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웃는 남자’ 이석훈 "연습 중에 기절까지. '그윈플렌' 극과 극 오가는 강렬한 캐릭터"

작성일2020.01.21 조회수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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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게 찢어진 입을 가졌지만 관능적인 매력도 동시에 지닌 청년,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가는 뮤지컬 ‘웃는 남자’가 2년 만에 두 번째 시즌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그윈플렌 역으로 캐스팅된 이석훈은 그룹 SG워너비의 멤버로 또 솔로 가수로 11년째 노래하고 있다. 최근에는 M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만찢남으로 나와 6연승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탄탄한 가창력을 무기로 노래했던 이석훈은 2018년 ‘킹키부츠’ 찰리로 시작해 2019년 ‘광화문 연가’의 월하로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기자가 인터뷰 전 확인한 그의 무대는 동료 배우도 보증할 만큼 연습량이 제일 많다는 이석훈의 강점이 노래 실력과 합쳐져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었다. 지난 15일 만난 이석훈이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한 말은 “자신 있다”였다. 현재 공연 중인 '웃는 남자'를 비롯해 그의 앞으로의 무대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내가 생각하는 그윈플렌
‘웃는 남자’는 초연 때 장기간 공연을 했기 때문에 뮤지컬 팬분들이 정말 잘 아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관객들이 생각하는 저마다의 그윈플렌이 있더라고요. 제가 그리고자 하는 그윈플렌을 관객들에게 잘 표현하기 위해서 많은 연습과 연구를 했어요. 좋은 작품에 참여했는데 제 마음으로만 감동하면 안 되잖아요. 관객들도 초연 때 미처 알지 못했던 그윈플렌의 모습을 찾아내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그윈플렌을 여린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어릴 적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데, 아픔과 슬픔을 겉으로 나타내지 않더라고요. 그런 아픔과 슬픔을 숨기고 사는 것 자체가 여리고 순수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순수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우르수스와의 모습을 굉장히 살갑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그 앞에서 더 까불거리기도 하고요.
 
제가 노래를 11년 불렀는데 살다 살다 이번에 처음으로 연습실에서 노래하다가 기절도 했어요. 그만큼 그윈플렌은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의 진폭이 큰, 강렬한 캐릭터에요. 1막 마지막 ‘말도 안 돼’라는 노래를 부르다가 그랬는데 그 곡이 마지막에 정말 기절하면서 끝나는거든요. 연습실에 있던 사람들은 처음에 제가 진짜 기절한 줄 모르고 연기를 그렇게 한 줄 알다가 옆에서 무술 감독이 "쟤 눈이 풀려 있다"고 해서 그제야 기절한 줄 아셨대요. 지금도 그 노래를 부르면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이 느껴져요.
 
감정의 기복이 이렇게 큰 캐릭터인 것이 그윈플렌의 매력인 것 같아요. 같은 감정으로 계속 가다가 2막의 ‘웃는 남자’라는 곡을 부르면 관객들이 느끼는 큰 충격은 없었을 것 같아요. 앞부분에 그의 엉뚱함, 순수함을 보여줘야 2막 ‘웃는 남자’라는 곡에서 파격적인 그윈플렌의 모습과 데아와 가는 길을 선택한 마지막 장면이 관객들에게 더 보여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4인 4색 배우들
연습실에 피아노가 있어서 규현이, 강현이, 수호랑 음악적인 교류를 많이 했어요. 서로에게 배울 게 많기도 하고요. 배울 건 배우지만, 동선 틀리면 지적도 바로 해주고요. 서로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됐어요.
 
저와 함께 이번 재연 공연에 합류한 규현이는 재미있는 친구예요. 늘 웃음 포인트들을 잘 살리더라고요. 그윈플렌이 재미없으리라는 법도 없잖아요. 초연 때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그윈플렌의 모습을 준비한 것 같아요. 연습 때 규현이 하는 장면들을 보면 진짜 웃겨요. ‘와 규현이는 저기서 저걸 찾는구나’ 싶고, ‘뮤지컬 경력이 그냥 있는 게 아니구나’ 싶어요. 규현이가 벌써 뮤지컬을 십 년이나 했더라고요. 규현이가 그윈플렌 역의 배우들 중에 가장 선배입니다.
 
수호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어요. 수호 나이가 이십 대 후반으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수호를 보면 굉장히 귀엽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있어요. 머리 세팅이나 화장을 안 하고 와도 ‘왜 이렇게 이쁘고 잘 생겼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수호에 대한 이런 느낌이 그윈플렌에도 그대로 나오더라고요. 저희 넷 중에 그런 그윈플렌은 수호밖에 할 수가 없어요. 아마 수호 또래들은 제 느낌을 잘 이해 못 할 수도 있는데 형의 입장에서는 그런 모습들이 보이더라고요.
 
강현이는 제가 좋아하는 동생이자 팬인 배우예요. 강현이가 하는 걸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이 배워요. 강현이는 평소에 매우 진지한 친구인데 그만의 유머 코드가 있어요. 저는 잘 받아주고요. 강현이랑은 연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저는 연습량이 제일 많은 것. 그게 강점 같아요. 연습 시작한 이래로 단 하루도 쉰 적이 없어요. 연습은 저에게 너무나 당연한 거예요. 저는 습득이 빠른 편이 아니어서 남들보다 더 연습하고 더 생각해야지만 제가 인정할 수 있는 만큼 작품에 다가갈 수 있거든요. 쉬는 날이라고 집에 가만히 있는 걸 못 참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연기VS노래
아무래도 제가 연기 경험이 적으니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노래보다는 있을 것 같다고 생각들을 하시는데요. 그런데 저는 연기에 대한 고민은 없어요. 오히려 노래가 더 고민이 많아요. 가수와 뮤지컬 배우는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란 점에서는 똑같아요. 둘의 차이점은 얼마나 발성이 탄탄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동안 가수로 활동하면서도 느끼긴 했지만, 뮤지컬을 하면서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가수들은 보통 소리의 본질보다는 감정에 치우쳐서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들은 가수의 개성과 감정이 어우러진 노래를 듣게 되고요. 그러나 뮤지컬은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소리가 잘 나오지 않으면 안 돼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뮤지컬을 하면서 소리의 전달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늘 노래 레슨을 받지만 이번에 더 발성에 대해서 연습했고요. 그래서 아무래도 연기, 안무, 춤도 중요하지만 노래에 더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웃는 남자’ 뮤직비디오
‘웃는 남자’란 곡의 뮤직비디오가 개막 전에 먼저 공개가 됐는데요. 이 곡은 그윈플렌이 더러운 상류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차라리 괴물로 살겠다고 포효하면서 불러요. 가수로 활동하면서 녹음을 정말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재미있게 녹음한 적은 처음이에요. 녹음하면서도 반 정신 나간 상태로 노래를 불렀는데 그렇게 하는 제 모습이 신기하리만큼 좋았어요.
 
‘내가 이런 사람인 줄 알았지?', '아니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난 이런 면도 있어’라는 생각을 이 곡에서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관객들이 절 새롭게 느끼고 보시는 것에 대한 묘한 희열감이 있는데요. 이 곡에서는 그걸 더 특별히 느끼게 돼요. 사람들은 제가 발라드를 부르는 사람, 담백한 사랑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아시겠지만 저는 음악을 락이랑 힙합으로 시작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목소리를 긁어서 소리를 낸다든가, 다른 소리를 내는 것에 강점이 있어요. 그동안 그걸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죠. 그래서 ‘복면가왕’에 출연했을 때 다른 스타일의 노래도 많이 하고 일부러 다른 창법으로 부르기도 했거든요. 이 ‘웃는 남자’라는 곡이 앞으로 제 노래 인생에서 중요한 꼭짓점이 될 것 같아요. 실제로 무대에서 부르면서도 아주 속이 시원합니다. 또 무대 위의 다른 저를 봐서 너무 행복하고 기분 좋게 하고 있어요.
 



‘웃는 남자’에서 가장 어려운 곡
‘나무 위의 천사’는 연습하면서 제일 어려운 곡이었어요. 네 명의 그윈플렌 역 배우들이 다 같은 생각을 할 거에요. 이게 극중극으로 그윈플렌과 데아가 서로의 만남을 재현하는 장면인데요. 연기하다가 노래를 하게 돼요. 그런데 이게 실제 무대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극중극 무대 뒤편에 있는 조그만 방에 있다가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그 잠깐 사이에 목이 잠겨요. “하얀”이라고 첫 소절을 시작해서 잘 나오면 공연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워요.
 
그리고 ‘그 눈을 떠’는 우리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그윈플렌이 상원 의원회에 참석해서 슬픔으로 가득차 있는 세상을 봐 달라고 여왕과 귀족들을 설득하는 곡이거든요. ‘이걸 노래로 접근할 것이냐’, ‘이야기로 접근할 것이냐’라는 선택지에서 저는 이야기로 선택했어요. 노래를 잘하는 것처럼 들리게끔 하는 것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장면에서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술적인 화려함은 최대한 배제하고 설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노래하고 있어요. 아마 관객들이 느낄 때는 음이 잘 안 올라갈 수도 있고, 거친 소리가 날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윈플렌이 이 곡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귀 기울여 들으시면 이해가 되실 꺼예요.
 



작품의 메시지
이 작품은 인간의 평등, 계급, 존엄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많아요. 제가 예전부터 항상 생각하던 게 있는데요. 내가 가수라서, 네가 매니저라서, 네가 회사의 대표고 재벌이라는 이유로 인간의 높고 낮음은 없다고 생각해요. 나보다 낮은 사람도 없고, 높은 사람도 없고요. 우린 다 평등한 존재들이잖아요. 그래서 처음에 이 작품을 만나고 정말 화가 났어요. 이 작품에서 그윈플렌이 외적인 모습으로 귀족들의 유희 거리가 되고 있잖아요.

제가 ‘웃는 남자’에서 혼자 노래하고 혼자 무대를 다 이끌어가는 게 아니고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함께 하고 있어요. 그게 하나로 맞춰졌을 때 비소로 이 작품의 메시지가 잘 전달될 것 같아요. 저만 잘하는 건 뮤지컬이 아닌 쇼밖에 안되고요. 제가 작품 안에 잘 녹아들고 그윈플렌을 표현할 수 있어야 비로소 ‘웃는 남자’가 완성이 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장면
데아를 안고 마지막 선택을 하러 가는 장면인데요. 이 장면에서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요. 정말 저를 내려놓고 그 순간의 감정에 맡기게 돼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하늘로 떠나는 것에 대한 강한 트라우마가 있어요. 대본을 보고 그 장면을 연습할 때는 내내 눈물을 흘렸어요. 그만큼 세게 오는 장면이에요. 한편으로는 ‘너무 세게 표현하는 건 아닐까? 절제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표현할까?' 라고 고민도 됐어요. 그렇지만 그윈플렌이 데아와의 마지막을 선택하기까지 그의 여정과 마음을 잘 보여줬기 때문에 그 장면에서만큼은 감정에 빠져도 될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 그와 같은 상황에서 그런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충분히 그윈플렌의 마음과 선택이 이해되거든요.
 



뮤지컬 도전 후  
제가 뮤지컬을 시작한 후로 이제는 뮤지컬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 됐어요. 2018년에 ‘킹키부츠’로 처음 뮤지컬을 시작하고 이어서 ‘광화문 연가’를 할 때는 ‘뮤지컬 세계에 들어온 이상 발을 떼지 않겠다’ 라는 정도로 마음을 먹었는데요. 이제는 뮤지컬에 푹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어요. 앞으로 수영을 엄청나게 잘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웃음)
 
뮤지컬을 연습하는 기간은 정말 힘들고, ‘해낼 수 있을까’라는 강박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잠도 잘 못 자고 예민해지는데요. 개막 후 본 공연과 커튼콜을 하고 나오면 그런 생각을 다 잊게 되고 정말 행복해져요. 내가 ‘커튼콜 때문에 공연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관객들이 함성과 박수 소리가 정말 어마어마한 힘이 되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주변 배우들에게 하면 그분들도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뮤지컬은 정말 중독성이 강해요. 저는 앞으로도 뮤지컬을 계속할 거예요. 제가 뮤지컬을 시작한 2018년 전에도 '뮤지컬 같이 해보자'라는 제안이 들어온 적이 있는데, 그때 안 하길 잘한 것 같아요. 그때 했으면 지금 이렇게까지 못 왔을 것 같아요. 제가 뮤지컬에 도전한 건 ‘이제 해도 되겠다’라는 나름의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인데요. 만약 내가 뮤지컬을 여러 스케줄 중의 하나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했다면 뮤지컬을 이렇게까지 사랑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만큼 뮤지컬이 정말 좋고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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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이석훈 인스타그램
영상: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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