가사가 많아서 영감을 받기 위해 많은 소리와 음악을 들었다”고 작업 과정을 전했고, 손다혜 작곡가는 “작곡가가 4명인데 특별히 튀는 음악이 없다. 그만큼 오랜 시간 협업을 통해 음악적 아이디어를 모았고, 한 명의 작곡가가 쓴 듯한 통일감을 유지하되 곡별 특색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소감을 밝혔다. 성율 역 유주혜는 "성율의 분량이 많아 보시는 분들이 피로하지 않도록 에너지 분배에도 신경을 썼고, 판타지 사극이다 보니 성율이 보고 듣고 믿는 것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전했고, 같은 역할의 고은영은 연습 과정을 돌아보며 "대본과 음악이 너무 좋아서 그 순간을 잘 살아내고 잘 들으면 새롭게 찾아지는 감정이 많았다"고 전했다.

예악의 완성을 통해 조선의 태평성대를 이루고자 한 세자 이영 역의 조풍래는 "실존하는 인물을 현대에 구현해야 해서 관객 분들이 어색함 없이 편하게 보실 수 있도록 의상, 말투, 행동, 움직임을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고,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팀 라비던스 소속으로 '금악'을 통해 뮤지컬에 처음 데뷔하는 이영 역 황건하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너무 재미있어서 꼭 해보고 싶었다. 중학생 때부터 꿈꿔온 자리인 만큼 이 시간이 너무 즐겁고 소중해 잘 누려보려고 한다"는 다짐을 밝혔다.
 



금지된 음악 자체이자 사람들의 욕망을 먹고 자라나는 존재 '갈'은 젠더 프리 캐스팅으로 추다혜와 윤진웅이 연기한다. 추다혜는 갈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람보다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말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손짓, 발짓, 표정 등 외적인 부분에서 실마리를 찾아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전했고, 윤진웅 역시 "욕망에 의해 태어났고 갈증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사람과 다른 움직임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성율에게 소리와 운율을 알려주는 홍석해는 뮤지컬계 대표 배우 남경주가 맡았다. "타인에 대한 희생정신이 강한 홍석해를 연기하며 부모님과 스승님 세대를 많이 생각했다"는 남경주는 "기성세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세대가 오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해야 하는데, 기성세대의 헌신과 노력이 있어서 새로운 세대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홍석해가 성율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최선을 다해 깨달음을 주고자 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생각하며 연기하고 있다"며 작품이 가진 또 다른 감동 지점을 짚었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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