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벤허’ 타이틀롤 민우혁, "내 열정의 근원은 간절함"

작성일2019.08.13 조회수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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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민우혁은 공연계 관계자나 배우들 사이에서 열정남으로 통한다. 그는 공연 홍보에 필요한 일이라면 무대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 외의 일에도 최선을 다해서 임한다. 성냥개비가 제 머리통을 태워 큰 장작불을 내듯이 제 한 몸 부서져라 불길을 살려낸다.

 

2년 전 ‘벤허’ 초연에서 메셀라 역으로 무대에 올라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이번 재연 무대에 타이틀롤로 캐스팅돼 화려하게 돌아왔다. 벤허로 새로 무대에 선 그는 메셀라를 했던 배우라고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고난과 역경 앞에서 선 벤허의 변화를 세심하게 표현한다. 그동안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프랑켄슈타인’, ‘안나 카레니나’, ‘벤허’, ‘아이다’ 등에 출연하며 선 굵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민우혁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 2~3년 사이 대극장 무대를 섭렵하며 남자 배우라면 탐낼 만한 역할을 다수 섭렵했다. 아직도 공연 포스터에 다른 배우들과 이름을 나란히 같이 한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는 그는 이제야 비로소 배우로서 무게감과 책임감을 온 몸으로 느낀다. 관객들에게 필요한 배우가 되고싶다는 민우혁의 전성기는 이제부터다.

 
Q '벤허'의 타이틀롤을 맡아 2년 만에 화려하게 돌아왔어요.
초연 때 메셀라를 하면서 벤허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그동안 저는 강하고 거친 느낌, 뭔가 강강강의 느낌이 제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했죠. 저한테는 메셀라가 맞는 옷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왕용범 연출님이랑 ‘벤허’ 초연도 하고 ‘프랑켄슈타인’을 했었는데 연출님은 항상 제가 잘 모르는 저의 내면을 꺼내 주려고 하셨어요.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잘 하는 것만 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잖아요. 저도 그럴 때가 있고 그래서 딜레마에 빠질 때도 있어요. 그런 걸 경계하기 위해 연습 때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왕 연출이 “너에게 이런 면이 있었는지 몰랐다. 벤허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말씀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벤허’ 재연이 언제 올라갈지도 모르는 때여서 정말 그냥 지나가는 말이었죠. 연습을 통해서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것을 오히려 좋은 모습으로 봐 주신 것 같아요.

Q 배우들이 캐릭터를 만들어갈 때 자신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하는데요. 우혁 씨는 유다 벤허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 가려고 했나요?
연습을 하면서 고민이 가장 많이 됐던 것은 ‘벤허의 모습에서 메셀라가 생각나면 어떻게 하지’라는 것이었어요. 너무나 다행히 첫 공연을 본 관객들을 만났는데 몇 분이 엄청 큰 소리로 “왜 초연 때 ‘벤허’ 안했냐고, 벤허 역이 훨씬 잘 어울려요”라는 이야기를 해줬을 때 정말 감동받았어요.

일단 메셀라와 벤허는 서사 자체가 달라요. 메셀라는 가진 게 없던 사람이 밑바닥부터 시작했다면, 벤허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걸 가진 귀족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아우라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벤허는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귀족으로 뭔가를 누리려고 하는 사람이 아닌 ‘유대의 독립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늘 마음속에 이글거리던 혁명가였다’고 생각해요.

저도 보통의 캐릭터를 만들어 갈 때 캐릭터와 나와 비슷한 점, 내가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나의 장점을 빗대어 표현하려고 하는데 이번에 벤허는 그렇게 안 했어요. 오히려 메셀라 때는 저랑 비슷한 게 많았는데 오히려 벤허는 인간 민우혁이 벤허라는 캐릭터한테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벤허처럼 살 수 도 있구나’라고요. 보통 사람들은 화가 나면 ‘어떻게 복수하지’, ‘어떻게 저 사람을 약 오르게 하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잖아요. 벤허가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를 만난 후 ‘저들을 용서하라’는 메시지를 듣고 되는데요. 그 대사를 연습할 때마다 울었어요. 용서하라는 그 네 글자가 그렇게 강렬할 수가 없었어요.

Q 이번에 한지상, 문종원, 김지우, 린아 등 뉴 캐스트들도 합류했는데, 연습실 분위기는 어땠나요?
왕용범 연출님이랑 하는 작품의 연습실은 정말 치열해요. 연습실 자체에 긴장이 엄청 돌아요. 사실 연습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나오는 장면이 아닐 때는 좀 덜 집중하거나, 자기 대본을 볼 수도 있는데요. 저희는 그런 게 용납이 안돼요. 누가 혼자 노래를 부르는 신이라도 전체 배우들이 숨도 안 쉬고 그 장면을 지켜봐요. 사실 그런 게 연습이거든요. 그래서 연습실 갈 때도 본 공연이라고 생각하고 매번 정비를 하고 가야 돼요. 초연 배우, 뉴 캐스트 할 것 없이 배우들끼리 팀워크가 엄청 좋아요. 모두가 하나에 집중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 사람이 연기 끝날 때까지 숨 죽여 있다가 다 끝나면 모두 박수 쳐주고 환호성 지르고요. 서로가 서로에게 첫 관객이 되어 줘요.
 



Q 벤허는 신에게서 용서하라는 메시지를 받고, 이후의 삶이 변하게 돼요. 개인적으로 믿는 신이 있는지 궁금하고요. 없다면 힘들 때 뭔가 의지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하나요.  
극중 벤허는 초반에 누구한테 의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던 것 같아요. 너무나 큰 고통이 그의 가족에 닥쳤기 때문이에요. 메시아가 예언을 했고 그 예언이 이뤄졌고, 그리고 병에 걸린 그의 가족이 멀쩡하게 살아 돌아왔어요. ‘아 신이 있구나’ 그때부터 벤허가 신앙이 생겼다고 생각을 해요. 

저는 신앙은 없는데 오히려 힘들거나 뭔가 일이 닥치면 저 자신한테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자기 최면을 많이 걸어요. 예를 들어 '나는 지금 배부르다. 나는 지금 밥 다섯 공기를 먹었다'같은 (웃음) 사실 어린 시절을 너무 힘들게 살아서 저는 지금 힘든 건 힘든 게 아니에요. 운동할 때는 너무너무 힘들었고요. 운동 그만두고도 얼마 전까지도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사실 지금은 하나도 안 힘들어요. 정말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그건 진짜 힘든 게 아니고 엄살인거죠. 그리고 지금 곁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잖아요. 밤에 공연 끝나고 집에 가면 따뜻함이 느껴지고요. 나에게 뭔가 해주지 않아도 안식처가 되는 것 같아요. 그들을 볼 때마다 '가장으로서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고요.

Q 최근 2~3년 간 작품의 주요한 타이틀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는데 예전과 달라 진 것이 있다면?
무게감이 달라요. 부담도 많이 되고요. 왜냐하면 어쨌든 저를 보러 와주는 관객들이 예전에 비하면 많아졌고, 제가 맡은 것을 잘해야 저를 계속 보러 와 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조금이라도 정신과 긴장의 끈을 놓으면 관객분들이 귀신같이 알아요. 배우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긴장감도 그렇고 갑자기 뭔가 뚝 놓아질 때가 있는데 그런 건 훈련으로도 안 돼요. 그럴 때가 제일 무서워요.

사실 이제는 실수 같은 건 거의 안하는 편인데. 그런데 캐릭터의 감정을 계속 가지고 있다가 갑자기 속에서 뚝 끊길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아무래도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 기술적으로 연기는 돼요. 진짜 슬픈 척도 할 수 있고. 지금 당장 울라고 하면 울 수 있어요. 그런데 연기라는 것이 감정이 느껴지지 않은 상태에서 되면 저 자신한테 화가 많이 나요.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화가 나지 않았는데요. 요즘 그게 심해졌어요. 무게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책임감이 더 많이 생겼어요.

Q 민우혁의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민우혁의 열정은 간절함의 다른 표현이에요. 힘든 시절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겠다는 간절함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솔직히 아직도 일이 없으면 불안해요. 누군가가 계속해서 저를 찾아주면 좋겠어요. 힘들었던 그 시절에는 열정이 더 심했어요. 장난 아니었어요. 정말 뭔가 안 되면 될 때까지 뭐든지 했어요.
 



Q 야구선수에서 가수로, 가수에서 뮤지컬배우로 변신했는데요. 원래는 노래를 하고 싶었다고 들었어요.
어렸을 때 집 형편이 너무 안 좋아서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야구를 했는데 고등학교 때까지 떨어져 살았어요. 가끔 부모님이 저를 보러 오면 저는 운동하고 와서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부모님은 이날만을 기다리며 오신 거잖아요. 그래서 그때만큼은 가족끼리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럴 때마다 함께 갔던 곳이 노래방이었어요. 노래방에서 내가 노래를 부르면 어머니, 아버지는 본인 노래는 하나도 안 부르고 내가 노래 부르는 거에 박수만 치고 계세요. 그리고 가끔 친척들이 모이면 그 앞에서 제가 노래하는 걸 흐뭇하게 바라보시며 좋아했어요. 그래서 저도 어린 나이에 '내가 노래 부르면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라고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노래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가수로 데뷔도 하고 앨범도 3장이나 냈고 방송도 열심히 했는데 잘 안됐어요. 야구선수도 그렇고, 노래하는 것도 그렇게 누군가가 나를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그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를 배우고 지금의 뮤지컬 배우를 하게 됐어요. 앙상블부터 안 해본 역할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단역까지 두루두루 거치면서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죠.

Q 뮤지컬 배우라는 목표를 이룬 지금 이 시점에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요.
예전에는 막연하게 배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관객들에게 때로는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연인이 될 수도 있고 부모가 될 수도 있는, 누군가에게 뭔가 필요할 때 거기에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밥 사주고, 술 사주고 할 수는 없지만 작품을 통해서 이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걸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점점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관객들의 피드백을 점점 구체적으로 받고 있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그저 "잘 봤어요", "멋있어요" 이랬다면 요즘은 공연을 보고 "희망을 얻어 가요", "위로가 돼요" 이런 말들이 배우로서 책임감을 갖게 만들더라고요. 내가 무대에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인생에서 제일 큰일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깨달음이 들더라고요.
 



Q 최근 들어 가장 크게 웃은 적은 언제인가요?
어제(5일)요. 벤허들의 모임이 있었어요. 네 명의 벤허들이 만나서 맛있는 식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지요. 남자들의 수다 어마어마하잖아아요. 한자리에서 4시간 같이 있었어요. 고백하자면 저희는 서로 너무 아끼고 좋아해요. (웃음) 서로 칭찬도 엄청하고요. 배우들끼리 이러기 정말 쉽지 않거든요. 같은 역의 네 명의 배우들이 연습도 아니고 따로 만난다? 아마 전무후무한 일일 거예요. 형들이랑 제가 밥 한번 먹고 싶어서 제안한 거예요. 믿기 어렵겠지만 네 명의 벤허 중 제가 제일 막내랍니다. (웃음) 형들이 흔쾌히 “좋다”해줘서 다같이 만났어요. 그런데 공연이 없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만나서 작품 이야기만 엄청하고 왔어요. 은태 형은 뒤늦게 합류해서 아직 공연 전인데, "너네들 너무 잘한다. 부럽다"고 하고요. 전 “형 거짓말 하지 마, 형은 더 잘할 거잖아”라고 응수해줬지요. 정말 사랑스러운 형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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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민우혁 인스타그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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