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크로스 드레서를 아시나요?”

작성일2016.06.29 조회수4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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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혹은 글렌다><외계로부터의 9호 계획> 등 컬트 영화 감독으로 알려진 에드 우즈를 아시는지. 그의 데뷔작 <글렌 혹은 글렌다>는 본디 미국 최초 성전환 수술을 받은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려 했으나, 감독 본인의 취미인 여장을 중점적으로 다룬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의 주인공 역시 스스로가 연기했으며, 당시에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사후 팀 버튼 등 유명 감독들이 언급하며 새롭게 조명된 바 있다.

이번에 김수로 프로젝트 18탄으로 새롭게 한국에 소개되는 연극 <까사 발렌티나>에서도 ‘여장’을 즐기는 일곱 남자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 일곱 남자는 다소 광적인 집착을 보였다고 알려진 에드 우즈 감독 본인이나 영화 속 주인공과는 사뭇 다르다.
 



<까사 발렌티나>의 일곱 남자들은 스스로를 게이도, 트랜스젠더도 아닌 ‘여장을 좋아하는 남자들(크로스 드레서)’이라고 부른다. 본디 크로스 드레서라는 표현은 ‘이성의 옷을 입는 사람’을 의미하고, 성적 지향성이나 성 정체성 개념은 포함되지 않는다. 크로스 드레서 내에서도 다양한 범주가 있다는 뜻이다.
 

크로스 드레서는 아직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연극 <까사 발렌티나>는 소재의 특이성과 함께 뮤지컬 <라카지><킹키부츠> 등을 쓴 하비 피어스타인이 쓴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 28일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는 성종완 연출과 10명의 배우들이 참여했다.
 



소재는 크로스 드레서, 하지만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

성종완 연출은 “’크로스 드레서’도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 옷을 입는 것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 성적 쾌감을 느끼는 사람, 크로스 드레서이자 동성애자인 사람 등 다 제각각이다. 우리 작품의 캐릭터들도 각자의 개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소재가 ‘크로스 드레서’지만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외로움, 자기혐오, 박해 등의 감정은 우리 모두가 똑같이 느끼는 것들이다.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고, 우리는 무한한 회색 속에 살고 있다’는 작품 속 대사처럼, 우리가 삶 속에 느끼는 것들이 투영되길 바란다.”며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연출 의도를 밝혔다.
 



(왼쪽부터) 변희상, 최대훈, 한세라, 윤희석, 박정복
 

<까사 발렌티나> 속 캐릭터들은 남자로서 살아가지만, 여장을 했을 때는 복장에 맞게 ‘여성’이 된다. 그 특성을 살리기 위해 남자배우들은 ‘여성스러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여자 옷’에 익숙해지는 저마다의 과정을 거쳤다.
 

리조트 ‘슈발리에 데옹’의 주인이자 크로스 드레서 모임의 주최자인 조지/발렌티나 역의 박정복은 “’여성스러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보편적인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울을 보거나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최대한 거울을 보며 관찰하고, 어떻게 비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고, 같은 역의 윤희석은 “40대가 표현할 수 있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제 어머니나 누나를 많이 관찰하기도 하고, 집에서 장모님이나 와이프의 옷을 몰래 꺼내 입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문성일, 허만, 유일, 조민성, 임종완
 

익숙하지 않은 옷과 구두, 속옷을 입으면서 겪는 변화와 고통도 있었다. 당당함이 매력인 마이클/글로리아 역의 문성일은 “여장을 하면서 제일 먼저 접한 게 구두였다. 길에서나 대중교통에서 하이힐을 신고도 잘 뛰시는 분들이 많아 편한가 보다, 했는데 신어보니 엄청난 고통이 있었다. 물론 무게 중심도 다르고 타고난 골격 자체도 다르지만, 여성분들이 착용하는 제품들이 생각보다 답답했다. 여성분들의 고충을 느꼈다.”며 여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슈발리에 데옹의 모임에 처음 발을 딛은 조나단/미란다 역의 임종완은 “여성복을 입으면 걷는 것 자체가 달라지더라. 직접 겪어보는 것이 더 확실하게 다가와서 최대한 많이 입어보려고 했다. 관찰도 많이 하는데 근래에는 TV를 보다가 여배우가 나오면 ‘저 배우 예쁘다’가 아니라 ‘저 화장 어떻게 하지’를 보는 것 같다.”며 시선의 변화를 언급했다.
 



성종완 연출은 작품을 진행하며 힘든 점과 연출 측면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에 대해 ‘이해’라고 답했다. 그는 “가장 중요하고 앞으로도 계속돼야 할 일”이라며 “우리는 모두 어쩔 수 없는 편견이 있다. 크로스 드레서 뿐만 아니라 기자나, 배우나, 남자 혹은 여자에 대한 편견도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인간의 불완전한 부분을 다룬다고 생각한다. 피어스타인의 말 중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말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고, 상대가 누구든 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작가의 가치관이 이 작품에 잘 담겨 있어서, 이 작품의 메시지가 결국 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같았다.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느끼고 더 열심히 노력하고자 한다.”며 연극 <까사 발렌티나>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밝혔다.
 

리조트 ‘슈발리에 데옹’에 모인 일곱 크로스 드레서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까사 발렌티나>는 오는 9월 11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조경은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kejo@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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