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북소리로 시작하는 이 공연은 우리에게 익숙한 처용가로 해학과 풍자를 보여준다.
꼭 그 시대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세 명의 배우들의 춤과 몸짓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왠지 나 역시 고려 시대로 돌아가서 탈춤 구경 나온 아낙이 된 것만 같았다.
몽고의 침략으로 우리나라가 수도 천도를 하게 되어 섬에서 있음직한 일을 보여주는 이 공연은 아주 약간 가지고 있는 역사 상식을 아련하게 떠올려준다.
지금 현세를 한탄하는 이규보, 팔만대장경... 맞아, 고려말에 그랬었지...
아주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던 기억이라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공연장을 울려퍼지는 음악 소리를 따라 고개를 끄덕이며 몰입하였다.
위기가 닥치지 않았을 때는 뜻을 함께 했던 세 명이 위기가 닥치자 각자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장군의 양자로 가는 만전, 팔만 대장경의 오자를 체크하겠다는 학승 통수기, 책 대신 칼을 쥐겠다는 길상...
누가 가장 옳은 결정을 내렸는지 감히 내가 판단할 수는 없겠다.
그들의 결정으로 인해 어떠한 결과를 내렸는지 잔잔히 풀어내는 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오랫동안 책만 보느라 한쪽 눈이 멀어버린 통수기의 모습도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그에게 나타난 창녀가 되어 나타난 나난...
그녀는 통수기가 젊었을 때 사랑으로 다가왔다 사라진 여인이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초라한 늙은 창녀가 되어버린 나난을 통수기는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태어난 두 쪽 눈이 멀어버린 아기...
'아름다운 남자'에서는 눈이 굉장히 의미심장한 듯하다.
한쪽 눈이 먼 통수기, 통수기의 스승 지공... 그리고 양쪽 눈이 먼 아기...
차마 볼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양쪽 눈이 멀어버린 아기를 바다에 떠나보내고 통수기와 나난 역시 떠난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들에게도 희망이 찾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어느 누가 딱히 아름답다라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남자, 아름다운 여자,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바람이 꼭 이루어지기를...

막공이였던 것이 아쉽습니다.

막공이 아니였다면 더 많은 분들에게 보라고 했을텐데....

좋은 무대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 만에 만난 잘 짜인 공연이었다. 보는 내내 즐거웠다.

내가 여태껏 봐왔던 연극과는 정말 색다른 느낌..

솔직히 제일 처음 시작할때는 우리에게 친근하지 않는 창과 비슷한 곡조로 하여 민속놀이를 즐기는 듯한 분위기여서 조금 이질감이 느껴졌는데 또 다른 면으로는 왕의 남자를 연상케하는 분위기가 나서 궁금함이 들기도 하였다..

전혀 연극에 대해 사전 조사라든지 공부를 하고 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배우들이 전달하는 내용에 집중을 하여 봐야했는데 처음에는 연극을 잘못 선택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솔직히 한 20분 정도는 흡수되지 못하고 따로 돌면서 배우들만 멀뚱히 쳐다봤었다...

중생으로 나오는 3명의 배우분들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과 함께...ㅋㅋ

아무튼 극이 전개되면서 확연히 차이나는 세사람의 생각을 보면서 나름 내 머릿속으로 극의 전개를 풀어나가 보았다..

점점 스며들게 만드는 연극 같았다...

3명의 삶을 전개해가는 스토리는 반전없이 예상하는 것과 거의 비슷해 다소 밋밋할 수 있으나 역시 연극이 좋은 이유는 무대의 배우들의 몰입과 무대에서 책이 나뒹굴면서 관객들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고서적의 냄새과 극에 절정에 치닫는 분위기가 피부로 느껴졌기에 더 생생한 느낌을 전해받을 수 있었다..

색다른 경험을 전해준 연극이었다.

블로그에 끄적대던 글로 지극히 개인적이며
주절주절 내뱉어댄 글입니다.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드려요 ^^

고등학교땐가 정악 이란걸 보러 갔더랬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부르던 거라는데.. 가서 잤다. 오페라 이후 2번째 공연가서 잔 기억.

요샌 이런 거 많지않나싶다. 조선시대 왕의남자. 고려시대 쌍화점.
가장 최근엔 조금은 다르지만 인사동스캔들이랄까나..?

전통..먼저 뽀얗게 뒤집어 쓴 모습이 아닌 총천연색 화려한 모습으로 보여지는 전통말이지..
이 연극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전통을 써 먹는 건 여러번 있었지만 얼마나 제대로 보여줬나 생각해보면..
(아. 갠적으로 쌍화점은 쫌..)
근데 아름다운 남자의 음악. 정말 좋았다. 제대로 인거.

올라올라..(?)계속 주문외듯 둥둥거리는 북소리와 주문의 웅얼거림
배우들의 대사 조명이 어우려지니 흡입력 최고.
이 음악을 뭐라 부르는지. 고려가요? 굿판? 어찌되었든 전통.

3장면 정도 꼽으라면.

길상의 대사. 아.. 너무 길다. 그래서 못 왠다. 누군가 기억력 좋은 분이 써줬음 좋겠다.

다음은 팔만대장경과 개태사를 태워 없애는 장면. 막 집어던지는 책들과 북소리 노래소리 붉은 조명 지공대사의 대사 모든 것들이 진짜 확! 사람을 잡았던 그런 장면.

다음은 만전춘별가에서 조명이랑 어우러진 장면. 이 부분 조명 너무 멋있어. 무대 전체에 노랗게 경전을 비춰주는 모습.

아. 4개가 되겠다. 이규보의 대사까지.
개인적으론 이규보의 대사를 들으며 징징 울리는 느낌이 들었던.아... 뭔가 느끼는 점이 많았던..

정말로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