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리암 모어와 만나다

작성일2016.06.28 조회수3605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스크랩 이전글 다음글 목록



깜짝 이벤트였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파격과 혁신의 이름으로 또 다른 아름다운 동화를 펼쳐내는 매튜 본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출연 중인 리암 모어. 뉴 어드벤쳐스 발레단의 단원으로 다수의 매튜 본 작품에 출연해왔지만, 그보다 먼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 역으로 서며 2006년 최연소 올리비에 어워즈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되기도 한 그가 '플디 팬미팅'의 서프라이즈 게스트로 나선 것이다.
 
마녀의 저주로 100년간 잠을 자는 오로라 공주와 그를 사랑으로 지키는 정원사 레오를 이어주는 착한 요정 '라일락 백작' 역과, 또 오로라 공주에게 저주를 내리고 사랑을 깨려하는 카라보스/카라독 역으로 번갈아 서며 활약하는 리암 모어는 공연을 마친 후 귀여운 '꾸러기 모자'를 반대로 쓰고 환한 미소로 등장해 그를 만나러 온 팬들의 성원에 아낌없이 보답하는 모습이다. 끊이지 않는 질문에 솔직하고 진중하며 철저하지만 익살스럽게 답하던 스물 다섯, 아니 스물 네 살의 리암 모어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자.

 



"짜잔~ 리암 등장이에요~"
 



"여러분 반가워요~ 와우! 이렇게 많이 오셨다니!"
 
Q. 첫 한국 방문의 소감과, 공연을 통해 만난 관객들에 대한 인상이 궁금하다.
정말 훌륭한 관객들이다. 이해력이나 작품에 대한 몰입도도 높다. 특히 공연 후 보내주시는 함성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훌륭한 모습이다. 서울에 온 지 일주일 밖에 안 되었고 또 그간 익숙했던 문화와도 다르지만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고 베푸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방문한 고궁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Q. 매튜 본의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출연 중이다. 어떤 작품인지, 실제 출연하는 무용수로서 느끼는 작품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작품 안에 여러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 작품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결국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맡은 배역 중 하나인 라일락 백작 역에 특히 더 많은 애정을 느끼고 있는데, 요정들의 대부로서 주인공인 오로라 공주와 레오의 관계를 해피엔딩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보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또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어 탄탄하게 짜여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신나고 다양한 종류의 춤이 더해진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Q. <잠자는 숲속의 미녀> 초연부터 참여하고 있다. 참여 소감과 그간 맡았던 캐릭터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엇이었는지, 또 앞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2년 전에 캐스팅되었고, 신작에 함께하게 되었다는 기쁨이 가장 컸다. 제작과정에 참여해서 워크숍 등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함께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라일락 백작이 요정 솔로 춤을 출 때 어떤 식으로든 관여해서 흔적을 장면에 남길 수 있게 된 거다. 매튜 본이 그런 점에 특히 좋은 안무가라고 생각하는데, 항상 참여하는 무용수들에게 스스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에 무용수들이 작품에 깊게 관여해서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또, 지금까지 했던 역 중에 무엇 하나를 가장 좋았다고 꼽힌 힘들다. 물론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는 생애 처음으로 전문적으로 공연한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큰 의미이고,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에서 왕자 역을 할 때는 그간의 꿈이 이뤄진 듯한 느낌이었다. 작품 안에 많은 고난, 행복 등의 감정이 녹아 있어서, 남자무용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작품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가위손>에서 가위손 역 역시 너무나 유명해서 그 역을 맡은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분장이나 의상 등이 너무 무겁고 더워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방식으로 연기할 수 있을까, 스스로 많이 고민하고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이번 <잠자는 숲속의 미녀> 속에서도 매번 다른 역할을 한다는 게 마치 마법과도 같이 느껴진다.
 
난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계획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때그때 최대한 성실하게 살아가는 스타일이라 앞으로 맡고 싶은 배역을 꼽는 것도 무척 어렵다. 지금까지 매튜 본과 작업하고 여전히 큰 흥미를 갖고 있지만 뮤지컬이라는 걸 완전히 배제하고 싶진 않다. 10대 후반에는 춤에만 매진했는데 최근엔 다시 노래를 불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Q. 극 중 라일락 백작과 카라보스/카라독은 선과 악으로 상징되는, 전혀 상반된 캐릭터다. 한 작품에서 날을 번갈아 상반된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 어떤가?
바로 그렇게 상반된 역을 한다는 것이 내게 더욱 환상적인 경험이 되고 있다. 어느 날은 오로라와 레오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다가 그 다음 날엔 그들 관계를 망치려는 사악한 역이 된다. 하룻밤 만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가진 직업의 매력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나에게 매일매일 다른 공연이 되기 때문에 늘 긴장된 마음으로 새로운 공연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Q. 영국에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 초연을 봤다. 당시 라일락으로 공연하는 걸 봤는데 어떻게 귀엽고 순한 인상의 리암이 카라보스/카라독을 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 그 모습을 봤는데 한 작품 속 세 가지 캐릭터를 어떻게 다 익혀서 할까, 궁금했다. 또 카라독은 오로라와 사랑에 빠진 것인가?
나도 이번이 악역이 처음이고 배역에 대해 이야기 들었을 때 그런 악역을 잘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의심도 있었고 긴장도 많이 됐다. 그런데 연습할 수록 내가 악역을 즐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웃음)
 
실제로 세 가지 역을 다 익히는 게 쉽지는 않다. 보통 신작은 6주 정도 연습하는데 재연의 경우는 4주 정도만 한다. 그 짧은 시간에 필요한 경우라면 2, 3가지 역할을 동시에 익혀야 해서 스트레스도 무척 많아진다. 매튜 본은 연습을 하다 4주 정도 쉬었다 다시 돌아와서 연습할 때가 있는데, "4주 전에 했던 거 해봐"라고 하면 기억도 잘 안 나서(웃음) 그 전에 적어놨던 메모나 찍어놓은 영상을 보면서 복기하려고 노력한다.
 
오로라를 향한 카라독의 모습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카라독이 오로라에게 매혹을 느끼고 집착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슬리피 듀엣'이라고, 오로라 공주가 잠에서 깨어나야 하는데 안 깨어나서 카라독이 키스를 하는 식의 방법으로 깨우려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보면 카라독의 감정이 개입되어 있는 걸 알 수 있다. 어찌보면 좀 소름 돋는 감정이 들어가 있다고 할까? 또 마지막 장면에 화가 난 카라독이 오로라를 빨리 처치하려고 재물로 바치는 장면은 결혼식 장면처럼 보이기도 해서 매우 복합적인 감정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Q. 레오는 사랑하는 오로라를 위해 100년간 그녀 곁을 지키고, 카라독은 저돌적으로 오로라를 몰아붙이는 모습이다. 스물 다섯 살 청춘의 '인간 리암'은 사랑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아, 스물 네 살이다. (웃음) 최근에 생일이 지나서 나 역시 내가 스물 넷인지, 다섯인지 헛갈렸는데 스물 네 살이 맞다. (웃음)
개인적으로 어떤 것을 향해 돌진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편이 더 가깝달까. 타이밍도 맞고 되려면 되겠지, 하는 스타일이다. 사랑만을 위해 열정적으로 막 달려가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보는 것 같은데 아주 신선하다. (웃음)
 
Q. 너무 긴장되어서 하려던 질문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난다. (리암: 오~ 노노노. 나도 똑같이 긴장하고 있다. (웃음)) 공연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항상 열정과 즐거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무용수로서 여전히 춤을 출 때 '짜릿함'을 느끼고 있나?
그 이야기에 정말 공감한다. 공연예술이라는 산업 자체가 '업-다운'도 심하고 어려움이 많아서 계속 이 분야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충분히 공감한다. 나 역시도 이 분야에 있으면서 힘이 든다. 하지만 뚜렷한 목표, 목적지를 설정해 두면 열정이 떨어졌을 때 나 스스로를 일으키기가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언제나 지향점과 영감을 가지고 열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또 내가 다른 일을 하는 건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으려 계속 노력하고 있다.
 
Q. 작업을 할 때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특히 무용은 신체적인 노력이 많이 필요한데, 때때로 신체적인 한계를 느끼거나 슬럼프가 왔을 때는 어떻게 극복하나?
내게 가장 영감을 주는 건 다른 작품을 보는 것이다. 런던에 있을 때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극장에 가는 것인데 꼭 무용이 아니더라도 다른 장르의 공연, 다른 무용수, 아티스트들이 하는 걸 보고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다.
 
또 <빌리 엘리어트>가 만들어지던 과정 중에, 처음 스튜디오에 가서 연습을 시작하고 나서야 얼마나 '빌리'의 비중이 극 중에서 큰 지 알게 되었다. 불러야 하는 노래나 연기, 춤 등 내가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때 알게 된 거다. 조명 아래에서 턴을 도는데 갑자기 어지러워서 여기저기에 토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때 처음으로 스스로를 한계 지점까지 몰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슬럼프에 대해 생각하고 대처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자리에 앉아 심호흡도 하고 물도 마시면서 쉬었다. 지금도 이렇게 한 호흡을 쉬고 간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에너지를 회복하려고 한다.
 





Q.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월급날이 가장 행복하고 야근이나 주말근무 할 때가 가장 싫다. 리암은 어떨 때 행복과 슬픔을 느끼는가?
안 좋은 것부터 이야기하자면, 나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무용수들이 피로도가 극심해질 때가 가장 좋지 않다. 이 작품만 해도 한 배우가 여러 배역을 돌아가면서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그 캐스트를 커버하기 위해 일주일에 7~8회 공연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자연히 피로도가 높아지니까 가장 힘이 든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관객들을 만날 때다. 관객들이 정말 이 공연에 몰입했다고 느낄 때, 그들이 많이 웃거나 끝나고 박수 소리가 클 때 정말 행복해진다. 이 일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어떻게 보면 자신의 경험을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무대 위의 나를 통해 관객들이 행복함을 느낄 수 있고, 그런 관객을 통해 나도 다시 행복함을 느낀다.
 
Q. 클래식 말고 좋아하는 음악과 뮤지션은? 또 많이 투어공연을 다녔을 텐데 흥미로웠던 도시나 나라는 어디인가? 평소 몸 관리를 어떻게 하는 지도 궁금하다.
음악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다. 어릴 때부터 무용 수업을 받기 전부터 음악에 매혹되었다고 어머니도 말씀하신다. 춤을 추게 된 동기 자체가 음악에서 시작되었다. 매일 밤마다 클래식에 맞춰 춤을 추기 때문에 당연히 클래식을 좋아하고, 재즈, 힙합, 하우스, 랩 다 좋아한다. 특히 리안 라 하바스(Lianne La Havas)라는 싱어송라이터도 좋아해서 얼마 전 로얄 알버트 홀 공연을 직접 가서 보기도 했다. 정말 매혹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기억에 남는 도시는, 일단 서울이 좋다. (일동 웃음) 지금 서울에 와서 여러분한테 잘 보이려고 이러는 건 아니다. (웃음) 지구상에서 이쪽 편에 온 게 처음이고 다른 문화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백조의 호수> 공연 차 갔던 이스라엘 텔아비브도 좋았다. 운이 좋아서 베들레헴, 예루살렘에 다 가봤는데 그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문화도 좋았고 멋진 해변도 인상적이었다.
 
작년엔 미국 투어도 했는데 LA, 뉴욕에 갔을 때 인상 깊었다. 흥미로운 도시를 많이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내게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몸 관리는 항상, 꾸준히 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무용수들이 그렇겠지만 계속해서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는 게 중요하다. 필라테스, 스트레칭도 도움이 많이 된다. 무용수들 대부분 몸을 롤링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어서 무대 뒤에서 항상 하고 마사지도 한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술도 적게 마시려고 하는데, 동시에 공연 후 흥분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어느 정도 즐기는 즐거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맥주 한 잔 정도?(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 플레이DB www.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스크랩 이전글 다음글 목록

댓글쓰기

입력
플레이DB의 모든 공연DB는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 공연정보로 연동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