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시간 20분가량 진행된 연극이라 약간은 짧다..라는 느낌이 없지않아 있었습니다.
연극내용이나 배우분들이 꽤 마음에 들어서 두번을 봤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네요.
쓰다보니 좀 많이 길어졌는데;; 그래도 이왕 적은것 올려봅니다.

첫장면은 SF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속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라는 말이 바로 나올만큼, 어찌보면 꽤나 흔하고 진부한 SF죠
지구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곳에 불시착한 여자주인공과, 그 여자주인공을 구해주고 도움을 주지만 마음속에선 갈등이 남아있는, 지구인과의 혼혈로 버려진 남자주인공.
그리고 그 남자주인공을 사랑하는 또다른 남자..
그 남자는 지구인으로 인해 남자주인공이 상처받지 않기를 원하기에, 끊임없이 그를 설득하고 여자주인공을 괴롭힙니다.
자신을 버린 지구인아버지에 대한 원망, 혼혈쓰레기로 태어나 경멸과 멸시를 받아온 지난 시간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마음 한켠을 내주고 만 남자주인공...
마지막 순간에, 지구로 함께 떠나자는 여자와, 그동안 자신과 늘 함께해주었던 남자중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로라는 현실공간에서 철수는 흔하디 흔한, 연출가입니다.
기간이 이틀밖에 안되는 작품 하나를 위해 몇달을 공사장에서 벽돌을 지고, 시멘트를 날라야 하는..
열정은 있으나 잘 풀리지는 않는, 30을 일년 앞둔 나이라 초조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한 연출임과 동시에 힘들지만, 너무나 어렵고 고되지만 그래도 연극에 대한 꿈은 접지 않는, 좌절하고 슬플때도 재차 일어서려는 남자이기도 합니다.
나이 29에 하루 연습실 대관료가 얼마인지 계산하고, 다쳐서 연습에 빠진 배우를 원망하며 문병조차 가지 않는 그는.. 조금쯤 지쳐있던건지도 모릅니다.

철수와 사귀었지만 어느순간, 더이상 그를 받아줄 수 없게 된 영희는 꽤 잘 나가는 작가입니다.
둘은 티격태격 의견다툼도 하지만 그래도 어렵게 어렵게 친구로서 지내고 있는듯 보입니다.
그리고 다친 배우를 대신해서 대신 온 성국이 등장하면서 둘 사이에 갈등이 생깁니다.
성국에게 반한 영희.. 하지만, 성국은 철수를 좋아하고 있었기에 영희의 마음을 못본척, 못들은척 외면할 수 밖에 없었지요.

한순간에 그들의 아슬아슬한 균형이 무너지고, 철수와 영희는 크게 싸웁니다.
그리고 철수는 성국에게 말합니다. [영희가, 작가님이 널 좋아하신대. 한번 받아줘라]
그로인해 철수와 성국은 몸싸움을 하고 모두 나간 그 연습실 한 귀퉁이에서 고선배에게 투정하듯 내뱉은 철수의 대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왜 나만 때려? 왜 나한테만 그래? 나도 잘나가는 연극 성공해서 막노동 안해도 내 꿈 이룰 수 있고, 배우들 맛있는것도 사주고 싶은데 왜 나만 때려!!]
술타령 밥타령 능글거리는 웃음에 넉살좋은 모습만 보여주던 고선배가 철수를 도닥이던 그 장면.
마치 아버지처럼, 큰 형처럼, 한발짝 앞서가있는 선배로서 타일러주고 보담아주던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목이 터져라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던것도 좋았습니다.

철수는 말했습니다.
(연극내용중에) 남자주인공은 여자를 따라 지구로 따라가지 않는다. 사랑은 흔들릴 수 있지만, 그것은 이미 내용중에 보여준것이다. 궂이 여자주인공을 따라 지구로 따라가게 하고싶지 않다
아마.. 여지를 남겨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철수와 남자주인공은 참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아요.
열등감과 초조함에 주위에 화풀이하던 철수, 그리고 자신을 버린 지구인에 대한 분노와 함께 지구인인 여자주인공에 대한 애정에 방황하던 그.
연극도, 현실에서도, 그들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역시 관객에게 여지를 남겨주고 싶었던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철수가 성국을 따라 유학을 갔거나, 영희와 화해하고 그녀와 함께 했다면.. 연극이 끝난 후 마음에 찝찝함이 남아있었을 것 같아요.


여기까지는 연극내용 이야기이고..
공연을 보면서 아쉬운점이 있었습니다.
공연내용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배우분들의 연기도 좋았고, 나름대로 매끄럽게 이어진 극중극형식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공연내용에 공감이 되질 못했던것 같습니다.
일반관객의 입장에서는 그저 막연하게, [아, 저런가보구나]라고 스쳐지나갈만큼 나와 접점이 없는 내용이다보니..
계속 되짚어 보는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공연내용이 상당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어요
애초에 기본적인 전제자체가 대학로의 흔한 연출가, 조금 뜬 작가, 수많은 배우들..이었기 때문에 한계성이 있기는 하지만..
뭐랄까요,..
철수가 시비를 걸때 [잘나가는 시트콤 작가님]이라고 하는게 친하기 때문에 하는 농담인지, 정말 잘 나가는 성공한 작가인지 구분이 안되고..
또 그게 제대로 이해가 안되었기 때문에 싸우면서도 영희와 함께 작품을 하는 철수가 '친한 사이라서 자를 수 없는건지' 아니면 '작품을 잘 쓰기때문에 자를수 없는'것인지.. 혹은 말 그대로 '돈을 주지 않아도 되어서'인지도 모르겠더라구요.
기본적인 설명이 약간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반대로, 게이코드가 들어간건 꽤 재미있었습니다.
[여자가 아니라서 키스할수 없다]는 봉민도, 그를 한심하게 보던 미정도 재미있었고..
뭐랄까요.. 게이코드가 들어감으로 해서 이루어진 갈등요소가 상당히 흥미로웠달까요;
그래서 남녀간의 단순한 치정싸움처럼 보이질 않고; 그 외의 것..
예를들면 철수의 내면이라던지, 성민이 철수를 기다린 마음, 그를 사랑하고 배려하던 모습들, 영희가 진저리내고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철수의 곁에 친구로 남은 이유들..
이런게 보여서 상당히 좋았습니다
일주일밖에 안되는 기간이라 아쉬움이 많은데.. 나중에 조금 더 다듬어져서 다시금 볼 수 있게 된다면 다시한번 보고싶은 공연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시놉시스와 연출의도에 비해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며 볼 수 있는 극이었습니다.
극중극을 만들어가는 연출가와 작가에 휘둘려서 엉뚱하게 튀어가는 SF극의 묘미란!!

분위기파악을 잘하는건지 못하는건지 술술술타령에 표정 하나하나 감칠맛나시는 고선배님...불안함을 웃음으로 넘기고 체념과 희망이 섞인 캐릭터에 후반으로 갈수록려는 더욱 매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호랑이같은 선배지만 인간미 넘치는 고미정씨. 선배의 불호령! 사랑의 채찍치곤 엄하던 그 모습이 너무 리얼해서 실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목소리 박력!!
분위기 파악 못하는 막내...인데 그 극중 키스씬을 하던 엉거주춤한 자세가 잊혀지지않는 귀염둥이 사고뭉치;; 봉민씨^^!
어째 조연캐릭터가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네요.

누구나 한번쯤 눈길이 갈것같은 성국씨.연습실에 모여앉아 다함께 술을 마시던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충격에 저도 모르게 흘렸던 술. 그 장면의 온갖감정을 담은 표정이란! 이 사람이야말로 현실성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하지만... 당신이야말로 좋은 사람 만날거예요!!라고 외쳐주고 싶었습니다ㅠ
영희씨...음;; 사심에 흔들리는 장면에서 더 매력적이었다고나 할까요. 짝사랑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꽤나 귀여우셨어요. 그래도 길가에서 앞구르기는...몸을 위해 자제하세요^^;
불안함에 흔들리고 자기감정에 제어가 듣지 않던 철수씨. 그 불안불안하고 자기자신도 정리하지 못하는 애매한 감정들에 끌리기도하고 우리네의 모습을 투영시킨것같아 거부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안쓰럽게 보다듬고 싶어지는 캐릭터. 두마리 토끼 모두 놓아주신 것 같은 마지막이었지만, 혼돈속에 주인공을 남겨두려는 걸까요. 아니면 그것이 끝을 제시한 결론일까요^^;

열심히 웃고 즐기고 뒤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극입니다. 대학가 끝자락 어딘가의 연습실에 있을것만 같은 이야기. 몇일 남지 않은 공연 파이팅입니다!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망설이지 말고 보시라고 말씀드리고픕니다^^!!!

젊은 감각의 위트있는 대화체로 너무나 솔직하게 털어놓는 그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사실적인 현실무대와 상반되는 SF만화같은 극중극덕과 적절한 에피소드.
그리고 감초같은 우리의 고선배님 덕에 극에 활기가 넘친다.
고선배역에 공재민배우님의 자연스런 연기덕이 아닌가 싶다..
전반적으로 배우님들이 모두 열심히 잘하시더이다.. 다들 다음작품을 꼭 보고싶은..
실제 어느 연습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무대셋트덕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무대위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시던 아주머니덕에 공연시작 전부터 작은 웃음을 흘렷다.
공연중에도 나오지만 공연기간이 너무 짧은게 정말 많이 아쉬웠다.
좀더 길게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