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로가 믿음을 주는 파트너" 발레 ‘춘향’ 주역 강미선,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

작성일2019.10.02 조회수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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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일 유니버설발레단의 ‘춘향’이 공연을 앞두고 있다. 2007년 세계 초연한 ‘춘향’은 유니버설발레단을 대표하는 창작 레퍼토리로, 우리가 익히 아는 춘향과 몽룡의 사랑 이야기를 차이콥스키의 숨은 명곡에 담았다. 한국 고전이 클래식 발레와 음악, 한복 의상과 LED 영상을 활용한 무대 세트와 어우러져 드라마틱한 발레로 다시 태어났다.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시즌 발레 '춘향'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가 몽룡 역으로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 강미선과 호흡을 맞춘다. 블라디미르는 러시아 정통 발레에 익숙한 외국인 무용수로 한국적인 플롯과 안무를 어떻게 해석할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1일 발레 ‘춘향’의 주역 강미선과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 유병헌 예술감독, 유지연 부 예술감독을 만나 발레 ‘춘향’의 매력과 연습 과정에 대해 들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자니 춘향과 몽룡의 애틋한 사랑과 이별, 재회가 무대 밖까지 전해져 오는 듯했다.

 
Q 발레 ‘춘향’은 한국 고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내용이나 정서가 생소했을 텐데, 어떤 이유로 출연을 결심했나.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 지난해 유니버설발레단 스페셜 갈라 공연 때 초청을 받아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였는데 그때 기회가 되면 유니버설발레단과 전막 공연을 같이하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이번에 제안이 왔을 때 고민이 없이 선택했다. ‘춘향’은 높은 수준의 창작 발레이고, 차이콥스키의 음악도 아름답다. 또한 나는 창작 공연을 할 때 안무가와 함께 연습하는 것을 좋아하고 거기서 큰 행복을 느끼는 편이다. 또한 창작 작품은 무용수에 맞게 변화를 주기도 한다. 이런 과정들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래서 '춘향'을 선택했다.

Q 연습하면서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있나.
강미선: 2007년 ‘춘향’ 초연 쇼케이스부터 참여했다. 향단이부터 단체 군무의 기생까지. 차근차근 한 단계씩 올라왔다. ‘춘향’이 수정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점점 발전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은 춘향과 몽룡이 이별했을 때와 온갖 역경을 뚫고 다시 재회하는 장면이다. 이 부분을 잘 표현한다면 관객들이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Q 외국인의 입장에서 몽룡의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고, 작품 속 한국 문화의 어려움은 없었나.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 작품을 준비하면서 러시아어로 번역된 ‘춘향전’을 읽었다. 내용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게 캐릭터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어디서나 항상 사랑과 정의가 악을 물리친다고 느꼈다. 나의 이미지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몽룡의 이미지는 아닌 것은 알고 있지만, 예술에는 경계선이 없다. 무용수로서 무대에서 나의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극 중 몽룡이 글이 쓰여 있는 부채와 붓을 들고 안무를 소화하기도 하는데 그런 소도구의 사용이 연습하면서 새로웠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했는데 ‘춘향’은 좀 더 특별한 작품인 것 같다. 이 작품이 잘 보전되면 좋겠다. 내가 참여해서 발레 ‘춘향’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더 발전되면 좋겠다. 어떻게 몽룡의 캐릭터를 표현했는지 공연장에 와서 직접 봐주면 좋겠다. 무용수들은 무대에서 최선을 다할 때 만족감을 얻는다. 관객들도 무용수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감동받으면 좋겠다.
 



Q 초연 때 창작 음악을 사용하다가 이제는 차이콥스키 음악을 사용하고 있다. 차이콥스키 음악으로 바꾸게 된 이유는.
유병헌: 발레 ‘춘향’은 2007년에 고양아람누리 대극장에서 전 국립무용단 배정혜 선생님 연출로 초연됐다. 그동안 세 번의 수정 과정을 거쳤고, 작년 6월 공연으로 거의 완성이 됐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바꾼 것은 2015년이다. 음악이 발레에 있어서 중요도가 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기존의 발레 ‘춘향’의 음악은 몽룡을 히어로처럼 만들었는데 제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우연히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을 듣다가 우리의 굿거리 장단을 발견했다. 너무 흥미로웠고, 거기서 ‘춘향’의 영감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차이콥스키의 유명한 곡은 쓸 수가 없었고, 잘 안 알려진 음악 3곡을 찾았다. 러시아에서도 악보를 찾을 수 없어 고생했는데, 나중에 일본의 동경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춘향이 한국적인 소재이지만, 무용은 세계 어디에서나 다 통한다고 생각한다. 동서양이 말로 결합하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음악과 발레로 표현한다면 누구에게나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2014년부터 ‘춘향’으로 무대에 서면서 여러 명의 파트너를 만났다. 그동안의 파트너와 이번 파트너의 차이점은?
강미선: 이번에 4번째 파트너로 블라디미르를 만났다. ‘춘향’이 아무래도 한국 정서를 가진 발레다 보니 발레지만 한국무용 같은 춤사위가 나온다. 블라디미르가 처음에는 한국무용의 모양을 따라 하는 게 보이다가 나중에는 저절로 춤사위가 배어서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 문화는 내가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어도 밖으로 다 표출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런 표현 방법이 외국 무용수와 한국 무용수가 무대에 올랐을 때 차이가 느껴진다. 전에 함께 했던 (이)동탁은 표현에 있어 절제미와 부드러움이 있다면, 블라디미르는 더 적극적인 것이 있다. 이전에 발레 ‘춘향’을 봤던 관객들이라면, 두 무용수의 다른 표현 방법을 관찰해서 본다면 공연을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다.

Q 친구이자 동료이며, 파트너 강미선의 남편이기도 한 무용수 콘스타틴 노보셀로프가 이번 공연에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 집을 멀리 떠나왔는데 (강)미선과 콘스탄틴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다. 한국에 있으면 있을수록 한국의 문화, 음식, 건물 등이 모두 마음에 든다. 주로 발레단에서 연습하느라 밖에 나가 구경할 시간이 많지 않지만, 그 외 시간에 내가 혼자 있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준다. 미선과 콘스타틴이 프로그램을 짜서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재미있는 곳에도 갔다.
 
콘스탄틴은 바가노가 발레학교를 같이 입학해서 같은 반에서 공부하던 동료다. 그가 좋은 곳에서 일하고 있어서 자랑스럽다. 항상 발전해 나가려고 하는 낙천적인 그의 성격으로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또한 그가 이렇게 잘해 올 수 있었던 건 (강)미선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나도 단기간에 어려운 작품을 잘 준비할 수 있었던 건 파트너를 잘 만났기 때문인 것 같다.
 



Q 블라디미르가 어떤 무용수인지 한국 관객들에게 설명해달라.
유지연: 블라디미르가 속해 있는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무대에 서봤기 때문에 그의 활약상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한국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세계적인 무용수다.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역 무용수로, 독일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협연 무대를 갖고 있다. 안 해본 레퍼토리가 없다. 본인 이미지에 맞는 작품만 한 것도 아니다. 그만큼 굉장히 재능이 많다. 이건 테크닉만 좋아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 발레에서 중요한 감성적인 연기와 표현력이 굉장히 좋다. 러시아 현지에서도 팬들이 많다.
 
Q 발레 ‘춘향’과 ‘오네긴’을 비교해달라. 아니면 서양의 다른 작품과 비교한다면 어떤 것이 있나.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 ‘춘향’과 ‘오네긴’은 다른 작품이다. ‘춘향’은 오히려 ‘로미오와 줄리엣’과 비슷한 것 같다.
 
강미선: 저도 ‘춘향’과 ‘오네긴’을 비교해 본 적은 없다. 블다디미르가 이야기한 것처럼 ‘춘향’에서 둘은 사랑하지만, 몽룡의 아버지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서로 원수인 집안 때문에 헤어지게 되는데 그런 부분들 때문에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춘향’ 2막에서는 춘향이 몽룡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한다. ‘오네긴’에서 타티아나도 오네긴의 고백을 거절한다. 그런 타티아나의 모습이 춘향의 절개와 비슷한 것 같다.
 



Q 각자 파트너의 강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달라.
강미선: 블라디미르는 감정 표현이 풍부하다. 블라디미르가 남편의 친구다 보니 공연을 함께하기 전에 남편과 그의 영상을 많이 봤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할 수 있지’라고 감탄하면서 봤다. 워낙 유명한 무용수이다 보니 처음 캐스팅이 나왔을 때 함께 하는 것이 부담이 됐다. 그렇지만 연습실에서도 그렇고 평소에도 친근하고 편안하게 대해줘 부담감을 내려놓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다양한 공연에서 경험이 많아서 믿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풍부한 표현력 때문에 더불어서 감정 표현을 하는 데 있어 시너지가 생긴다.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 (강)미선은 굉장히 좋은 발레리나이자 친구이다. 처음 같이하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연습할 때 굉장히 친밀하게 느껴진다. 미선과 함께 관객들에게 멋진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드라마가 강한 공연에서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나에게 믿음을 주는 미선에게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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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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