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고독함이 닮았죠” 배우 이태성

작성일2016.11.04 조회수3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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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엄마’ 속 잘난 형 때문에 열등감에 시달리던 둘째 강재부터 예능 ‘진짜 사나이’의 든든한 해군부사관까지. 드라마, 예능을 섭렵하며 종횡무진 질주 중인 배우 이태성. 이번에는 유기견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 <더 언더독>으로 생애 첫 뮤지컬에 도전한다. 웬 뜬금없는 뮤지컬이냐, 하겠지만 데뷔 14년 차 배우 이태성은 연기는 물론, 음악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주말극 <애정만만세>에서 직접 쓴 자작곡을 피아노로 연주하기도 하고, ‘남자가 사랑할 때’라는 이름의 앨범을 낸 적도 있다. 올해 초 <복면가왕>에서 ‘날고 싶은 비행소년’으로 출연해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이번 뮤지컬 첫 도전에 대한 감회가 깊을 터. <더 언더독> 공연을 한 달 앞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영화, 드라마도 오래 하셨지만, 뮤지컬은 처음이에요. 새롭게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오래전부터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어요. 이번에 만난 <더 언더독>은 저에게 첫 도전의 의미가 가장 큰 작품이에요. <더 언더독>이 아닌 기존 라이선스 공연이었다면 조금 더 고민을 많이 했을 텐데, 창작 초연이라는 작품이 크게 보면 부담스럽거나 공연이 잘못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있을 수 있지만 반면에 오리지널 캐스트로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Q. 말씀하신 대로 창작 초연 작품이라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을 텐데, 뮤지컬 첫 작품으로 <더 언더독>을 하게 된 작품만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우선 제가 맡은 진돗개 ‘진’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남자분들이 굉장히 욕심을 가질만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에요. 카리스마도 있고, 상처가 있지만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내면이 변해가는 모습을 가진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어요. 그리고 소재 자체에 대한 매력도 있었고요.

요즘에 반려견을 키우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이 작품을 하기 전에는 소셜네트워크나 TV에서 조금씩 보여주는 장면들을 통해 유기견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구나, 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심각성이나 문제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제가 알던 것보다 반려견을 키우시는 분들도 훨씬 많아졌고, 그 반면 유기견 문제도 훨씬 심각했어요. <더 언더독>은 관객분들이 유기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Q.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유기견을 소재로 한 <더 언더독>,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고, 이태성 배우는 어떤 역할을 맡으셨나요?
4년 전 SBS 프로그램인 <동물농장>에서 ‘더 언더독’이라는 주제로 방송이 나갔어요. 그때 6개월간의 촬영 기간을 거쳐 힘들게 방송에 내보내게 되었다는 신동엽 씨의 말이 생각나요. 그 프로그램을 기점으로 뮤지컬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 작품은 개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요. 그래서 출연진의 캐릭터가 모두 ‘개’에요. 저는 진돗개의 역할인 ‘진’이고, 마르티즈, 세퍼트 등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다른 개 이름을 가진 배역들도 있어요.

이야기는 ‘진’이 유기견 보호소에 들어오면서 생겨나는 에피소드로 시작해요. 유기견 보호소에는 행복한 기억이 있었던 개도 있고, 저처럼 태어나서부터 투견장에서 살기 위해 살아왔던 개도 있어요.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지고 살았던 개들이 만나 ‘우리도 살고 싶다’,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다’라는 주제로 그 안에 벌어지는 많은 에피소드를 그려요. 그 이야기들이 비단 개의 이야기만이 아닌, 인간의 삶과 닮아있는 부분이 많아요. 사회적인 모습,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정치적인 모습들, 사랑, 그런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Q. 모든 배역이 ‘개’의 역할이지만 실제로 사람이 연기하고, 개에게 상처를 주는 상대방 역시 ‘사람’이에요. 일반적인 연기와는 차이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공연 중에 개의 흉내를 낸다거나, 그런 행동을 한다거나, ‘멍멍’ 짖거나 하진 않아요. ‘개’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뮤지컬 <캣츠>가 고양이 분장을 하듯이, 너네도 개 분장을 하고 나오느냐,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흰 그런 건 없어요.

이 작품은 <더 언더독>이라는 제목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나왔더라도 모를 정도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버림받았다’, ‘살기 위해 살아왔다’라는 큰 주제를 놓고 보면, 진이 키웠던 주인에게 버림받아 개장수에게 팔려가고, 투견장에 가게 되는 모습이 단순히 개가 버림받은 모습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비슷한 모습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청춘을 다 바쳐 일하던 직장에서 버림받아 일자리가 없어진 분들도 계실 테고, 그런 비슷한 사회적인 모습에서 캐릭터를 많이 발췌해왔어요.
 



Q. 진은 투견장을 거쳐오며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러면서 거친 성격을 가진 캐릭터가 되었어요. 하지만 이후 보호소에서의 삶을 겪으면서 따뜻한 내면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본인과 비슷한 점, 혹은 차이점이 있다면요?
‘진’이라는 캐릭터는 혼자 이겨내야만 했어요. 그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고, 살아남기 위해서 혼자 이겨내며 지내왔어요. 저라는 본질을 봤을 때 진과 비슷한 부분은 배우생활을 하면서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물론 스태프들의 도움 같은 맥락이 아니라, 연기적으로나 내•외면적으로 생긴 문제들은 제 스스로 이겨내야 하잖아요. 투수는 마운트에서 고독하고, 가수는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 고독하고, 배우는 연기할 때 고독하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런 틀에서 보면 나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점이 비슷한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연기라는 틀 안에서 봤을 때,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연기와 뮤지컬에서 선보이는 연기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장르적으로 표현이 다른 건 없는 것 같아요. 단지 매체의 특성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화면으로 볼 것이냐, 큰 화면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실제 눈앞에서 볼 것이냐의 차이인데, 보는 사람 특성에 맞게 표현의 증폭을 조절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특히 뮤지컬은 노래와 노래 속 대사, 극적 장치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노래도 ‘대사’라는 점이에요. 그렇다 보니 이 곡, 이 장면을 통해서 어떤 감정을 표현하겠다는 확신이 있어야 극 전체가 완성될 것 같아요. 드라마는 NG 나면 다시 할 수 있고 기계적인 편집이나 상대 배우의 애드립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공연은 라이브니까 실수해도 다시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는 것 같아요. 관객분들의 기억을 편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되니까 (웃음)

Q. 뮤지컬이나 연극의 경우 라이선스 극이나 레퍼토리 극의 경우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창작 뮤지컬의 경우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만들어내야 하잖아요. 같은 맥락에서 영화나 드라마 역시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그런 경험을 통해 ‘진’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데 수월한 면이 있나요?
전혀 없어요. 저는 영화, 드라마 캐릭터 만드는 것보다 훨씬 힘든 것 같아요. 물론 한 역할을 나에게 투영해서 표현하는 건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데 연습하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더 언더독>의 넘버를 누군가가 먼저 불렀더라면, 그 노래를 듣고 ‘아, 이런 노래구나’ 하고 알 수 있을 텐데, 악보를 보고 콩나물(음표)을 내가 투영해서 불러야 하는 거니까 (웃음)

예를 들어 조승우 씨가 부른 ‘지금 이 순간’이라는 넘버는 노래방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사람들에게 익숙하잖아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제 목소리를 통해 완전히 처음 만나게 되는 넘버다 보니 힘든 것 같아요. ‘내가 곡을 잘 해석한 건가? 맞는 건가?’ 하는 고민이 많아요. 라이선스가 있는 작품들은 일정한 틀이 있으니 그걸 일정 부분 가져와서 ‘여기는 내 장점을 더 살려서 나에게 맞게 불러야겠다’하는 게 있는데, 이번 작품은 창작 초연이다 보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느낌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Q. 김준현 배우와 더블로 출연하시죠. ‘이태성’만의 ‘진’은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연기할 진은 조금 더 감성적인 진인 것 같아요. 김준현 선배님이 하시는 진은 굉장히 거칠어요. 똑같은 대본을 놓고 두 명의 배우가 리딩하고, 같은 곡을 부르는데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김준현 선배는 거친 진의 모습이 많이 보이고 저는 좀 더 섬세한 진의 모습이 보일 것 같아요.

Q. 이번 작품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작곡으로도 유명하신 이성준 음악감독님이 작곡을 맡으셨죠. 당시에도 넘버가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번 <더 언더독>의 음악은 어떤지 살짝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아직 전곡이 다 나오진 않았지만, 저는 다 좋은 것 같아요. 일단 음악이 아름다워요. (극의 주제에 맞게) 무겁고, 슬픈 분위기가 내재되어 있고 첫 곡, 대결 구도에서 나오는 곡, 멜로가 조금 들어있는 곡 등 넘버마다 느낌이 다 다르지만 정말 다 좋더라고요.

Q. 그렇다면 (전곡이 다 나오진 않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 혹은 관객분들이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하는 곡이 있을까요?
음…제가 맡은 ‘진’이라는 캐릭터를 다 표현해낼 수 있는 솔로곡 ‘운명의 덫’이라는 노래가 좋아요. 처음 유기견 보호소에 들어오고 나서 좌절하면서 감정을 쏟아내며 부르는 노래거든요. 그리고 저와 중사가 처음으로 대립해서 결투하는 느낌의 노래, ‘소란 2’라는 곡도 좋아요. 
 



Q. 원래 음악을 좋아하신다고 알고 있어요. 올해 초 복면가왕에도 출연하셨었는데, 음악은 언제부터 관심이 있으셨나요?
어릴 때, 초등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한데, 특별활동에 단소반이 있었어요. (웃음) 단소반에서 시작해서 대금반까지 가게 됐어요. 그걸 계기로 악기에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그 후로 기타, 피아노 등 학원을 계속 다녔어요. 그러다가 야구를 계속하게 되면서 음악학원은 다니지 못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수를 준비하면서 음악을 시작했어요. 같은 방에서 같이 지내다 보니 그때부터 음악은 계속 떨어질 수 없는 존재였던 것 같아요.

Q. 작곡도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요즘에는 매우 바쁘실 텐데 꾸준히 하고 계시나요?
요즘은 못해요. 군대에 있을 때 코드진행이나, 기성 가요에서 발췌할 수 있는 부분이나 악보, 음악적인 용어를 많이 배워서 그때 썼던 곡들이 많아요.

Q. 군대에서 책도 쓰시고, 요즘에는 캘리그라피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이런 취미생활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군대에서는 할 게 없으니까 계속 무언가를 찾아서 했었어요, 나갈 생각하면서. (웃음) 평소에는 운동을 많이 해요. 야구도 하고, 골프도 치고. 극과 극인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 같아요. 한없이 방 안에 틀어박혀서 정적인 걸 하다가, 밖으로 나가면 동적인 활동을 많이 하죠. 요즘에는 날씨가 추워져서 모든 동적 활동의 시즌이 끝났습니다. (웃음) 이제 따뜻한 곳에 들어가서 정적인 활동을 해야죠.

Q. 이제는 연습실과 공연장에서 동적인 활동을 하시는 것도 괜찮겠어요. (웃음) 이제 공연이 한 달가량 남았는데요, 기다리시는 관객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공연 자체가 좋아서 극장에 오시는 분도 계실 테고, 한 배우의 팬으로 오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선택해서 관람해야 하는 장르잖아요. TV처럼 리모컨으로 돌려서 보고 싶은 걸 보는 게 아니라, 공연장까지 찾아오셔야 하는 건데, 그렇게 먼 발걸음을 해주실 관객분들께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연습하고 최선을 다해서 <더 언더독>이라는 초연이 10년, 20년 지났을 때 처음 이 공연을 만들었던 멤버들이 회자될 수 있도록, 그런 뮤지컬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글: 조경은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kejo@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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