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성화, "‘비틀쥬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작품…관객들에게 웃음 줄 수 있어 행복해”

작성일2021.07.22 조회수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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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가 지난 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해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큰 열풍을 몰고 왔던 화제작의 한국 초연에 정성화가 유준상과 함께 타이틀롤을 맡았다. 정성화는 그간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왔다. 그는 코믹한 역할과 무게감 있는 역할을 동시에 오가는 배우다. 그간 뮤지컬 '영웅'의 독립투사 안중근부터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 '광화문 연가'의 신비로운 월하, '킹키부츠'의 매력적인 롤라 등 묵직하고 진중한 역할은 물론 파격적이고 도전적인 역할까지 모두 소화했다.

'비틀쥬스' 개막 전, 이 작품으로 코미디의 정점을 찍겠다고 예고했던 그는 약속을 제대로 지켰다. 공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비틀쥬스의 저세상 텐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무대에 오르고 음악이 시작되면 자동으로 텐션 준비가 된다는 정성화를 온라인으로 만났다. 그는 전날 공연의 여파로 목소리가 잠겨 있었지만, 특유의 밝은 에너지만은 여전했다.

Q 두 차례 개막 연기 끝에 드디어 관객과 만나고 있는데 소감은 어떤가?
연습하면서 준비할 것이 엄청 많았다. 이 작품 자체가 현대 기술이 집약된 작품이다 보니까 테크니컬 리허설을 오래 잡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개막일을 연기한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연습부터 개막을 위해 달려왔기 때문이다. 막판에 개막일이 연기되니 당황했지만, 더 완성도 있는 공연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했다. 개막일이 연기되어 아쉬움은 있었지만, 지금은 다행히 아무 문제 없이 공연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Q 정성화의 비틀쥬스였기에 극 중 비틀쥬스의 매력이 충분히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비틀쥬스가 유령이지만 친근한 느낌이 든다. 비틀쥬스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일단 비틀쥬스 캐릭터가 유령이지만 관객들에게 어두운 존재로만 비치길 원하지 않았다. 내 주변에 까불까불한 친구 같은, 내 주변에 한 명쯤 있을 것 같은 존재로 만들고 싶었다. 비틀쥬스는 인간이 아니고 유령이기 때문에 특히 몸 동작 표현에 신경을 썼다. 원작 영화 배우의 연기를 참고했다. 그 배우의 연기를 보니까 배트맨의 조커 같은 느낌도 있더라. 그래서 조커의 제스쳐도 참고했다. 기괴하면서도 악동 같고 굉장히 유쾌하고 즐거운 그런 느낌의 비틀쥬스를 원했다. 사실 까불까불하는 것이 어릴 때 제 모습과 비슷하다. (웃음) 사실 악동 이미지가 이래야 한다는 정해진 법칙은 없다. 저는 유준상 선배와 표현 방법이 다르다. 유준상 선배 이미지 자체가 신사적이고 호감형의 때로는 귀여운 모습이다. 저의 비틀쥬스는 기괴하고 못났고 못생기고 말을 아무렇게 내뱉는 걸로 잡았다. 캐릭터를 만들어갈 때 본인만의 매력을 투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Q '비틀쥬스'는 연습하는 과정도 힘들었고, 국내 초연이라 애정이 남다른 작품이 될 거 같다. 어떤 의미의 작품인지,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이번 작품은 제가 그동안 모든 작품을 망라해서 연습을 가장 많이 했다. 오후 7시에 연습이 끝나서 집에 가면 곤죽이 되어 있다. 그런데 집에 가서도 연습은 계속된다. 폐활량 늘리려고 트레드밀 위에서 뛰고 하루 일과를 마친다. 다음날에는 일찍 가서 또 연습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면 거의 매일 13시간 정도 연습한 것 같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든 작품이다. 좋아하는 넘버는 ‘세이마이네임’이다. 리디아가 지붕에서 떨어져서 세상과 작별하려고 하는데 내가 내 이름을 세 번 불러 달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리듬감이 좋아서 자꾸만 입에서 맴도는 넘버다.

Q 다른 작품보다 특수 효과 등 볼거리가 많은 만큼 연기하면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은 것 같은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비틀쥬스는 대사도 많고 노래와 안무도 많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약속된 그 자리에 해야 한다. 우리 작품은 특수효과가 많고 자동화되어 있다. 클릭하면 연달아 움직이는 상황이다 보니 자리에 대한 약속이 중요했다. 처음에는 그 자리에 맞춰 찾아 가는 게 어려웠다. 큰 무대가 움직이다 보니 내가 넘어지거나 발을 헛디디거나 잘못된 상황이 발생하면 크게 다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부분도 연기만큼 신경을 써야 했다. 
 



Q 공연 전 간담회에서 ‘비틀쥬스’가 내 코미디 뮤지컬의 정점이라고 말했는데 이번 작품은 이전 작품들과 장르와 캐릭터,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관객들의 웃음을 시종일관 이끌어내야 하다 보니 더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저는 개그맨으로 제 이력을 출발했다. 그래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남들보다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작업 자체가 재미있었다. 그동안 심각한 역할만 하다가 이런 웃음을 주는 역할을 해서 어색하기보다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제대로 즐기고 있다. 연기하면서도 즐겁다. 다만 관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관람하다 보니 관객들이 실제로 웃고 있는지 즐겁게 보고 있는 건지 가끔 모를 때가 있어서 아쉬움이 크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 껄껄거리는 관객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 이렇게 잘 짜여진 코미디가 현대기술이 집약된 무대로 관객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은 코미디를 했던 사람으로 고무적이었다. 제가 했던 코미디 공연 중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드린 작품이라 무대 오를 때마다 기분이 좋고 꿈꾸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앞으로 기회되면 ‘비틀쥬스’ 처럼 라이선스 코미디도 좋지만, 앞으로는 한국형 블랙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Q ‘비틀쥬스’는 브로드웨이 공연의 깨알 같은 언어유희와 유머를 어떻게 한국어로 옮겨오느냐도 기대를 모았다. 대사와 관련한 에피소드, 연습 과정에서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완성된 대사가 있나.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해주신 김수빈 번역가가 상당히 고생했다. 대본이 여러 번 바뀌었다. 연습실에서 저희가 내뱉는 대사들이 관객들에게 웃길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 했다. 그래서 대사 후보를 여러 개 만들었다. 대사가 여러 번 바뀌면서 최종본으로 나온 것이 지금 공연의 버전이다.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아이디어를 내면 김수빈 번역가와 연출이 의논하고 컨펌해서 최종적으로 대본을 만들었다. 극 중 "난 VIP석과 R석 사이에 낀 시야 방해석같은 존재야"란 대사가 있는데, 이 아이디어를 냈더니 너무 좋다고 해서 드레스 리허설 때 선택됐다. 그 전에는 전세와 월세 사이에 낀 반전세 같아, 좀 더럽지만, 설사와 변비 사이에 낀 방귀 같아 등 별별 대사가 많았다. (웃음)

Q 유령인 비틀쥬스를 유일하게 알아보는 리디아 역의 홍나현, 장민제도 무대를 꽉 채운다. 후배들 칭찬 좀 해달라.
정말 보석 같은 배우들이다. 그동안 대극장에서는 볼 수 없던 신인 배우들인데 이 배우들을 보면 대한민국 뮤지컬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든다. 두 배우 모두 매력적이다. 홍나현은 목소리가 정말 짱짱하고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장점이다. 파워풀한 보컬과 동시에 굉장히 섬세한 감정선을 가지고 있다. 장민제는 연기를 농밀하게 하고 관객들에게 자기의 대사를 잘 전달하는 친구다. 코미디면 코미디, 정극이면 정극, 노래면 노래. 어떤 것이든 자기 것으로 표현을 잘한다.
 



Q '비틀쥬스'는 화려하고 신나는 뮤지컬이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고찰하는 작품이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무대에서 어떤 것들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비틀쥬스를 연기하다 보니 죽음에 대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죽음도 삶의 일부인 점. 그걸 인정하게 되더라. 그래서 죽음 때문에 살아야 할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냥 이것을 슬퍼하고 두려워하기보다는 유쾌하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틀쥬스’를 통해서 죽음을 유쾌하게 바라보고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관객들도 유쾌하고 발랄하게 표현된 죽음을 보면서 삶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비틀쥬스’는 코로나19 시국이 아니었다면 더 많이 즐길 수 있었을 작품이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로서 코로나19 시국을 지나고 있는 소회가 더 남다를 것 같다.
무대에서 공연하다 보면 우리가 잘하면 할수록 관객들에게 소문을 불러일으켜서 빈 좌석이 채워지는 희망을 품게 되는데 그런 희망 자체를 가질 수 없다는 게 힘든 부분이다. 또 관객들이 마음껏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없다는 게 가슴 아프다. 또 공연장을 찾아가야 하는데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선택 자체를 망설이는 상황도 생긴다. 공연장으로 오지 못하는 관객들의 마음도 너무나 잘 알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찾아주는 관객들에게는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모른다. 관객들이 마음껏 웃을 수도 없고 함성도 못 지르지만 무대에 있으면 그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공연하고 있다.

Q SBS 공채 3기 개그맨으로 데뷔 후 뮤지컬 배우로 전향해 활동한 지 벌써 17년째인데,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무대가 저에게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관객들을 직접 만나면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고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무대에서만 그걸 느끼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무대 배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대에서 서는 것이 항상 즐겁고 행복하다. 내가 이렇게 하면 관객들이 좋아하겠구나 고민하면서 연습한다. 

Q ‘비틀쥬스’가 코미디의 정점을 찍는 작품이라면, 성화 씨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거라고 예상되는 게 뮤지컬 영화 '영웅'이다.
아마도 코로나가 아니면 지금이면 영화가 개봉된 이후였을 거다. 코로나 때문에 섣불리 개봉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쉽지만 지금은 저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는 것이 배우로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영웅’을 통해 뮤지컬 영화 시장이 개척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른 배우들도 뮤지컬 영화에 문을 두드리고 관객들도 많아지고 관객층도 다양해지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비틀쥬스'를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시국이 모두에게 어렵고 생각만해도 처지는데 이럴 때일수록 삶에 대한 희망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작품을 통해서 스트레스도 날려버리고 다시 희망을 찾고 꿈꾸면 좋겠다. 이런 시국에 공연장을 찾아주십사 말씀드리는 게 송구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무대는 계속 운영되고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무대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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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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