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정동화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않게, 운동선수와 같은 투지로"

작성일2014.07.24 조회수19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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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을 이야기 할 때 분명 정동화를 빼 놓을 순 없을 것 같다. 데뷔 10년이 넘었지만 누구보다 큰 열정과 의욕으로 에너지를 분출 중인 배우. 쉼 없이 '링 위에 오른 격투기 선수'에 자신을 비추며 끊임없이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남자. 2년 간의 군 복무 기간 동안 배우를 넘어 한 존재로서 스스로를 들여다 보았다는 사람이 정동화이기 때문이다. <비스티보이즈>의 악의 화신 이재현을 비롯해 <쓰릴 미> <두결한장> 등 연이은 그를 향한 무대의 러브콜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Q. <비스티보이즈>의 이재현으로 출연 중이다. 작품 속 유일한 악역인데 그간 맡아왔던 배역과도 색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연습 초반엔 힘들었다. 연출님이 "얘는 그냥 나쁜 놈인데, 네가 하면 교훈적이야." 그러시고. (웃음) 이 사람의 속사정을 모르고 사회적인 시선으로 봤을 땐 살인도 주저하지 않는, 당연히 나쁜 놈이다. 이 인물에 대해 네 가지 정도로 방향을 잡아서 연습했었는데 최종적으로 지금 표현하는 건, 재현은 굉장히 개츠비의 친구들을 아끼는 사람이라는 거다. 가족에 대한 엄청난 갈증을 느끼는 애정 결핍자를 서브텍스트로 갖고 있다. 그 부족함을 채우려다 보니 이 친구들을 자기 곁에 두고 싶어하는데 그 방법이 약간 비뚤어진 거다.

Q. 트리플 캐스팅이라 같은 배역이라 해도 배우에 따라 느낌 차가 크겠다.
정말 배우들마다 크게 다르다. 특히 재현의 역할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도 달라질 거다. 그래서 공연 때마다 부담이 엄청나다. 마지막까지 재현이 정리를 잘 못해주면 작품이 날아가는데, 그래서 더 많은 집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칼 맞는 장면이 너무 힘들다. 실제로 칼을 맞아본 적은 없지만 (웃음) 그래도 그 상황을 표현해야 하니까. 그 고통을 표현할 때 내적으로도 '지금 내 내장이 틀어졌구나' 같은 생각을 하면서 연기하니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리허설 할 때도 그 장면에서 죽어나겠구나, 싶었는데 정말 그렇다.


Q. 군 복무 후 첫 복귀작의 중요성은 배우 개인에게도 클 것이다. <비스티보이즈>를 선택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작품보다 인물에 조금 더 중점을 둔다. 누구나 다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내가 맡아야 할 배역에 대한 스스로의 애정도가 좀 떨어진다면 그 작품을 선택하지 않는 편이다. <비스티보이즈> 이야기가 나올 땐 대본이 안 나왔고 트리트먼트만 있었다. 재현이 일단 굉장히 센 역할로 나올 것이라는 등의 큰 줄기에 대해서만 설명을 들었고, 영화도 봤지만 영화와는 또 다른 무대가 될 것이라고 해서 굉장히 새로운 인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그 때 제의를 받은 몇 개의 작품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입체적인 느낌이 날 것 같은 인물이 재현이었다.

Q. 군 생활이 어떠했는지도 궁금하다. 상도 많이 받았다던데.
세 개나 탔다. 훈련소에서, 병무청 교육가서, 또 구청장 상도 받았다. 상복이 없는 편인데 군대에서 상복이 터진 것 같다. (웃음) 구청 여권과에 있었는데, 구청 행사 때 실용음악과 다니던 친구들 몇몇과 함께 노래를 몇 번 하게 되었다. 분위기가 좋았고 또 근태 면에서도 문제가 없어서 포상휴가로 5일을 받기도 했다. 1년에 최대 5일을 포상휴가로 받을 수 있는데 그걸 한 번에 받은 거다. (웃음)

Q. 약 2년의 시간을 잘 보낸 것 같다.
인생의 황금기를 이야기 할 때, 대외적으로 배우로서의 삶을 떠나 내 인생을 두고 더 넓은 시야로 본다면, 지난 2년이 날 가장 성장시키고 시각을 넓혀 준 시기였다. 사실 제일 좋았다.

Q. 어떤 면에서 그러한가.
남자들이 많이 하는 거, 유흥 같은 걸 별로 잘 하지도 않지만 지난 2년 동안 완전히 차단시켰다. 어찌 보면 순간적인 행복을 위한 과정들이 그리 좋은 게 아닐 수 있다. 내 옆엔 항상 내 가족, 아내, 그리고 종교적으로 하나님이 항상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들을 차단시킬 수 밖에 없는 거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않게 했을 때 더 큰 복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난 더 훌륭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그 길로 가는 과정에서 고난을 잘 넘기면 분명 더 큰 좋은 일이 다가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Q. <비스티보이즈>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겠다. (웃음)
최근에 느끼는 것인데, 영화나 뮤지컬이나, 극중 캐릭터들이 각기 갖고 있는 속성들은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이나, 단지 사람에 따라 특정한 성향이 어느 쪽으로 더 치우쳤는가의 차이이지 않을까. 내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엔 해결점이 생기더라. 어딜 가든 뭘 하든 내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인물과 만나는 지점이 생긴다. 얼마나 고민하고 검열하느냐에 따라 그 인물을 잘 만들 수 있는 힘이 나오는 것 같다.


Q. 공연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많은 새로운 배우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공백기에 대한 부담감도 컸을 것 같다.
데뷔도 스무 살에 일찍 해서 20대 중반까진 어딜 가든 막내였는데 20대 중반이 되면서 선배가 되니 기분이 약간 이상했다. 뭔가 사랑 받는 자리를 빼앗긴 느낌이었달까? (웃음) <알타보이즈> 할 때 주원이 막내였는데 주원을 보며 '내가 데뷔했을 때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싶었다. 뭘 해도 주원이 예뻤으니까. (웃음)

그렇게 막내가 들어오니까 오히려 할 게 더 많아졌다. 막내 눈치 보게 되고, 그들에게 부족한 모습,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면 안되니까. 그러면서 과거 내 선배들이 정말 잘하셨구나, 좋은 선배들이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나도 최대한 후배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그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선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항상 내가 운동선수라고 생각한다. 격투기 같은 걸 좋아해서 즐겨 보기도 하는데, 그 선수들은 한 라운드에 5분, 많이 뛰어 봤자 5라운드 25분인데 그 시간을 위해서 몇 년간 훈련하고 자신의 모든 걸 걸고 경기를 한다. 그들의 훈련 영상을 보면 정말 부끄러워진다. 저 사람들은 저렇게까지 하는데 나는 좀 더 해야겠구나, 하고. 그렇지 않으면 게을러져서 안 된다.

Q. <비스티보이즈> 대사 중 '모든 건 욕망에 의해서 움직인다'라는 말이 있다. 현대인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고 느꼈다.
그렇지. 하지만 무얼 해도 다 순간적이고, 그 순간이 좀 길고 짧다는 차이 뿐이다. 결국 우리 모두는 나그네 삶이고, 나 역시 우리 가족이 사고 없이 함께 행복하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며 사는 게 가장 보람된 인생이 아닐까, 점점 그런 생각이 든다.

Q. 8월에는 <쓰릴 미>에도 출연한다.
워낙 쟁쟁한 배우들이 거쳐간 작품이고 그러면서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준 작품이라 부담이 된다. 사실 <쓰릴 미>를 얘기만 들었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나마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게 나의 장점이 될 거라 생각한다.


Q. <쓰릴 미>의 '나' 역시 밀도 높은 역할이다.
실제 사건이라 리처드와 네이슨에 대해 살펴봤다. 실제로 리처드는 죽고 네이슨은 교도소에서 나온 후 결혼해서 새 가정을 꾸렸다고 한다. 워낙 희대의 살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기자들이 가정을 꾸린 네이슨이 어떻게 살고 있나 취재하러 갔었는데, 평범한 가정이었지만 방 한 쪽에 엄청나게 큰 리처드의 초상화가 있었다고 한다. 네이슨은 정상적인 사람, 마냥 유약한 사람이 아닌 거다. 실제로 아이큐도 210이었다고 하고.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록 이 인물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싶다.

Q. 가을에 공연 예정인 <두결한장>은 음악극이다. 정말 쉴 새가 없는 배우다. (웃음)
퀴어 영화들 중 가장 흥행했다는 영화 <두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을 극으로 만든 거다. <두결한장>이 지금 예정된 공연들 중 가장 먼저 출연을 결정한 작품이고 또 굉장히 일찍, 작년부터 같이 하자 이야기를 해주셨던 작품이기도 하다. 대본이 굉장히 잘 읽혔고 <비스티 보이즈>나 <쓰릴 미>처럼 강렬한 파급이 있진 않지만 굉장히 짠한 느낌이 있다. 추민주 작가님이 대본을 쓰셔서인지 깊이가 있다. 어떤 투쟁도 아니고 무조건적인 해피엔딩이나 쓸쓸한 결말도 아니다. 제작진도, 같이 하는 배우들도 좋아서 기대가 된다.

Q. <스프링 어웨이크닝> <엠 버터플라이> 등 과거 호연했던 작품을 여전히 기억하는 많은 관객들이 배우 정동화에 거는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어느 작품이나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면 그걸 보고 지금의 평범한 삶에 감사하게 될 수도 있고, 굉장히 따뜻한 메시지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작품도 있지 않나. 이 배역으로, 이 작품으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단지 관객들에게 작품을 통해서 좋은 기운을 주는 게 목표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 같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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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수 2
  • ariran*** 2014.08.01 비스티보이즈 잘봤습니다^^ 쓰릴미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 kkk77*** 2014.07.24 항상 열심히 좋은 무대 보여주시는 배우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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