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함께 하면 든든해...무대를 위험하게 만들어주는 동료들이죠" '경종수정실록' 성두섭, 신성민, 주민진

작성일2019.11.29 조회수3893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스크랩 이전글 다음글 목록



유약했던 왕은 대신들의 방자한 행태에 분노해 한순간 표변한다. 대리청정 논란을 빌미 삼아 반대 세력을 숙청하고, 조정에는 한 차례 거센 피바람이 분다. 생각지 못했던 왕의 단호한 모습에 세자와 대신들은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격변도 잠시, 이 왕의 재위기간은 짧았다. 장희빈의 아들로 태어나 세자로 30년을 지낸 뒤 단 4년간 조선을 다스렸던 경종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달 무대에 오른 신작 ‘경종수정실록’은 조선의 20대 왕 경종을 둘러싼 독살설을 재해석해 그린 창작뮤지컬이다. 경종과 세자 연잉군(훗날의 영조), 사관 홍수찬 등 단 3명의 인물만 등장하는 이 극은 ‘경종은 어떻게 죽음을 맞았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세 인물의 갈등과 당대의 첨예한 정쟁을 인상적인 음악과 서사로 풀어내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동시에 많은 창작 초연작이 그렇듯, 이 극의 완성도는 배우들의 치밀한 캐릭터 분석과 연기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다. 경종 역 성두섭, 연잉군 역 신성민, 홍수찬 역 주민진도 제각기 섬세한 분석과 연기로 흡입력 강한 무대를 완성해내고 있는 배우들이다. 지난 19일, 세 배우를 만나 ‘경종수정실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사에 작품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Q 이 작품의 대본을 처음 보셨을 때 흥미로웠던 부분, 그리고 연습과정에서 보완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하신 부분은 각각 무엇이었나요?
성두섭:
저는 경종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어요. 경종이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기 때문에, 그를 좀 더 이해하고 왜 이런 선택을 했어야 했는지에 집중하면서 캐릭터를 보완해 나갔던 것 같아요. 연잉군도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느꼈고요. 다들 좀 더 명확하게만 만들어진다면 정말 좋은 캐릭터들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홍수찬은 가상인물이다 보니 더 힘들었을 거에요.

주민진: 처음 초고를 봤을 때 앞으로 많이 변하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나서 연습 첫날 나온 대본을 바탕으로 제가 채워나갈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홍수찬은 역사에 없는 인물이니까 역사에 기반한 상상을 많이 더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신성민: 저는 사극을 한 번도 안 해봐서 사극에 대한 로망이 좀 있었어요. ‘풍월주’는 배경이 신라시대였지만 퓨전극이었으니까. 이 작품은 정말 조선시대를 살아볼 수 있는 기회 같았고, 더군다나 영조라고 하니 흥미가 생겼죠. 처음에는 연잉군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왕이 되고 싶은 건지 아니면 형을 돕고 싶은 건지 좀 더 명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은 그의 태도를 이해해요. 연습 과정에서 연잉군이 그렇게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생기더라고요.
 



Q 주민진 씨는 숙종도 함께 연기하는데, 각 인물들에 대한 역사 자료 중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 중 연기에 반영하신 부분도 궁금하고요.  
성두섭:
경종의 경우엔 당쟁에 휘둘렸던 왕, 심신이 굉장히 지쳐있었고 아우를 사랑했다는 것, 또 장희빈의 아들이며 세자로서 30년이라는 시간을 버텨왔다는 것 등에서 흥미를 느꼈어요. 혼란한 당쟁 속에서 겨우 4년을 버티고 가셨으니, 이 사람의 속이 정말 제 속이 아닐 것 같은 거죠. 그런 것들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했어요. 게장과 감을 먹고 독살됐다는 유명한 설도 흥미로웠고요.

신성민: 우리 작품이 연잉군이 정말 형을 독살했는지, 그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잖아요. 근데 영조에 대한 자료를 보다가 재미있는 게 있었어요. 영조가 정말 억울해하면서 신하들에게 ‘내가 안 죽였다고!’라고 말했다는 설이 있대요. 얼마나 억울했으면 왕이 먼저 그런 말을 했을까 싶었어요. 또 역사라는 건 기록하는 사람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 우리가 알고 있는게 정말 진실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주민진: 제 경우는 숙종과 홍수찬을 대표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포인트가 하나씩은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지점을 찾아봤어요. 자료를 보니 당시 사관들은 실제로 붓을 항상 들고 다녔대요. 그래서 홍수찬의 경우엔 그걸 표현하려고 했고, 숙종 같은 경우엔 애묘가였다는 점을 반영하려고 했죠.

신성민: 맞아요. 민진 형은 (숙종 등장 장면에서) 고양이를 만지고 있어요. 고양이가 보여요(웃음).
 



Q 말씀하신 대로 경종은 세자로 30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잖아요. 그동안 경종의 마음에 쌓였던 감정들을 어떻게 그려보셨나요.
성두섭:
경종도 사실 좋은 왕이 돼서 좋은 나라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겠죠. 근데 어머니인 장희빈이 그렇게 되고, 다른 왕자가 태어나고, 자신은 왕의 눈밖에 나게 되었으니 모든 것이 위태로웠겠죠. 게다가 병약하고 자식도 없고,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그런 세월을 30년 겪었다는 것 자체가…정말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극중 설정처럼 기면증에 빠지고 꿈과 현실을 혼동하는 일이 실제로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근데 한편으로는 그런 세월을 버티면서 속으로는 더 단단해졌을 것 같아요. 경종이 역사적으로 크게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자료를 찾아보면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록 (통치기간이) 짧고 모든 걸 이루지는 못했지만, 많이 힘들고 지쳐 있었지만, 자기가 이루고자 했던 건 뚜렷이 갖고 있었던 인물이 아닐까. 그가 꿈꾸던 무당무편의 정치를 결국은 영조가 하게 되고요.

Q 연잉군은 형 경종에 대한 애정과 자신을 왕으로 만들려는 노론 세력 사이에서 갈등하는데, 노론 무리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어떤 것인가요.
신성민:
그들과 한 배를 탔다는 느낌은 아니었을 거에요. 분명 그들이 나를 왕세자로 만들었지만, 그들의 행동이나 자세가 나와는 다르거든요.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들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요. 살기 위한 필요악인 거죠. 그래서 저는 연잉군을 연기하면서 굉장히 외로워요. 내 편이 한 명도 없어(웃음). 형과 마음은 통하지만 그걸 내색할 수는 없고, 노론도 완전히 내 편은 아니고, 홍수찬도 의심해야 하고요. 연잉군이 노론과 함께 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들을 배척하고 형을 더 생각하는지는 공연 중반까지 계속 51대 49로 왔다갔다하면서 매 장면마다 결정의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Q 사관 홍수찬은 공정한 기록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지만, 극중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연습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하셨을 것 같아요.
주민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이 사람의 여러 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역사적 사실을 명확히 써내려 가는 사관으로서의 모습이 있고, 왕의 스승이자 친구로서 국정에 대한 힌트를 주는 모습이 있고, 또 그 결과를 다시 사관으로서 기록하기도 하고. 홍수찬도 스스로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요. 내가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적어야 한다는 건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왕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으니까요. 그 마음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인물이 홍수찬이지, 만약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다면 오히려 평면적인 인물이 됐을 것 같아요.

Q 홍수찬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경종을 신뢰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주민진:
두 가지인데, 첫번째로 주민진으로서 생각한 건 현대 사회에서 잘 볼 수 없는 인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거였어요. 요새는 자기 생존이 너무 중요한 척박한 시대잖아요. 제가 지금껏 맡았던 인물들도 아무리 희생정신이 있다 한들 결국은 자기를 위한 선택을 했던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은 인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홍수찬이 나왔어요. 그리고 홍수찬으로 들어가서 말씀을 드린다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왕의 스승이자 충신으로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자신을 희생해야겠다는) 너무 명확한 답이 나왔을 것 같아요.
 



Q 연잉군이 경종에게 인삼차를 올리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마음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신성민:
‘하얀 무지개’를 부를 때 연잉군은 계속 형을 죽여야 하는가와 내가 죽어야 하는가 사이에서 갈등해요. 거기까지 마음이 51대 49에요. 그러다 (차를 올리러) 들어갈 때 제 경우는 죽지 않으려면 죽일 수밖에 없구나, 라는 마음으로 들어가요.

Q 저는 연잉군이 자신이 죽어야겠다고 결심한 줄 알았어요.
신성민:
사실 연잉군의 마음이 줄타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정답은 없어요. 보시기 나름인 것 같아요. 연잉군이 차에 독이 들었다는 것을 처음부터 고백하지 않고 차를 따르는 데까지 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연잉군이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차를 올리려고 했다고 봐요. 하지만 형을 죽일 수밖에 없다는 그 마음이 100이 아니라 51이기 때문에 형이 툭 마음을 건드렸을 때 바로 넘어가는 거죠. 경종이 허심탄회하게 옛날 이야기를 하고 진심을 털어놓으니 거기서 감동을 받고 고백을 하는 것이거든요.

성두섭: 연잉군 역 배우들이 연습하면서 제일 힘들어했던 부분이에요. 개막 직전까지 고민한 것 같아요. 근데 연잉군이라는 캐릭터가 더 매력 있게 보여지려면, 그리고 뒤의 이야기에 더 힘이 실리려면 연잉군이 형을 죽이는 데까지 가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또 연잉군은 형이 정말로 자신을 죽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으니까.

Q 그러면 차를 받아들이는 경종은 어떤 마음인가요.
성두섭:
저는 그 순간 다 연잉군이에요. 이미 지칠 대로 지쳤고, 독에도 중독됐고, 자신이 죽을 때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안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장면에서 이미 둘의 마음이 통했잖아요. 연잉군이 나에게 그 차를 올리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도 이해하고요. 또 연잉군이 좋은 왕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는 내 뜻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다, 정말 성군이 되어라, 라는 뜻을 남겨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실제 경종이 독살당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제가 연기하는 경종은 연잉군을 위해 노론도 다 쳐내고, 그가 좋은 왕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했던 것 같아요.
 



▲ '경종수정실록' 공연 사진

Q 캐릭터 별로 각 배우 분들의 표현이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성두섭:
성민이랑은 아직 공연을 안 해봐서 아직 무대 위에서의 차이는 모르겠어요. 근데 연습할 때는 (홍)승안, (박)정원이와 표현방식이 조금씩 다르긴 하더라고요. 홍수찬도 셋이 너무 다른데, 민진이의 경우에는 나를 좀 더 옆에서 든든히 지탱해주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 수찬의 죽음이 더 크게 와 닿고, 나중에 꿈에서 나타나는 모습도 좀 더 마음에 와 닿아요. 각자 다른 매력이 있어요.

주민진: 저는 배우들 사이에 좋은 오해가 많이 쌓일수록 무대가 더 위험하고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해요. 각자 생각하는 정의와 소명이 명확하고, 그게 서로 부딪혔을 때 좋은 오해가 생겨서 무대 위의 온도가 더 낮아지고 위험해지거든요. 성민이의 정말 좋은 점 중 하나는 같이 무대를 위험하게 만들어준다는 거에요. 서로 말하지 않고 쳐다보지 않아도 칼싸움을 하고 있는 것처럼 긴장감을 만들어줘요.

형도 마찬가지에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의 목적이 불분명할 때 연기가 느슨해지는데, 형은 늘 무대 위에서의 목적이 아주 명확해요. 그래서 저도 홍수찬으로서 할 수 있는 걸 빨리 찾아가게 돼요. 인물의 목표가 얼마나 구체적인지, 또 자신의 생존을 위해 빨리 잘 바뀌는지에 따라 더 재미있는 연기가 나오고 무대의 수위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데, 분명한 목표와 빠른 변화가 형님의 장점 같아요.

신성민: 저는 형들이 하는 대로 같이 좋은 영향을 받아서 하고 있어요. 무대에서는 배우 대 배우로 만나지만, 그 외적인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제가 막내다 보니 배우는 게 많아요. 민진 형이야 오래 봤고, 두섭 형은 제가 신인이었을 때부터 저를 키워주신 분이기 때문에(웃음) 굳은 신뢰감이 있죠. 온전히 믿고 갈 수 있는 배우들이고, 뭘 해도 다 받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Q 세 분이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죠. 꼭 배우로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으로서 서로 그간 변화해온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신다면요.
성두섭:
저희 이런 거 되게 쑥스러워 해요(웃음).
신성민: 한 명씩 있을 때 해야 되는데(웃음).

주민진: 성민이를 2009년 ‘그리스’ 연습 때 처음 만났으니까 안 지 10년 됐네요. 그 때 제가 본 성민이는 되게 조용하게 자기 할 것만 하는 친구였는데, 지금의 성민이는 엄청 웃겨요. 굉장히 개그감과 위트가 있는 친구가 돼서, 근래에 성민이랑 같이 공연을 했던 사람들이 성민이에 대해 ‘되게 웃겨’라고 하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모습을 많이 봤지만, 이제는 누굴 만나도 재미있게 잘 지내는구나 싶어요. 그리고 목소리가 너무 좋아져서 노래 할 때 깜짝깜짝 놀라요.

그리고 두섭 형은, 우리가 데뷔 년도(2005)가 같아서 활동 시기가 비슷할 거에요. 근데 형이 했던 공연을 제가 이어서 했던 적이 되게 많아요. 형이 ‘그리스’의 로저를 하면 제가 그 다음에 그 역할을 하고,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닥터리를 하면 제가 또 그 다음에 하고요. 항상 뒤에서 형님을 따라가는 입장이었고, 형의 뒷모습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죠. 배우들은 평소 살아가는 방식이 무대 위에 그대로 보여지는 것 같아요. 평소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가 무대 위에서 그대로 드러나거든요. 성민이도 평소의 진지함이 무대 위로 그대로 가고, 형은 늘 무대에서 명확한 목표를 갖고 달려가는 모습이 인생 자체에서 나오는 거에요. 평소에 그냥 사는 모습을 보면서도 많이 배워요.
 



성두섭: 할 얘기 없다더니(웃음). 성민이는 ‘풍월주’ 때 처음 만났어요. 그 때는 정신없이 공연을 만들어가는 단계라 깊이는 몰랐는데, 이후에 ‘나무 위의 군대’를 같이 하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엄청 많다는 걸 느꼈어요. 되게 진중하고, 연기를 더 파고들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다, 잘 되겠다고 느꼈죠.

민진이가 좋은 작품을 꾸준히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한 무대에 선 건 ‘베어 더 뮤지컬’이 처음이었어요. 생각이 되게 깊더라고요. 또 연출도 하고 글도 쓴다는 걸 알고 놀랐어요. 민진이가 쓴 대본으로 리딩을 한적이 있는데, 그렇게 6~70페이지의 대본을 완성한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생각도 깊고, 아이디어도 많고, 참 좋은 재목이라고 생각했죠.

신성민: (두섭)형을 ‘풍월주’로 처음 만났을 때는 한없는 선배님이었어요. 나이는 두 살 차이지만 형이 했던 작품 수도 많았고, 제게 가르쳐주는 것도 너무 많아서 정말 한없이 내리배움한 것밖에 없어요. 힘들고 어려울 때 같이 무대에 올라가면 많이 의지가 됐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같이 하면 불안보다 설렘이 느껴지고, 한 무대에 서는 것이 되게 기대돼요. 그 때는 한없이 선배님이었다면, 지금은 편한 친구 같은 형이 되면서 인간적으로도 좀 더 가까워졌죠. 그때나 지금이나 멋있어요.

민진 형의 경우는 정말 안지 오래 됐고, 계속 자주 보면서 정말 많은 모습을 봤어요. 글 쓴다는 얘기도 5년 전에 처음 했는데, 그 때 제가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했거든요(웃음). 포기할 줄 알았는데, 결국 완성해내는 걸 보고 존경하게 됐어요.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서 결과물을 낸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재능도 많고요.
 



Q 최근 1년동안 어떤 시간을 보내셨는지, 지금 가진 바람이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지도 듣고 싶어요. 성두섭 씨는 지난해에 좀 쉬면서 골프, 서핑을 배우셨다고요.
주민진:
부르주아네(웃음).
신성민: 비싼 취미를 해(웃음).

성두섭: (웃음)집 앞에 골프장이 있길래 운동 삼아 배워봤어요. 너무 어려운데 그래서 재미있더라고요. 서핑은 제가 물과 바다를 좋아해서 여름에 해봤고요. 제가 작년에 쉬고 나서 다른 배우들한테도 휴식을 추천하게 됐어요. 끊임없이 작품만 계속 하면 스스로도 좀 지칠 때가 있는데, 2~3주 쉬니까 몸이 근질근질해지고 작품에 대한 의지나 애정이 더 강해지더라고요. 작품 보는 눈도 좀 달라지는 것 같고.

배우들은 무대에 서는 게 정말 큰 축복이에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휴식도 꼭 필요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머리가 꽉 차 있으면 더 이상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지만,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머리를 좀 비우면 그만큼 다시 채울 수 있는 것들이 생겨요. 쉬면서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은 또 다르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그런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일단은 ‘경종수정실록’을 잘 준비해서 올렸으니까 아무 사고 없이 잘 끝내는 게 지금의 바람이고 계획이에요. 그러기 위해 체력 관리도 잘 해야 하고요. 그 이후에는 아직 생각해본 것이 없어요. 출연 제안이 들어오면 신중히 읽고 생각해서 결정해야 되고, 만약 쉬게 되면 그것도 좋죠(웃음). 충전하고, 여행도 가고요.
 



Q 주민진 씨는 작년 ‘배니싱’ 인터뷰 때 무대에 대한 두려움, 압박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주민진:
그 공포감은 여전히 있어요. 근데 그게 있어야 제가 무대를 대하는 마음에 더 무게가 생기고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떨치려고 하기보다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 중에 하나라고 받아들이고 살고 있어요.

내년에는 삶의 방향성을 좀 바꿔서 좀 더 여유롭고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자 하고 있어요. 내가 뭔가(작품)를 받아서 하기보다 직접 글도 쓰고 노래도 만드는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좀 더 많이 하고 싶어요. 뭐가 됐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에 집중해보자,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을 쭉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싶으면 2주 내내 오토바이만 탈 수도 있고, 여행을 갈 수도 있고.

그래서 ‘경종수정실록’을 마지막으로 공연 무대에 서는 걸 당분간 좀 쉬려고 해요. 그러니까 지금 ‘경종수정실록’을 더 재미있게 하고 싶고, 노래도 더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Q 신성민 씨는 올해 ‘시데레우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그리고 ‘경종수정실록’까지 오랜만에 작품을 연이어 하고 계시죠. 
신성민:
사실 엄청 바쁘지는 않았어요. ‘시데레우스’ 끝나고 1주일쯤 쉬고 연습에 들어갔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휴식과 충전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인데, 요새는 열심히 일하는 데서 오는 행복감을 좀 더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이러다 지치면 형 말대로 바람도 좀 쐬고 나를 충전하면서 계속 갈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야겠죠.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니 언제까지 저를 선택해주실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 내에서 길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내 스스로 휴식과 보상을 챙기고, 또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고, 그렇게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어떤 거창한 계획을 세워서 움직이기보다 하나하나 해 나가면 그 다음 것이 오고, 그렇게 해왔던 것 같아요. 지금 맡은 바를 최선을 다 해서 끝내고, 아프지 않게 건강도 조심해야겠죠. 그게 지금의 제 목표이자 바람이에요.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뉴프로덕션 제공


☞ 뮤지컬 ‘경종수정실록’ 예매 ☜
 


[ⓒ 플레이DB www.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스크랩 이전글 다음글 목록

댓글쓰기

입력
플레이DB의 모든 공연DB는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 공연정보로 연동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