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단독인터뷰] “변했냐고요? 달라진 건 없어요” 장기하와 얼굴들

작성일2016.10.25 조회수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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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커피를 노래하던 ‘장기하와 얼굴들’의 사랑 노래는 어떨까? 장기하와 얼굴들이 뻔하지 않은 사랑이야기를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이름하여 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앨범 발매 후 주로 락 페스티벌 무대 게스트로만 나섰던 이들이 드디어 오는 29일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단독 전국투어에 나선다. 그것도 장기하의 얼굴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소극장 무대에서 말이다. 전국투어 준비로 조금은 피곤해 보였지만, 대답만큼은 솔직했던 이들과의 인터뷰를 가감없이 전한다.
 
 



4집 발매 이후 첫 전국투어다. 이번 '날로 먹는 내사노사'는 어떤 공연인가?
장기하 : 작년에 작은 공연장에서, 가까이서 호흡 하면서 즐길 수 있는 클럽 투어 공연인 '날로 먹는 장얼'이라는 이름의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관객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클럽 공연장에서 공연을 할 계획인데, ‘날로 먹는’에 4집 앨범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의 줄임말을 붙였다. 공연에 오시면 4집 앨범에 있는 곡들을 날로 드실 수 있을거다.

원래는 대규모 공연을 계획했다가, 갑자기 소규모 공연으로 변경했다고 들었다.
장기하 :
원래는 새 앨범이 나왔으니 성대하게 해봐야지 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게 누굴 위해서 좋은건가’란 생각이 들더라. 관객들이 바라는 건 우리와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좋은 음악을 듣고 싶은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큰 공연장에서 공연하지 않는 대신 횟수를 늘렸다.
 



그렇다면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순서가 있나?
장기하 : 미리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관객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웃음) 여태까지 장기하와 얼굴들 콘서트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무대인 건 확실하다. 각 도시마다 다르게 준비하고 있다. 참 입이 근질근질한데.

퍼포먼스적인 부분에서 변신을 하는 건가?
장기하 :
음악 외적 퍼포먼스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한, 두 곡 정도가 많이 바뀔 거다. 퍼포먼스 이외에도 부산 공연에서는 할로윈을 맞아 오시는 분들이 아주 재미있을 만한 이벤트도 준비했다. 궁금한 분들은 공연을 통해 확인해달라.
 



얼마 전에는 일본 딥펑크 밴드 ‘자이니치 휭크’와 한국에서 합동공연도 한 걸로 알고 있다. 호흡은 어땠나?
장기하 : ‘자이니치 훵크’는 굉장히 딥 훵크 음악을 잘 하고 재미있게 하는 팀이라 우리와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 생각해 공연을 하게 됐다. 재미있었고 호흡도 잘 맞았다. 무엇보다 놀랐던 건 의외로 한국 관객들이 자이니치 훵크에게 열정적인 반응을 해줬다는 점이다. 초대한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았다.

오는 11월에는 도쿄와 오사카에서도 함께 공연을 펼치는 걸로 알고 있다. 이전에도 일본에서 공연을 했던 적이 있던 걸로 아는데 한국과 일본의 관객들의 반응이 많이 다른가?
장기하 :
물론이다. 일본에서는 우리가 한국에 비해 안 유명하기 때문에.(웃음) 그리고 일본 분들이 전체적으로 조금 차분하게 관람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공연 시작할 때는 조금 차분한 분위기인데, 공연이 끝날 때 되어서는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그 점이 일본 공연의 가장 큰 재미인 것 같다.
 



4집 앨범 컨셉이 ‘사랑’이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번 앨범 가사의 주를 이루고 있는데, 특별히 이 컨셉 가지고 가게 된 이유가 있나?
장기하 : 사랑에 대해서 노래하는 건 가장 평범한 얘기다. 누구나 하는 거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지난 1~3집에서 사랑을 전면에 내세우는 건 너무 전형적이고 뻔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3장의 음반을 내보고 나니깐 이제는 그걸 한 번 해보고 싶어졌다. 오히려 이제는 처음보다 노하우가 쌓였으니, 사랑을 뻔하지 않게, 재밌게 풀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제를 ‘사랑’으로 가져갔다.

오히려 피하고 싶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장기하 :
사실 사랑에 대한 얘기를 전혀 안했던 건 아니다. 전면으로 사랑이란 단어가 들어간 제목의 앨범을 발매한 것이 처음인 것뿐이다. 밴드로서, 뮤지션으로서 자신감이 이전보다 생겼기 때문에 이런걸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하게 된 거다.

그럼 앨범 컨셉에 대한 아이디어는 보통 어떻게 찾나?
장기하 :
노래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거다. 앨범 전체 컨셉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노래를 만들었던 적은 없었다. 보통 아주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소재를 얻어 노래를 만들고, 한 개 한 개 노래가 쌓여가다 보면, 어떤 일관된 정서, 주제 랄까 이런 게 있더라.
 



4집 타이틀 'ㅋ'는 제목부터 참 특이하다. 'ㅋ'에 특별한 의미가 있었나?
장기하 : ㅋ은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쓰는 말들 중에서 말 같지도 않은 말 중에서 가장 말 같은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ㅋ을 여러 개 써서 웃음을 표현하는 게 표준어도 아니고 진지하게 여겨지는 그런 말은 아니지 않나? 하지만 생각해 보면 ㅋ은 우리 모두가 너무 일상적으로 많이 쓰고 있다. 또한 ㅋ을 몇 개 쓰느냐에 따라서 혹은 어떤 상황에서 쓰느냐에 따라 섬세하게 의미가 달라지더라.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ㅋ이라는 자음 한 개 가지고도 노래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말 가사만 사용하는 데다 문법까지 잘 지키는 장기하와 얼굴들 아닌가? ㅋ의 가사는 의외였다.
장기하 :
사실 어떻게 하다 보니 ‘국어사랑 밴드’ 이미지가 생겼는데, 무조건 표준어만 사용해서 노래를 만드는 건 아니다. 가사를 쓸 때는 표준어라기보단 우리가 친숙하게 매일 사용하는 한국어를 이용해서 가사를 쓰려고 한다. 거기에는 비속어가 들어갈 수 있고, 앞뒤가 안 맞는 문장이 들어갈 수도 있고 여러가지가 섞일 수도 있다. ㅋ이라는 것도 표준어는 아니지만 지금 이 시대에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언어? 혹은 글인 것 같다.
 



가사 얘기를 하다 보니 데뷔곡 ‘싸구려 커피’가 생각난다.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곡이라고 불릴 정도로 시대상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데, 그에 비해 사랑을 노래하는 지금은 이전에 비해 너무 밴드의 색이 대중적으로 변한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도 있다.
장기하 : 일단 ‘싸구려 커피’는 사실 88만원 세대를 대변하려고 만든 노래는 아니었다. 군대 시절 때 너무기분이 안 좋아서 만든 개인적인 노래다. 심지어 ‘싸구려커피가 88만원 세대를 대변한다’는 기사를 보기 전까지는 88만원 세대가 뭔지도 몰랐다. 책을 잘 안 읽어서.(웃음) 사실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변화가 마음에 들면 계속 음악을 듣는 거고, 마음에 안 들면 안 듣게 되는 건데…… 생각해 보면 ‘싸구려 커피’보다 ‘ㅋ’이 시대상을 더 반영하는 것 같지 않나? 이 시대의 모바일 문체를 아주 날카롭게 꿰뚫고 있는.(웃음)

얘기를 듣고 보니 ‘시대상을 반영하는 밴드’란 수식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겠다.
장기하 :
부담보다도 고맙더라. 사실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해서 만든 노래임에도 시대상을 반영했다고 평가받는 건 (물론 과장된 평가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다는 의미니깐. 음악을 하는 사람에겐 듣는 사람이 공감해주는 것만큼 기쁘게 여길 일이 있을까?

‘말도 아니고 노래도 아닌 중간 쯤의 뭔가를 포착해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얘기했던 예전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 얘기한 건가?
장기하 : 그건 형식적인 문젠데.(장기하는 ‘형식적인 문젠데’라는 문장에 악센트를 살려 3번이나 반복해 말했다.) 이 말 속에도 운율이 있지 않나. 말하는 모든 것에는 다 리듬이 있고, 운율이 있는데 그걸 잘 살려서 음악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선배 뮤지션인 산울림, 송골매, 밥 딜런도 다들 그렇게 했었고. 너무 노래처럼 음계에 딱딱 맞추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평소 말하는 것과 가깝게 해보고 싶었다.

전달력을 높이기 위한 이유에선가?
장기하 : 물론 말에 더 가까우니깐 전달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누가 그냥 노래를 부르면 ‘아. 노래를 하는가보다’ 생각하지만 노래를 말같이 하면 ‘나한테 무슨 얘기를 하나’ 듣게 되는 것처럼.
 



장기하와 얼굴들은 이제 인디밴드들의 우상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팀의 인지도가 많이 쌓였다. 인디계의 선배로서 요즘 주목하는 인디가수는 없나?
정중엽 :
실리카겔? 주목할 만 하더라. 영상과 음악을 같이 작업하는 것도 그렇고. 보고 들으면 왜 주목하는지 알게 될 거라 생각한다.
장기하 : 공중도덕! 음원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찾아 들을 수 있을 거다. 쇼미더머니의 공중도덕이 아니다. 특이하고 재미있어서 좋다. 우리 회사 소속가수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

역설적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다 보니 고민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나만 아는 밴드’였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고민은 없나?
장기하 :
이와 관련해 여러가지 고민들이 있었지만, 결국 생각한 건 처음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건 없다는 거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TV에 나오고, 기사가 나고 이런 것에 대해 선입견만 안 가지면 된다. 아마 음악을 들어보면, 음악을 만드는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아시는 분들은 아실 거라 생각한다. 옛날에 비해 서먹서먹해 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분들은 이번 콘서트를 오시면 아주 가까운 곳에서 얘네들이 아주 다를 바 없이 초심과 같이 공연을 하고 있구나 느끼실 거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장기하 :
콘서트 말고는 없다. 콘서트 끝나고 생각해보려고 한다. 아마 노래를 만들지 않을까? 늘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 편이라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언제나 처음과 다름없이 재미있는 음악을 하면서 재미있게 활동할 거라는 거다.
 

 ※ 글로 담지 못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생생한 ‘인터뷰 현장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영상인터뷰 보러 가기◀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두루두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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