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이혜영, "메디아는 일생일대의 도전"

작성일2017.02.14 조회수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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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감정들을 경험할 배우 이혜영 씨를 위해 심리치료를 준비하려 합니다."

얼마나 '센' 작품이길래 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은 배우의 심리적 외상까지 걱정하고 있을까. 국립극단이 올해 처음 선보이는 연극 <메디아>가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극 <메디아>는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로 꼽히는 에우리피데스의 희곡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조국과 가족마저 버리고 모든 것을 바쳐 남편 이아손을 사랑했지만 결국 버림받는 비운의 여인 메디아는 극한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아이마저 죽인다. 에우리피데스는 격정적 사랑과 복수심에 휩싸여 파멸에 이르는 여인의 심리를 다층적으로 그려냈다. 김윤철 예술감독은 “메디아가 겪는 광기와 분노는 현대인을 지배하는 중요한 정서 기제들”이라며 2천년 전 고전을 현대화한 이유를 설명했다.
 



폭발적인 에너지로 극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메디아 역을 맡은 배우 이혜영은 “메디아 역할을 만난 것은 내 일생일대의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배우로서, 여자로서, 엄마로서 인생 전체를 돌아보게 만든 극”이라고 고백했다. 더불어 “2천년 전에 쓰여진 신화로 보면 안된다. 동시대를 사는 우리의 이야기”라며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영화, 드라마, 연극 무대를 종횡무진 해 온 이혜영은 2012년 연극 <헤다 가블러>로 동아연극상과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전 헝가리 국립극장 예술감독이자 헝가리 3대 연출가로 꼽히는 로버트 알폴디 연출은 “이혜영은 머리를 잘 쓰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이혜영은 정말 대단한 배우다. 아주 개방적인 마음을 갖고 있고 나를 믿어준다. 그 믿음 덕분에 용기가 생긴다. 언어적, 문화적 차이가 있지만 서로 이해하고 있다”며 호흡을 과시하기도 했다.

알폴디 연출은 지난 2016년 국립극단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겨울이야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며 세련된 감각을 인정받은 바 있다. 연출은 이번 <메디아>에서도 동시대를 겨냥한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그는 “사랑은 한없이 아름다워질 수도, 지독하게 끔찍해질 수도 있지만 이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서로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이라며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오늘날의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설명했다.
 



한편 <메디아>의 무대 의상은 1993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의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에 참가했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이 제작했다. 그는 메디아의 감정 상태에 맞춰 옷의 소재를 선택했다며 “영화로운 생활을 연기할 때는 검정 벨벳과 실크 망토를, 남편에게 버림 받고 모든 것을 포기한 장면에서는 힘없이 늘어지는 붉은 저지(jersey)로 만든 드레스를 입는다”고 설명했다. 무대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 “스토리를 15번 정도 읽었다”는 진태옥 디자이너는 “이제 컬렉션 말고 연극 의상을 계속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대의상 제작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비교적 잠깐 입고 벗는 런웨이 의상과는 다르게 연극 의상은 배우가 장시간 연기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진태옥 디자이너는 “메디아의 의상만 3번 피팅했다. 다른 남자배우들의 의상도 핏 수정 작업이 있었다. 캐릭터 본연의 색을 유지하되 무대에서 활동하는 분량도 계산해서 제작했다”고 밝히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메디아와 합을 맞추는 다른 배역들도 쟁쟁한 캐스팅으로 무장했다. 버림받은 메디아를 돕는 아이게우스 역은 영화 <더 킹>, 드라마 <가화만사성>, 연극 <아버지와 아들>등으로 활동해 온 남명렬이 맡았다. 메디아를 추방하려는 비정한 왕 ‘크레온’은 박완규가, 복수의 결과를 전하는 ‘사자’역은 손상규가 맡았다. 최근 제53회 동아연극상에서 박완규는 연기상을, 손상규는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고전의 힘있는 메시지, 감각적인 연출,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연극 <메디아>는 2월 24일부터 4월 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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