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놉시스가 정말 흥미로웠다. 나 역시 한동안 세상을 무채색으로 바라보았고, 내 내면은 갈증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는데 나의 생각들과 비슷한 극을 만나 반가웠다. 하지만 걱정도 있었다. 최근 본 현대무용극도 시놉이 매력적이라 보러 갔는데 완전 실망하고 와서, 이번 신체극 역시 대사가 없기 때문에 메시지를 온전히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좋았다!

2. 굶주림과 공허함, 하지만 욕망으로 가득 찬 인간의 모습을 좀비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획일화되고, 오로지 눈앞의 먹잇감만을 향해 달려드는 이들. 이들의 싸움은 끝이 없다. 서로 밀치고, 뜯어내고, 아주 비이성적으로 행동한다. 5명의 배우 모두 새하얀 옷을 입고 있지만 그들의 행동은 격렬한데, 우리가 겉으로는 순수해 보이고 단조로운 삶이라 생각돼도 누구에게나 내면에는 그들의 움직임처럼 이기적이고 격렬한 모습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3. 이 극에서 계속 등장하는 ''비눗방울''은 예쁘고, 환상적이지만 금세 사라져버리는 것들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실체 없는 아름다움과 화려함에 혹해 모두가 서로 차지하려 들지만 결국 허황된 것. 이 와중에 무리에서 벗어난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사람들이 비눗방울 하나를 가지고 싸울 때 미친 듯이 괴로워한다. 그곳을 벗어나고자 하며 저항하지만 끝내 자유를 얻지 못했다. 해피엔딩보다 현실적인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굶주림과 공허함을 완벽히 벗어나는 것이란 영원히 불가능한 것일까?

4. 검은 코트의 남자는 극 사이사이에 등장해 비눗방울을 만든다. 마술쇼, 혹은 과학실험실 같은 분위기 속에서 크고 작은 비눗방울을, 혹은 연기가 가득 찬 비눗방울을 만들어낸다. 그는 누구일까? 사람들을 현혹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권력자일까? 그가 만드는 비눗방울들은 사람들 머리 위로 떨어지며 그것이 사라져도 여전히 사람들은 화려했던 비눗방울에 집착한다.

5. 극의 전반에 대해서는 이해했지만 여전히 굶주림과 공허함, 그리고 진정 허기를 채워줄 무언가에 대한 해답은 잘 모르겠다. 무의미에서 발생되는 이 허기. 나 역시 이러한 허기에 한참을 시달렸는데.. 나는 의미 있는 일을 찾아야 그 허기가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어렵다. 천천히 계속 생각해보아야겠다.

6. 이 시놉시스로 소설을 만들어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아니면 그림책? 이런 추상적인 문제를 가지고 꽤나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아 다르게 변형된 모습도 궁금해진다.

7. 배우분들의 몸짓이 어떤 짜임 없이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것 같다가도 또 어느새 하나의 유기체처럼 합쳐졌다가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다가 한다. 그렇게 어지럽게 움직이는데도 동선이 전혀 얽히지 않는 걸 보면 연습량이 보인다. 반쯤 좀비가 된 연기를 코앞에서 보여주신 배우님들 완전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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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의 매체를 이용해서 말하고자하는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새롭고 단일적이라 신체극에 비해 이해도가 높았어요 생각하게 만드는 극인거 같아요 과연 우리는 선택에게 끌려다니는 걸까 나의 선택으로 인해 움직이는 걸까

''회색도시" (연출:김준영 음향디자인:이현석 출연:오쿠다 마사시, 백효성, 홍성락, 박동조, 김가희, 임연지 제작:극단 꾼 극장:대학로 민송아트홀 2관 별점:★★★☆☆) 연극인 줄 알았는데 무용 공연이었다. 그러고 보니 제목에 신체극 이라고 되어 있내... 이 공연 버블쇼도 보여 주는데 기존의 비눗방울 말고 안에 연기가 들어 있는 방울이 떨어지는게 신기했다. 저 장치 어떻게 만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