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김동완 "인생의 제1원칙? 나뿐 아닌 모든 사람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

작성일2018.12.21 조회수9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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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가문의 8번째 상속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가난한 청년이 1순위 상속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높은 자리에 올라가겠다는 목표를 위해 사방팔방으로 애를 쓰는 몬티 역을 보며 김동완은 자신의 데뷔 시절을 떠올렸다. 20여 년 가까이 현존 최장수 아이돌로서 활동하기 위해 버텨낸 자신의 모습이 몬티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김동완은 몬티와 달랐다. 초심을 잃어버린 채 세속적이고 탐욕적인 인물로 변한 몬티처럼 되지 않기 위해, 본인이 만든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부단히 노력했다. 그가 전하는 작품에 대한, 인간 김동완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Q. 프레스콜 당시에 “‘젠틀맨스 가이드’ 출연을 결심하게 된 건 동료 배우들 덕분이었다”라고 했던 게 기억에 남았어요.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데 함께 하는 배우들의 힘이 컸나 봐요.
정말 컸죠. 만석이 형이랑은 언젠가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고요. 규형이, 지상이, 경수 등 무대 경험이 많은 친구들을 통해서도 배울 점이 많을 거 같다고 생각했었어요. 연석이도 뮤지컬에 선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뮤지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것 같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이번 작업하면서 지켜보니, 하나하나 정말 배울 점들이 많은 배우들이었어요.

Q. 어떤 점들을 배웠나요. 연습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들을 꼽자면요?
우선 연석이는 뮤지컬에 흠뻑 젖어서 작업하는 모습이 정말 놀라웠어요. 저보다 동생이지만, 주변 사람들을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지상이나 만석이 형 같은 경우는 정말 연습실을 떠나질 않더라고요. 정말 연습 기간에도 캐릭터에 흠뻑 젖어있다가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각자 스타일에 맞춰 코미디를 녹여내야 하는 작품이다 보니,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다들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적극적으로 수많은 의견을 내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어요.

무대에서는 상대 배역들의 순발력에 감탄할 때가 많아요. 특히 시벨라 역의 소하 씨와 피비 역의 아선 씨요. 며칠 전에도 제가 공연 때 단어 하나를 바꿔 말한 적이 있었는데, 소하 씨가 바로 거기에 맞게 대사를 받아쳐 주시더라고요. 아선 씨는 제가 동선을 헷갈릴 때면 제 몸을 잡고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하고요. 정말 좋은 배우들 덕분에 무대에서 몬티로서 더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Q. 코믹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넘버들은 굉장히 클래식한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 넘버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박자부터 코드 진행까지 낯선 부분들이 많아 정말 어려웠어요. 쇼팽이 주로 좋아했던 박자라고 하더라고요. 음계도 일반 가요들과는 굉장히 다른 스타일이에요. 드라마틱하게 반음을 찍어야 하는 부분이 되게 많아요. 정확한 음만 내줘도 사람들이 노래를 통해 극의 감정에 빠져들 수 있도록 섬세하게 쓰여진 곡이라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요. 공연 전에 건반으로 음을 맞춰보며 연습하기도 하고요. 연습생 시절이 떠오를 정도였어요.
 



Q. 동완 씨가 생각하는 몬티 나바로라는 어떤 인물이에요?
왜 사람들이 한 번쯤은 누구나 갖잖아요.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 욕심 같은 거요. 물론 몬티는 어머니가 받은 상처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요. 돈도 돈이지만, 일단 몬티는 명예욕을 가진 인물인 것 같아요. 그런 욕심이 갈수록 커지다 보니 점점 괴팍한 사람으로 변하게 되는 거고요.

Q. 그래서인지 2막으로 갈수록 흑화(?)하는 동완 씨의 연기가 인상 깊더라고요.
너무 과한 게 아닐까 싶어 고민하기도 했었는데요. 반복되는 살인과 신분 상승을 경험하다 보면 사람이 약간은 망가져 가는 상태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마치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다이스퀴스 가문의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처럼요.

Q. 몬티와 다이스퀴스를 비롯한 주변인들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던가요?
행동까진 이해할 수 없지만, 상황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 됐어요. 사실 제가 강남 8학군 출신이에요. 물론 전 어릴 때부터 홀어머니와 함께 반지하에서 살았지만요. 집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 보니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많았었는데,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잘 살았었거든요. 저도 몬티처럼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그때 느낀 게 부자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게 아니고, 가난하다고 해서 누구나 정이 많은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인물을 단면적으로 보고 판단하지 않는 편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평판만 듣고 누군가에게 편견을 가지려고 하지도 않고요.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버릇이 생겼죠. 연기하는 캐릭터를 접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Q. 저는 후계자를 한 명씩 무찌르며 1순위 후계자로 나아가는 몬티의 모습이 현존 최장수 아이돌로서 가요계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룹 신화 김동완의 모습과 겹쳐 보이더라고요. 동완 씨는 지금의 자리를 오르는 과정에서 마주한 난관들을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맞아요. 겹치는 부분이 많아요. 저 같은 경우는 제 앞에 닥친 난관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난관들이 스스로 없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몬티에게 동질감을 많이 느꼈죠. ‘주머니 속의 독’이라는 넘버에서도 보면 몬티는 본인이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해하지는 않거든요. 상황을 그렇게 유도한 거죠. 물론 제가 누구를 해한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웃음) 근데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정말 제가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벽을 마주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Q. 몬티는 자신의 목표를 좇다가 조금씩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지만, 동완 씨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참 한결같은 모습인 것 같아요. 큰 사건·사고에 휘말린 적도 없었고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자기 중심을 잘 잡고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뭔가요.
사실 그런 면에서 과대평가를 받고 있는 거긴 한데요. (웃음) 적어도 ‘인간의 도리상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말자’라고 생각한 게 컸던 것 같아요. 착하게 산 게 아니라 못된 짓을 덜 한 거죠.

연예인들은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먹고 살잖아요. 그러다 보니 가끔은 나의 마음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져서 괴로웠던 적도 있었어요. 그럴 때 연예계를 잠시 떠나 다른 곳으로 멀리 여행을 갔었는데요. 근데 정말 나를 잠 못 자게 하고, 화나게 하던 일들도 거대한 자연 앞에선 하찮은 고민이더라고요. 히말라야에서 고산병을 겪어보기도 하고, 서핑을 하다가 파도에 휩쓸려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해보니 실감이 났어요. 죽음 앞에선 이 모든 게 정말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내일 내가 당장 죽는 상황이 온다면 오늘 가진 고민을 생각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저 자신을 지키고 하루하루를 버텼어요. 근데 또 모르죠. 언제 고난이 닥쳐올지. (웃음)
 



Q. 얘기하다 보니 거의 도를 깨달으신 분 같은 느낌인데요.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 많은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죽음을 많이 지켜봤거든요. 가까운 동료의 죽음, 연예인 동료들의 안타까운 일들도 있었고요. 일반 대중분들도 그런 소식에 가슴 아파하고 놀라시는데, 함께 활동했던 저희는 얼마나 심각하게 다가왔겠어요. ‘저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주변에 무슨 일이 있었나’, ‘어떤 사람들이 옆에 있었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끝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잘 사는 걸까’에 대해 항상 고민하게 되고요. 원칙적인 것들을 생각하다 보니 연예인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자기 중심을 지키는 법을 찾게 되더라고요.

Q. 그럼 동완 씨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뭐예요?
저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거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다 보면 저도 자연스럽게 행복해져요. (기자 : 다른 사람의 행복이 나의 행복과 겹치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물론 늘 겹치지 않죠. 다른 사람의 행복이 날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고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100 정도의 행복을 누리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이 불행해질 바에는, 내가 50 정도의 행복을 누리고 다른 사람들이 20~30 정도 행복해지는 게 낫다고요.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면 저도 행복해지잖아요.

Q. 팩폭러(팩트폭력을 하는 사람의 줄임말로, 옳은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을 뜻함)로 유명하시잖아요. 최근에는 앨범 발매 기자회견에서 상품화 되는 여자 아이돌 산업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도 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관련 질문을 하셔서 생각을 얘기하긴 했는데, 너무 기사가 많이 나가서 좀 조심스럽긴 했었어요. 괜히 제 말로 의도치 않게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요. 그런 생각은 했었어요. 본인의 선택에 의해 컨셉을 정하고 대중들에게 그런 모습들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존중받을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자 아이돌은 이렇게 해야 돼’라는 관념에 사로잡혀서 원하지 않는 것들을 억지로 해야 한다면 그건 문제가 된다고 봐요.

Q.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요즘엔 뮤지컬 시장에서도 다양한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활약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관객들의 우려 섞인 시선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후배들도 많은 것 같아요. 먼저 활동한 선배로서의 생각이 궁금해요.
편견을 갖는 건 당연한 거 같아요. 그리고 그게 어느 정도는 바람직한 방향인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나 와서 뮤지컬을 해도 된다는 문화가 되어버리면, 공연계에 오래 몸담았던 배우들이 얼마나 기분이 안 좋겠어요. 아직까지 그런 고민을 제게 얘기했던 아이돌 출신 후배들은 없었는데요. 멀리서 지켜보면 본인들이 충분히 괴로워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절대 만만하게 생각할 수 없는 장르거든요. 뮤지컬 무대에선 공연되는 2시간 40분 동안 본인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편견을 좋아해요. 편견을 깨부수는 게 일상이 되는 사람들이라서요. ‘내가 어떻게든 관객들을 극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 거야’ 각오를 다지게 되거든요. 오히려 이미 좋아할 준비가 된 모습으로 오신 분들만 가득하시면 그게 더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가족들 앞에서 공연하는 기분 같아서요.
 



▲ 2011년 뮤지컬 '헤드윅' 출연 당시 김동완
 
Q. 동완 씨는 처음에 뮤지컬 할 때 어떠셨어요?
어리바리 했죠. 사실 처음엔 뮤지컬 할 생각이 없었어요.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관객 앞에서 할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그런데 뮤지컬을 한 번 보니깐 ‘서고 싶다. 짜릿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헤드윅’ 출연 제안이 들어왔고,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어요.

Q. 뮤지컬을 시작한 지 어느덧 7년이 됐어요. 이제는 뮤지컬 무대가 편하지 않으세요? 그런데 여전히 작품 선택에 있어서는 고민 많이 하는 편이라고 들었어요.
고민 정말 많이 하죠. 뮤지컬 무대가 편해지긴 했는데, 편해진 만큼 보이는 게 많아서요. 정말 각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이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보완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니깐, 저 역시도 완벽한 무대에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이젠 ‘내가 무대에서 내 몫을 다해야지’를 넘어 ‘이 작품이 잘 되어야 해’라는 생각까지 들어요. 그러다 보니 작품 선택할 때도 정말 힘들어요. 그래도 뮤지컬이란 장르는 정말 무섭지만 재밌어요. 언제 이렇게 집중적으로 수개월 동안 한 작품을 위해 연기, 음악에만 집중해 보겠어요.

Q. 본인이 가진 영향력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사람 같아요. 위안부 할머니, 미혼모 등을 위한 기부 활동은 물론이고요. SNS를 통해서도 사회 이슈 등에 대한 소신 발언도 종종 하시잖아요. 이러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생긴 거예요?
평소에 술을 마실 때도 뉴스를 검색하는 편이에요. 저는 게임도 안 하고, 스포츠 경기도 즐기지 않는 편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런 것들에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기나 봐요. 라디오 같은 것도 자주 챙겨 듣고요. 어떤 특정 이슈에 관심이 생기면 꾸준히 지켜보다가, 정말 나라도 나서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다 싶은 생각이 들 때 행동하게 돼요.

Q. 그럼 요즘엔 어떤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두고 계세요?
급변하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서 젊은 친구들이 많은 책임감을 떠안고 있는 것 같아요. ‘사회 초년생, 취업 준비생들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 할까’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어요. 저도 그 방향을 찾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경제 분야 쪽 뉴스를 많이 챙겨보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동완 씨가 내년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뭔가요?
내년에는 드라마를 통해 꼭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한동안 드라마 활동이 뜸했던 것 같은데요. 드라마를 통해 배우 김동완의 모습을 다시 한번 증명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요. (기자 : 맡고 싶은 배역이 혹시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전쟁 드라마나 시대극 같은 작품에 출연해 보고 싶어요. 제가 부잣집 도련님 같은 느낌은 아니라, 현대극의 부잣집 역할만 아니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 김동완 영상 인터뷰 보기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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