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컨디션 관리요? 그게 저희 직업이잖아요” <지킬 앤 하이드> 카일과 다이애나

작성일2017.04.21 조회수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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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카일 딘 매시와 다이애나 디가모의 첫 인상은 ‘완벽함’이었다. 인터뷰 내내 유쾌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좀 더 자신을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 그리고 저녁 공연을 염두에 둔 듯 틈틈이 물을 마셔 성대를 관리 하는 모습까지 그들은 완벽한 ‘프로’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었다. 원캐스트로 <지킬 앤 하이드> 주 8회 공연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나가는 비결을 짐작할 수 있었다.

 
Q. 관객들 평이 좋아요. 자막과 무대를 번갈아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몰입감이 좋았다는 후기가 적지 않던데요.

다이애나 : 세계 어딜 가든 바디랭귀지는 공용어처럼 통하잖아요. 그리고 계속 자막을 보지 않아도 배우의 감정은 관객들에게 꽤 전달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배우들끼리 주고받는 감정에 관객들도 함께 끼어들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카일 : <지킬 앤 하이드>의 전개가 아주 빠르지는 않아요. ‘지금 이 순간’만 해도 “이거다. 바로 이거다”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넘버잖아요. 자막을 열심히 보지 않아도 따라올 수 있을 거에요.

Q. 낯선 해외 땅에 오래 머물면서도 일관되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 같아요. 비결이 뭔가요?

카일 :  주 8회 공연을 위해 컨디션 조절하는 게 저희 직업인걸요.(웃음) 특별한 비법은 없어요. 일어나서 아침 먹고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바로 공연장으로 가는 단순한 일상이죠. 잠 잘자고 틈틈이 물 마시고 말 많이 안하려고 노력하고 공기가 괜찮은 것 같더라도 마스크는 꼭 챙겨요. 알러지가 있는데 약도 잘 챙겨먹고요.
 
다이애나 : 카일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비슷해요. 헬스장 가고 요가 하고 잘자고 잘 먹으려 노력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성대 컨디션에는 굉장히 많은 요소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잘 다스리려 노력해요. 특별히 전 ‘콧물’(새로 배운 단어라며 한국어로 언급했다)을 잘 관찰해요. 색깔이 어떤지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등을 민감하게 체크해요. 주변에서 기침하는 사람 있으면 피하려고 하고요.(웃음)
 



“하이드와 닮은 구석이 없어요. 그래서 더 연기하기 편해요”
 
Q. 지킬과 하이드, 두 배역을 준비하면서 카일은 자신의 선한 면과 악한 면 모두를 들여다보게 됐을 것 같아요. 자기 마음 속의 하이드를 들춰보는 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카일 : 지킬이란 캐릭터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하이드에는 전혀 공감하지 못해요. 사실 전 제 안에 두 가지 면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저는 그냥 늘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개인적인 경험을 하이드 연기에 투영할 수 없었어요. 사실은 본인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훨씬 어려울 때가 있어요. 저와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배역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거든요.
 
Q. 지킬은 선한 의도로 실험을 시작했지만 의도치 않은 결말을 낳았잖아요. 만약 카일이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을 시작했는데,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카일 : 어려운 질문이네요. 지킬에게 선악 분리 실험은 일생일대의 목표였어요. 그래서 실험을 중단하기 어려웠던 거죠. 지킬에게 실험이 중요한 목표였다면 저에겐 배우라는 꿈이 인생의 목표에요. 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어요. 제가 지금 만 35세인데 ‘만일 지금까지도 성공하지 못했다면 과연 계속 배우의 길을 걷고 있었을까?’하는 물음이었죠. 초라한 아파트에 살면서 오디션을 전전하는 삶이겠지만 전 계속했을 것 같아요. 너무 사랑하는 꿈이니까요.
 



Q. 다이애나, 지난 기자간담회 때 기존의 루시와는 다른 자신만의 해석을 기대해달라고 말씀하셨었죠. 다이애나가 해석한 루시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다이애나 : 루시도 지킬처럼 내면에 선과 악의 갈등이 있는 캐릭터에요. 거친 환경 속에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선한 모습은 숨기고 ‘쇼 걸’의 가면을 쓰죠. 그 가면을 벗게 해준 사람이 지킬이에요. 루시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은 지킬이 처음이었거든요. 처음 겪어보는 그 따뜻한 감정에 루시를 감싸고 있던 단단한 껍질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내면에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는, 그런 이미지를 상상했어요. 희망과 행복의 실마리가 보인 거죠. 하이드로 인해 그 희망이 좌절되지만요.
 
Q. 지킬을 간절히 원하는 순수하고 애절한 열망이 느껴져서 루시의 연기와 노래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혹시 다이애나도 루시처럼 가슴 아픈 사랑을 해 본 적 있나요?
 
다이애나 : 어렸을 때는 사랑이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루시도 그랬던 것 같아요. 지킬은 루시에게 사랑보다는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루시가 오해한 부분이 있는 거죠. 하지만 전 남편을 일찍 만나 결혼해서 루시처럼 가슴 아픈 짝사랑을 해 본 적은 없어요.
 
카일 : 그렇다고 지킬이 루시에게 완전히 애정이 없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 지킬의 마음이 극중에서 충분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지킬도 루시에게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다고 봐요. 
 



“<지킬 앤 하이드>가 연기 커리어의 전환점 될 것”

Q. 카일은 <위키드>의 피에로, <넥스트 투 노멀>의 게이브 같은 젊고 에너지 넘치는 청년 역을 해 왔어요. 지킬은 이전의 역할들과 조금 결이 다른 것 같은데요.

카일 : 브로드웨이에서는 좀 더 어린 역할을 많이 했었어요. 자기중심적이고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하는, 성장기에 있는 인물들이었죠. 하지만 지킬은 그 단계를 넘어서,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챙기는 성숙한 사람이에요. 이런 역할을 맡아서 좋아요,
 
이번에 좀 다른 역을 맡긴 했지만 미국으로 돌아가면 계속 소년 이미지의 배역이 들어올 것 같긴 해요. (다이애나 : 아직 젊어보이니까 그렇지) 하지만 천천히 그런 이미지를 벗어나가는 중이에요. 아 근데 최근 라는 애니메이션에서는 12살짜리 카우보이 소년 역에 더빙을 했네요 (웃음)
 
Q. 다이애나, <헤어스프레이>와 <요셉 앤 디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에서 맡았던 배역들과 지금 연기하는 섹시한 루시는 색깔이 많이 다르네요. 연기 변신에 만족하나요?

다이애나 : 그럼요.. 드라마틱한 새로운 역할을 맡아서 만족해요. 음악적으로는 비슷해요. 최근 20~30년 내에 쓰여진 현대 넘버들이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 있거든요. 이런 스타일이 제 보컬과 잘 맞기도 하고요. 루시라는 캐릭터를 하고 나서 다시 십대 같은 역할은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커리어적으로 다음 발을 내딛는 데에 도움이 되는 거죠. 지금의 도전이 재밌어요.
 



“한국 창작진과 문화적 차이 있지만, 서로 많이 배웠죠”

Q. 한국창작진이 브로드웨이 배우를 기용하는 제작방식은 앞으로의 한국 뮤지컬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일이기도 해요. 아무래도 문화권이 다르다보니 소통방식도 조금은 달랐을 것 같은데 한국 창작진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다이애나 :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어요. 서로 배운 게 많아요. 한국 창작진도, 저희배우들도요. 사소한 문화적 차이 때문에 서로 오해한 에피소드도 있어요. 연습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때 음악감독님이 저를 살짝 부르시더니 걱정스런 표정으로 ‘몸이 안좋냐’고 묻더라고요. 전 진짜 몸상태가 괜찮아서 문제 없다고 얘기헀는데도 한 일주일 동안 계속 괜찮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한국배우들은 연습 기간에도 힘을 100퍼센트 발휘하더라고요. 사실 미국에서는 그렇게 안하거든요. 제가 힘을 다 발휘하지 않으니까 음악감독님은 제가 아픈 줄 아셨던 거죠. 브로드웨이에서는 배우들이 연습기간에는 힘을 좀 아끼다가 공연의 흐름을 익히고, 어디서 힘을 발휘할 지 완급조절의 계획을 세운 후 런쓰루 할 때서야 100 퍼센트의 역량을 보여주거든요. 그런 문화적 차이를 얘기하고 나니 그제서야 음악감독님도 안심하시더라고요. 이제는 서로를 잘 이해하고 같은 생각을 갖고 공연하고 있어요.
 
카일 : 브로드웨이에서는 원캐스트가 일반적이에요. 주연 배우가 아플 때 대신 무대에 설 스탠바이 배우가 있긴 하지만요. 그래서 한국에서 주 8회 공연을 소화하면서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어요. 한국은 더블, 트리플 캐스트가 많아서 연습 방식이 다른 것 같아요. 어느 방식이 더 좋다고 가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에요. 각자 더 적합한 방식이 있는 거죠.
 



Q. 다이애나는 열여섯살에 미국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에 출연했잖아요. 영상을 봤는데 독설가로 유명한 심사위원 사이먼도 칭찬할 만큼 굉장한 가창력을 보여주던데요. 노래를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다이애나 : 사이먼이 칭찬해준 건 딱 한 번 뿐이었어요.(웃음) 언제 노래를 시작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전 항상 노래하는 걸 좋아했어요. 특히 컨츄리 음악을 좋아했고요. 교통체증이 있을 때 차창을 내리고 옆 차 운전자에게 “너 노래 듣고 싶니?”라고 묻고서는 대답도 듣지 않고 노래를 시작한 적도 있어요.(웃음) 뮤지컬을 어렸을 때부터 해 온 건 아니지만, 뮤지컬을 안했더라도 어디서든 노래를 하고 공연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평생 해온 게 그거니까요.
 
Q. 두 사람은 나중에 꼭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카일 : 전 뮤지컬 <컴퍼니>의 바비 역을 해보고 싶어요. 정말 성숙한 역할이라서요. 시공간을 왔다갔다 하면서 비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뮤지컬인데 결혼을 하지 않고 싱글생활을 즐기는 바비가 35번째 생일을 맞이하면서 생기는 일을 그린 작품이에요. (스티븐 손드하임 작사, 작곡. 한국에서는 2008년 초연. 이지나 연출, 고영빈, 서영주 등 출연)  
 
다이애나 : 전 모든 도전에 마음이 열려있어요. 요즘은 코믹한 요소가 있는 작품이 그리워요. 루시로서 매일 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서요(웃음).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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