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설렘 가득한 눈빛, <락 오브 에이지> 박한근

작성일2012.11.02 조회수1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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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요. 하고 싶은 걸 하고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저를 설레게 해서 행복해요. 아직 올라야 할 산이 높아서 설레는 나날이에요." <모차르트 오페라 락>으로 단번에 주연급 배우로 떠오른 박한근은 유독 '설렌다'는 말을 많이 했다. 꿈을 쫓아 달려온 지 십여 년, 끝내 지쳐 포기하려던 그에게 <모차르트 오페라 락>은 마지막 기회로 다가왔고, 그는 그 기회를 십분 활용해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또렷이 각인시켰다. 그리고 이제 그는 모차르트를 벗어나 <락 오브 에이지>의 드류로 변신하는 중이다. 드류는 락커가 되기 위해 상경해 우여곡절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순수한 청년.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을 꼽아달라는 청에 즐거운 표정으로 초롱초롱 눈을 빛내던 박한근은 벌써 드류와 꼭 닮아있었다.

두 번째 주연작, <락 오브 에이지>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셨나요?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김재성 연출님이 이 작품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먼저 OST를 들어봤는데, 제가 중고등학교 때 즐겨 들었던 음악이 많더라고요. 음악도 좋고, 락밴드를 하던 시절의 기억도 나서 해보고 싶었어요. 예전에 워낙 락을 좋아했고, 발성도 락에 가까워서 선배들이 저를 '롹한근'이라고 부르기도 했거든요.
작품을 볼 때 음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내러티브를 가진 극을 좋아해요. 내가 연기적으로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좋죠. <락 오브 에이지>에 대해 쇼뮤지컬, 쥬크박스 뮤지컬이라고도 하는데, 연출님이 좋은 대본을 만들어주셔서 극적으로도 재미있고 음악적으로도 신나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락 오브 에이지>가 또 다른 도전이 되겠네요.
일단 음악적인 부분에서 배우는 게 많아요. 어릴 때부터 락을 해서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또 다시 제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극중 음악이 제가 했던 노래들보다 음역대가 높은 데다가, 그 위에서 계속 놀아야 해요.(웃음) 듣기는 너무 좋은데 부르기는 너무 어려운 작품 같아요. 이걸 잘 풀어나가는 것이 저한테는 숙제죠.

박한근씨가 보여줄 드류는 어떤 드류가 될까요?
가장 어려운 질문 같아요. 잘 모르겠어.(웃음) 물론 배우가 대본분석을 통해서 많은 고민을 통해 캐릭터를 잡아가기는 하지만, 제가 어떤 드류가 될지는 결국 관객들이 판단해줄 몫 같아요. 혹자는 '귀엽다'고 할 수도, 또 다른 사람은 '외로워 보인다' 거나 '좀 또라이 같은데?'할 수도 있겠죠.
지금 제가 연출님과 얘기하며 만들어가는 드류는 일단 굉장히 소심해요. 트리플 A형. 특히 쉐리와의 사랑에 있어선 너무나 순진한 쑥맥이죠. 쉐리 앞에선 어쩔 줄 몰라하는. 하지만 음악 앞에서는 '무대뽀'에요. 락커를 꿈꾸는 한낱 바텐더지만 누가 '노래 한 번 해봐'하면 정말 무대뽀로 나가서 미친 듯 열광하죠. 그렇게 상황에 따라 변해요.



자신과 닮은 점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나요.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드류를 보며) 가장 먼저 다가왔던 건 스물 한 살 무렵 너무 노래가 하고 싶은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힘들어했던 제 모습이에요. 너무 힘들어서 노래를 그만둘까 고민하기도 했던 순수한 신인의 모습이 드류와 닮은 것 같아요. 드류 역시 락커의 꿈을 품고 상경했지만 쉽게 꿈을 이루지 못한 아픔을 가졌으니까. 여자와의 관계에서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웃음)여자 앞에서 순진한 모습도 닮았나요?
닮은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어요. 전 쑥맥은 아닌 것 같은데…좀 무뚝뚝하고 표현하기 부끄러워하는 면은 닮은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다 보니 다 닮은 것 같네.(웃음) 앞으로도 캐릭터를 더 만들어갈 텐데, 고민하면서 더 나은걸 찾아가야죠. 지금까지는 큰 숲을 만들어놨다면, 앞으로는 걸음걸이 하나에도, 눈빛 하나에도 드류가 잘 표현되도록 디테일을 만들어 가야죠.

극중 특별히 좋아하는 넘버를 꼽는다면.
하나만 꼽기가 어려운데… '아이 워너 락(I wanna rock)'은 진득한 락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노래라 순간적으로 진하게 치미는 감정이 있어요. 제일 좋은 곡은 쉐리와 듀엣으로 부르는 '하이 이나프(High enough)'에요. 쉐리와 오해로 떨어져 있다가 우연치 않은 계기로 재회하면서 부르는 곡이죠. 그리고 2막 마지막에 오해를 풀고 미안한 마음으로 쉐리를 찾아가서 함께 부르는 '서치 이즈 오버(Search is over)'도 너무 좋아요. 과거의 잘못을 다 후회하면서 이제는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곡이죠.
근데 노래가 다 정말 좋아요. 트레이시 노래 중에 '아이 원투 노우 왓 러브 이즈(I want to know what love is)'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멜로디라인이에요.

<락 오브 에이지> 연습실 가는 길에 셀카를 찍어서 트위터(@kihoo81)에 올리셨던데, 설렘 가득한 표정이 인상적이었어요.
새로운 건 항상 설레는 일이잖아요. 연습할 때마다 항상 설렘을 갖고 오죠. 항상 즐거워요. 이런 즐거움 때문에 이 일을 계속 하는 것 같아요. 제일 설레는 순간은 공연이 시작하고 나서 무대 위에 올라가기 직전이에요. 그 때는 매 순간이 설레고 떨려요. 어릴 때는 죽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 떨림이 평생 갔으면 좋겠어요. 만약 이 떨림이 사라지면 일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아요. 이 긴장감을 갖고 무대 위에 올라고,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관객들과 함께 그 긴장감을 해소하는 것이 너무 좋아요. 빨리 공연이 시작돼서 그 설렘을 관객과 함께 즐기고 싶어요.



락밴드도 하고, 연기도 배우고, 어릴 때부터 다양한 걸 많이 해보신 것 같아요. 지금의 박한근이 있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어릴 때 꿈이 영화감독이었어요. 열 일곱 살 때. 그 땐 하루에 영화를 한 편씩 보는 것이 목표였어요. 지금도 집에 가면 비디오테이프가 500~600개 있어요. 폐업한 비디오가게에 가서 왕창 사다가 쭉 진열해놨거든요. 그래서 영화감독이 되려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가 거기서 연기 수업을 듣게 됐죠. 연기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무조건 앞에 나가서 (연기를)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연기를 해보니 자꾸 뭔가가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거에요. '어? 이게 뭐지?' 싶었죠. 2학년 때 아예 연기로 전공을 바꾸고 나서는 이게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당시 아주 작은 역할을 맡았는데도 '이게 나를 미치게 만드는구나' 했거든요.

그래서 연기를 파고들기 시작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기획사에서 가수 오디션을 보고 한 번에 붙었어요. 노래를 잘 했던 거죠.(웃음) 2~3년 동안 준비해서 앨범이 나오긴 했는데 회사에 문제가 많아서 앨범이 사장됐어요.
그 후엔 드라마 OST 작업을 많이 했어요. 신인이라서 돈을 받지도 못했어요. 무조건 시켜달라고만 했죠. 나중에 그 드라마들이 일본에 수출되고 어느 정도 유명해지면서 일본에서 콘서트 위주로 가수 활동을 하게 됐죠.

도중에 노래·연기를 하겠다는 마음이 흔들린 적은 없나요?
있었죠. 솔직히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너무 많았어요. 현실적으로 먹고 살아야 되는데 나이는 점점 들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노력을 해도 자꾸 미끄러질 때. 어릴 때부터 그런 경험을 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지쳐가니까요. 그런데 희한하게, 정말 희한하게도 '이제 내려놓자'고 생각하고 다른 것을 준비할 때 꼭 뭔가 일이 들어와요. <모차르트 오페라 락>을 하기 전에도 그랬거든요.

제가 욕심이 많아서(웃음) 전부터 연출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모차르트 오페라 락>을 하기 전에 다 접고 연출 공부하러 유학을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4개월 정도 토플 학원에서 하루 10시간씩 공부를 했죠. 근데 그 때 제 베스트프렌드가 슬쩍 말하더라고요. 자기가 <모차르트 오페라 락>이라는 작품의 무대디자인을 하게 됐는데, 너랑 캐릭터가 잘 맞을 것 같다고. 그러면서 '아, 너 유학간다고 했지? 됐다~'이러는 거에요. 그러다 며칠 후에 또 '너랑 잘 맞을 것 같은데, 아니다~' 하고. 궁금해서 무슨 작품인지 찾아봤죠. 내가 하면 잘 할 것 같았어요. 일주일 정도 고민하다가 오디션 원서를 냈어요. 그게 된 거죠.
그 전에도 항상 그랬어요. 너무 힘들어서 지쳐있을 때 뭔가가 하나 들어오고, 하나가 들어오고, 인복이 좋은 가봐요.

 신기하네요(웃음).
저도 제 인생이 신기해요. 주위에선 네가 그만큼 노력하고 인간관계를 잘 쌓아와서 그런 거라고 얘기해요. 만약 <모차르트 오페라 락>을 못했다면 김재성 연출님과도 못 만났을 테고, <락 오브 에이지>라는 좋은 작품도 못 했겠죠. 세상을 살아가는 건 그래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내가 계획한대로 가고는 있지만, 또 꼭 그렇게 가지만은 않아요. 내가 이걸 하리라고 누가 생각했겠어요. 하지만 하고 있죠. 그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선배들이 저한테 '노래, 연기 하나만 해도 어려운데 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냐, 하나만 해라' 하면 전 항상 '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건데요' 했어요. 나한테 100만큼의 힘이 있으면 그걸 50, 50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여기도 100, 저기도 100을 쏟아서 같이 잡으면 된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어요. 내가 좀 고생하고, 내 몸이 힘들지언정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어릴 때부터 생각했죠. 물론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그 꿈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살다 보니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생각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도 많을 것 같아요.
정말 많아요. 진짜 많아요. 하나씩 다 해보고 싶어요. <엘리자벳>의 '죽음'도 매력적이고, <맨 오브 라만차>도 해보고 싶고, <레미제라블>의 '마리우스'도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어요. <서편제>의 '동호'도 해보고 싶고 소극장 연극도 해보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머리가 복잡한데, 고민은 많이 안 해요. 때가 되면 하나씩 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있어서요. 지금 내 앞에 놓여있는 것을 하다 보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같아요.

낙천적인 편이세요?
네. 굉장히 낙천적이에요. 그런데 그건 밖으로 보이는 모습이고 안으로는 생각이 많아요. 일할 때는 완벽주의가 있어서 무조건 해내야 되고. 근데 실패하거나 못해서 욕을 먹어도 좌절하지는 않아요. 내 실력이 아직 여기까지니까, 아직 올라갈 곳이 높으니까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해요. 이게 낙천적인 건가?(웃음)

연출, 영화감독의 꿈도 여전히 갖고 계신가요?
지금은 생각 안 해요. 지금은 오로지 무대 위에 있는 순간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근데 연출도 10년, 15년 후에 어느 순간 스윽 제 앞에 와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걸 위해 제가 중간에 이것저것 다 해놓겠죠.
우선은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하다 보면 저랑 맞는 것도 있겠지만 분명 안 맞는 것도 있을 거에요. 깨지거나 실패하는 건 두렵지 않아요. 그렇게 도전해서 올라가고, 내려가면 또 올라가는 작업이 계속 반복되겠죠. 5년, 10년 후에도 지금과 똑같이.

우선 박한근씨의 다음 작품, <락 오브 에이지> '한드류'를 기대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마음을 내려놓고 오세요. <락 오브 에이지>는 즐기는 뮤지컬이니까요. 같이 즐길 때 더 재미있어지는 공연이니까, 그냥 놀러 온다는 생각으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일어나고 싶을 때는 일어나고, 소리 지르고 싶을 때는 소리 질러도 괜찮아요. 객석에서 소리지른다고 뭐라고 하지 않아요. 같이 소리지를 거니까.(웃음) 관객들이 그렇게 놀아줬을 때 배우들도 무대 위에서 더 신나게 공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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