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일간의 비> 최재웅 "목표요? 매일 재밌게 사는 거죠"

작성일2017.07.04 조회수5905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스크랩 이전글 다음글 목록



배우 최재웅이 6년 만에 연극무대에 선다. 2003년 토니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극작가 리처드 그린버그의 연극 <3일간의 비>에서 워커와 그의 아버지 네드를 1인 2역으로 소화한다. 작품은 1990년대의 자녀세대와 1960년대 부모세대를 두 개의 막으로 나눠 보여준다. 죽은 아버지가 남긴 집을 상속받으려는 방랑자 워커와 그의 누나 낸, 그리고 이들의 친구 핍이 부모세대의 진실에 다가가려 노력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국내 초연작인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오만석은 “일상 속에서 무심하게 반복하는 순간의 선택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질문을 던지고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7월 11일 개막을 앞두고 한창 배역에 몰입해 있는 최재웅에게 연출 의도대로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됐냐고 물었다. 그는 평소 화법대로 간결하고 담백하게 대답했다. “그런 생각 잘 안해요. 하루하루 재밌게 사는 게 목표예요."



오랜만의 연극무대네요. 작년부터 “내년에는 무조건 연극 한편 하겠다”고 말씀하신걸로 알고 있어요. 왜 꼭 다시 연극을 하고 싶으셨나요?
배우 입장에서 ‘연기’한다는 면에서는 뮤지컬과 연극이 비슷하게 느껴져요. 그래도 두 장르의 차이점을 꼽자면 뮤지컬은 중간중간 노래가 들어가니까 전체 씬이 한번에 쭉 연결되는 호흡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작품을 전체적으로 보고 느끼기에 힘든 면은 좀 있죠. 이따금씩 노래가 없는 작품을 하면서 작품을 넓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작품을 만났어요. 원래 연극 전공(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이기도 하고요.
 
연극 <3일간의 비> 준비과정은 어떠셨나요?
(오)만석 형님과 같이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테이블 작업을 오래 했어요. 작품이 좀 어려운 편이라 작가의 원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원어 대본을 봐야 했어요. 내용 구성을 재배치하고, 문화적 차이 때문에 우리나라 관객들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은 과감히 쳐 내면서 수정했어요. 제 배역에 대해 굳이 저만의 해석을 만들어 내지는 않았어요. 대본 안에 모든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이번에도 대본을 파고 들었죠.
 
작품의 중요한 소재 중 하나가 ‘집’이에요. 여기저기 떠돌며 살던 워커는 아버지가 남긴 집에 정착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잖아요. 집이란 워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극 중에서 워커만 집이 없어요. 집은 안정적으로 살고 싶어하는 워커의 심리를 대변하는 이상향같은 의미예요. 워커는 방랑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어떤 상처나 결핍으로 인해서 방황하는 거거든요. 하지만 2막에서 워커의 아버지 네드는 워커랑 정반대예요. 아름다운 집을 짓고서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죠. 아버지와 아들의 대조되는 모습에서 묘한 느낌이 있을 거예요.
 



전반적으로 작품에 큰 사건이 없이 잔잔하게 전개되는 것 같아요.
요즘 일부 자극적인 작품들에 비해서 ‘쎈’ 스토리는 아니죠. 캐릭터라도 특징이 두드러지면 연기하기 쉬울텐데, 이번 작품은 스토리도 캐릭터도 자극적인 설정은 없어요. 그래서 더 섬세한 연기가 요구돼요. 인물이 하는 행동이 어떤 심리와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전달하기 위해서요. 일상적인 연극일수록 더 어려운 것 같네요.
 
일상적인 연극이라고 하지만 배우들끼리 주고받는 대사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대단하던데요. 특히 핍 역의 이명행 배우와 다투는 장면은 촘촘하게 치고 받는 대사의 맛이 살아있었어요.
그런 긴장감은 꼭 가져가야죠. 관객들이 자면 안되니까(웃음).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 그거예요. 정말 중요한 사건은 무대에서 표현되지 않아요. 중요한 사건 자체는 보여주지 않고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의 상황을 보여주거나, 장면을 ‘점프’해서 갑자기 며칠 후의 이야기를 보여줘요. 그 사이에 생략된 장면들을 상상하는 데서 오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명행이 형과는 서로 말을 잘 안해요.(웃음) 작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선 많은 얘기를 나눠야 하겠지만 저희는 테이블 작업할 때 이미 공감대가 다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정말 중요한 포인트들이나 기술적인 부분 외에는 말이 별로 필요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서로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호흡이 있으니까 합이 잘 맞죠.
 
배우가 아닌 ‘연출’로 만난 오만석씨는 어때요? 연습실에서 보니 세심하게 디렉션을 주던데요?
너무 좋아요. 배우시다보니까 연기 호흡도 잘 터치해주세요. 섬세할 때도 많지만 배우에게 과감히 맡길 때도 있으세요. 굳이 따지자면 5:5정도 비율 정도?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마흔이세요. 하지만 외모만 보면 그렇게 보기 힘들어요. 군살하나 없으시고요. 평소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자전거도 자주 타고 많이 걷는 편이에요. 집이 일산인데 광화문까지 버스타고 와서 광화문부터 대학로까지는 걸어가요. 그 코스가 재밌거든요. 광화문에서 연습실까지 딱 40분이에요. 종로 쪽으로 오든 청계천을 따라 걷든, 안국역 쪽으로 해서 궁으로 걷든 길이 재밌어요.
 
두 아이의 아버지잖아요. 가정에서의 최재웅은 어떤 사람인가요? 
저도 저희 아버지가 회사에서 어떤 위치인지 몰랐던 것처럼 아이들도 제가 뭐 하는 사람인지 잘 몰라요. 첫째 딸은 이제 아빠가 배우인 걸 알긴 알죠. 옛날부터 제가 생긴 거랑 다르게(웃음)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서요 아이들이랑 노는 시간이 너무 재밌어요. 연습기간에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쉽고요. 딸이랑은 병원놀이, 소꿉놀이도 하고 뛰어놀고 숨바꼭질도 해요. 책 읽어주는 것도 좋아해요. 동화책 읽어줄 때 연기를 제대로 넣죠. 1인 다역 목소리 연기로 전공 살려서요. (웃음)
 
극 중에서 네드는 ‘35년 뒤 자녀세대는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해하잖아요. 혹시 두 자녀의 35년 후를 상상해본 적 있나요?
아직은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요. 일단 제 인생을 먼저 살아야죠.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무조건 자신이 하고 싶다는 거 시킬 거예요. (기자 : 만약 아빠처럼 배우 하고 싶다고 하면요?) 하고 싶다면 해야죠. 제 인생이 아닌데요. 아이들 인생이니까요.
 
뮤지컬, 연극, TV, 영화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계세요. 배우 최재웅의 최종 목표는 뭔가요?
그런 거 없는데(웃음). 꾸준히 재밌게 사는 게 목표예요. 재밌게 작업하고 재밌게 살면 좋겠어요.그게 최고죠. 거창하게 목표 삼을 만한 게 없어요. 뭔가를 정해놓고 그 방향으로 가기보다는 ‘이렇게 재밌게 살다 보면 뭔가가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이 더 행복한 것 같아요. 내가 뭐가 될 지 모르는 게 더 행복하지 않나요. 물론 목표를 향해서 노력하고 조금씩 다가가는 재미도 있겠지만 “이렇게 재밌게 살다보면 어디로 향해 가게 될까?”라는 상상이 더 재밌어서 뭔가를 딱 정해두지는 않는 편이에요.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 플레이DB www.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스크랩 이전글 다음글 목록

댓글쓰기

입력
플레이DB의 모든 공연DB는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 공연정보로 연동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