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언이요? 오히려 빌리의 연기에 방해될까 조심했죠˝ <빌리 엘리어트> 김갑수

작성일2018.02.20 조회수6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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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의 아버지로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르게 된 배우 김갑수. 하지만 개막한 지 1주일 만에 그는 건강상의 문제로 공연을 중단해야 했다. 눈을 보호하는 망막이 일부 손상되면서 긴급 수술을 받아야만 했던 것. 자칫하면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기에 그는 아쉽게도 잠시 무대를 떠나야 했다.

그리고 지난 7일, 김갑수는 두 달간의 치료를 마치고 건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무대가 주는 긴장감보다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그를 지난 14일, 공연 전 대기실에서 만났다.


Q. 수술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현재 건강 상태는 어떠신지요?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망막은 잘 붙었는데, 자기 눈처럼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나이가 들어서 눈이 침침한가 보다 생각했었는데, 병원을 찾아보니 망막이 2/3 정도 떨어져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급하게 수술 날짜를 잡았죠. 아쉽게 공연을 꽤 오랫동안 못했는데 제작사 쪽에서도 더블 캐스트인 (최)명경이도 잘 이해를 해줬어요. 정말 고맙죠.

Q. 지난주부터 다시 공연을 하셨다고요. 첫 공연과는 느낌이 또 달랐을 것 같은데요.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어요. 아직 시력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다 보니, 공간 감각이 조금 떨어지거든요. 턱이나 간격 구분이 잘 안 되기도 하고요. 주변 후배들이 살짝 신호를 주기도 하면서 절 많이 도와주더라고요. 1주일 정도 하고 나니깐 이젠 그 부분도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사실 혹시나 감을 잃을까 봐 수술을 마치고 나서 계속 머릿속에서 공연을 복기했었어요. 음악도 다시 들어보고, 필요한 영상들은 찾아보기도 하고요. 관객들 앞에서 실수하면 안되잖아요.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어 정말 즐겁습니다.
 



Q. 뮤지컬 무대는 정말 오랜만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 캐스팅 제의를 받으셨을 때 많이 고민하셨다고요.
거의 처음이라고 봐야죠. 20대 때 작은 배역으로 뮤지컬을 하긴 했었지만, 지금과 같은 시스템은 아니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처음에 <빌리 엘리어트>를 제안받았을 땐 당연히 안 한다고 했었어요. 뮤지컬은 제가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가 ‘아버지 역할은 할 수 있다’고 계속 설득을 하는 거예요. 후배들이랑 같이 논다는 느낌으로 하면 된다고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 아버지 역할이라고 해서 하기로 했는데, 막상 해보니 완전히 속은 거더라고요. (웃음)

Q. 뮤지컬 무대가 아무래도 TV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르다 보니 새로우셨을 것 같은데요.
정말 아주 다르죠. 연기는 그래도 하던 거니깐 괜찮았는데, 노래와 춤이 정말 쉽지 않았어요. 제가 부르는 솔로 곡은 물론이고, 다른 광부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도 정말 어려웠어요. 음악을 하던 사람이 아니다 보니 파트도 잘 모르겠고. 거기에다 모든 걸 음악에 맞춰서 움직여야 하잖아요. 정말 애를 많이 먹었죠. 그래서 우리나라 안무, 음악감독을 붙잡고 정말 많이 괴롭혔던 것 같아요.

Q. 그 덕분인지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인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부르는 솔로곡은 참 잘 와 닿더라고요.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요.
외국 작품이지만 우리의 정서를 잘 느끼게 하고 싶었던 사실이에요.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작품을 관람하고 계신 분들은 우리나라 관객들이니까요. 한국인의 정서를 더 표현하고 싶다고 한국 연출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는데, 그 장면에서 그 정서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도 동네에서 잔치를 벌이면 막걸리를 마시면서 노래도 부르고 하잖아요.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Q. 다양한 작업을 하셨지만, 이렇게 어린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건 드문 일일 것 같은데요. 다섯 명의 어린 빌리들과 작업해보시니 어떠셨나요?
이렇게 어린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는 건 처음이에요. 이렇게 어린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극을 이끌어 가는 작품은 연극, 드라마에서도 잘 없잖아요. 가장 먼저 느낀 건 정말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이었어요. 정말 깜짝 놀랐고 자랑스러웠어요. 같이 연기 하면서 ‘빌리들이 연기하는 데 방해를 해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아마 모든 관객들이 보고 나면 마찬가지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어요.

Q. 빌리가 멋진 춤을 보여주는 넘버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땐 제일 가까운 곳에서 소년들의 무대를 감상하잖아요. 그때 어떤 기분이 들까 참 궁금해지더라고요.
개인 김갑수로서는 아이들이 혹시나 실수하지 않을까, 다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이 들어요. 워낙 격렬한 안무니깐요. 빌리 아버지의 입장에선 ‘우리 아들이 이렇게 춤을 잘 췄나’, ‘정말 기특하다’ 이런 생각이 들죠. 두 가지 마음이 그 씬 안에 공존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저는 연기자다 보니 빌리 아버지로서의 마음이 더 크죠. 생각지도 못했던 아들의 놀라운 재능을 발견하면 부모 입장에서는 얼마나 감동적이겠어요. 정말 논밭을 다 팔아서라도 아들 뒷바라지를 해주고 싶지 않을까요?

Q. 빌리엘리어트 아버지는 사실 굉장히 보수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데요. 실제 선생님은 어떤 아버지신가요?
저는 극 중의 모습과 많이 다른 편이에요. 자유로운 편이죠. 제 딸에게 '뭘 해라, 하지 말라'고 얘기했던 게 거의 없어요. 왜냐면 연기를 하다 보면 저 자신조차도 하기 싫은 연기는 죽어도 못하겠더라고요. 하고 싶지 않은 작품은 죽어도 하기 싫고요. 연기자라서 그런지 하기 싫을 때의 마음이 어느 정돈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무언가를 억지로 강요했던 적은 없었어요.

물론 마음속에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건 있었죠. 연기자나 가수 같은 직업이요. 제가 직접 경험해봐서 얼마나 힘든지를 잘 아니깐요. 하지만 한 번도 얘기했던 적은 없었어요.
 



Q. 함께 작업했던 후배들의 인터뷰를 보면 항상 선생님 얘기를 빼놓지 않더라고요. 젊은 배우들과 잘 소통하시는 비결이 있다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우리 때보다 확실히 더 자유분방하잖아요. 전 그게 나쁘게 보이지 않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잔소리를 안 해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웃음) 어른 눈에는 뭔가 부족해 보이고 그러니깐 잔소리를 하게 되잖아요. 왜 열심히 안 하냐 그러고.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도 다 열심히 하고,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하거든요. 이래라저래라 얘기를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가끔 어린 후배들이 연기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냐고 물어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도 저는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잘하는 거야’라고 얘기를 해줘요. 자기의 틀 안에서 누군가를 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지켜봐 주고,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항상 오해는 불통에서 비롯되더라고요.

Q. 발레를 통해 인생 최고의 도전을 했던 빌리처럼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다양한 도전을 하고 계시잖아요. 이번 뮤지컬도 그렇고요. 혹시 앞으로 또 도전해보고 싶은 건 없나요?
연기는 이제 제 직업이죠. 다양한 배역도 맡다 보니 특별히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들은 사라진 것 같아요. 그보다는 지금까지 제가 쌓아온 경력들에 누가 되지 않게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연기를 안 하는 그날까지 대중들에겐 믿음이 가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게 제 앞으로의 도전이자 꿈이죠.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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