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번민은 한 가지의 얼굴로 살아가길 허락하지 않는다. 한 가지의 얼굴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상당한 축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선택은 친절하지 않다. 결국은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끈질기게 강요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어, 아니 포기할 수 없어 우리는 절박한 순간에 두 개의 얼굴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처음부터 두 개의 얼굴이 필요치는 않았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물결이 휩쓸리면서부터 발끝이 바닥에 닿지 않는 위태로움을 감지하기 시작하고, 무작정 떠내려가야 함을 받아들였을 때 아무것도 택할 수 없는 두 얼굴이 된다. 두 얼굴 사이에서 번민하게 된다.
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에서의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가 그렇고,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가 그렇고, 두 여인의 사랑을 받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가 그렇다. 포로가 된 아이다는 자기의 신분을 숨기고 충실한 이집트 공주의 시녀가 된다. 공주와 친분을 쌓게 되다 공주가 사랑하는 라다메스 장군을 사랑하게 된다. 문제는 공주가 자기를 오매불망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장군은 아이다에게 푹 빠진다.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 또한 운명의 물결인 것이다. 조국 에티오피아와의 전쟁에서 살아오길 바라는 간절함, 아이다는 화들짝 놀란다. 사랑하는 이의 안온을 바라자니 조국의 패망을 기다리는 꼴이 되고, 조국의 승리를 바라자니 사랑을 잃게 된다. 전장에 나가는 라다메스를 향해 암네리스가 부르는 아리아 ‘이기고 돌아오라’의 마지막 부분을 자신도 모르게 아이다가 따라 부르게 된다. 번민은 깊어만 간다.
그 유명한 ‘개선 행진곡’선율과 함께 등장하는 라다메스는 승리에 대한 상으로 아이다와의 결혼을 국왕에게 간청하려 하였으나 암네리스와의 결혼으로 후계자가 되고 만다. 아이다가 적국의 공주임을 알게 되어도 라다메스의 사랑은 변함없지만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조국을 등져야 하는 기로에 선다. 이윽고 탈출을 감행하기에 이르고, 안타깝게 아이다의 안온을 빌며 잡히는 라다메스. 암네리스는 분노로 치를 떨지만 분노보다 더 커다란 사랑이 충분히 분노쯤을 잠재운다. 라다메스에게 아이다만 단념한다면 살 수 있다고 간곡히 부탁하지만 차갑게 거절당하는 암네리스. 사랑의 상실에 가슴은 얼음이 되어간다.
아이다가 무사히 도망쳤음에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위로하는 라다메스, 들어가면 무덤이 되는 토굴에서 아이다와 만나게 된다. 홀로 죽음의 강을 건너가게 할 수 없었다는 아이다. 그들은 세상과 차단된 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며 사랑을 이루게 된다. 암네리스는 그들의 평화를 빈다. 온 힘을 끌어 모아.
에티오피아군을 무참히 죽인 적국의 장군을 마지막까지 사랑하기로 작정한 아이다, 한 나라의 늠름한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뿌리치기로 결심한 라다메스, 오랜 시간 꿈꿔온 사랑의 달콤함은커녕 쓴 맛만 실컷 보았지만 기꺼이 그들의 숭고한 사랑을 받아들이는 암네리스. 그들 모두 두 가지의 얼굴에서 하나를 버림으로써 번민에서 벗어났다.
암네리스 역을 충분히 소화해낸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 덕분인지 이집트 공주의 잔영이 좀체 떠나지 않는다. 온갖 것을 소유할 수 있는 한 나라의 공주가 친구 같았던 시녀뿐만 아니라 삶의 이유가 되어주었던 사랑까지 한꺼번에 잃고 말아 온갖 것은 ‘無’와 다름이 없게 되었다. 그 처참한 심정으로 그들의 평화를 기도하는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사랑에 들뜬 모습과, 결혼 발표 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과 겹쳐 그가 견뎌야 할 슬픔의 무게는 생이 끝날 때까지 줄어들 것 같지 않아 관객은 암네리스의 평화를 기도해주고 싶었을지도.
막과 장 사이의 무대 장치가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지지 않아 답답하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특히 2막 2장의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우아한 인체의 선이 기억에 남는다. 몸으로 말하는 언어가 의상에 가리는 듯싶기도 했으나 철새의 군무 같았던 무용에 흠뻑 빠져 곧 잊어버렸다. 웃음을 속으로 삼키기도 했다. 30여 분쯤 움직이지 말아야 할 위병이 코가 무척 가려웠는지 재빨리 긁고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극무대로 이러한 잔재미까지 받는다. 물론 배우에겐 곤란한 상황이었겠지만.
수에즈운하 개통 기념으로 의뢰받아 1871년 초연한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를 139년 후 펜타포트아츠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하는 무대로 만났다. 3시간의 관람 시간이 필요했으나 곧장 다시 라다메스가 부르는 아리아 ‘청아한 아이다’를 들으며 처음부터 관람하라고 한다면 기꺼이 입장했을 것이다.

* 제목은 정호승 시인의 시 제목입니다.

가족들과 휴일 오후 공연을 보면서,아이들이 지루해 하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있었으나,
그것은 기우였고,우리 가족 모두 감동의 도가니로 한주를 시작할수 있었다.

각 장면,요소요소마다 상징과 탁월한 해석을 보인 연출에 대해,지휘자가 러시아 사람이라서
인터미션시간에 프로그램을 사기전에 사실 난 외국인 연출가 인줄 알았다.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덤씬은 압권일 뿐만 아니라,유럽 출장때 자막 없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몇몇 극장에서 공연을 보았지만,어느 극장에서도 볼수 없었던 놀라운 아이디어 인것 같았다.
음악을 이끌어가는 지휘자 클리코프도 정갈하고 폭 넓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아이다 역에 이태리 소프라노 모세티의 카랑카랑한 음성도 좋았고,
라다메스역에 열린 음악회에서 자주 본 테너 김남두도 관록을 자랑하였고,
비련의 여인 암네리스역의 이아경은 그 명성대로 탁월하고 놀라운 음성과 연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4막의 장면은 눈물이 날 정도로 절절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성량에 압도 되었다.
아울러 라다메스 심문 장면에서 "라다메스,라다메스,라다메스"하며 외친 람피스도 엄청난
소리를 들려 주었다.

작은 배역 하나하나 모두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주었고,합창단의 연기와 노래가 감칠맛이 났다.
다음에 히브리 노예 합창,트라비아타나 오페라 합창으로 콘서트를 하는 것도 색다른 연주가 될거 같다.
(아주 오래전 들었던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한 스칼라 합창단이 오페라 합창만으로
레코딩한 카세트 테이프 생각이 나서 ^^*살짝 아는척...)

앵콜 공연을 기대하며,수고하신 모든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싸인회가 있어서 공연의 감동이 더 컸던거 같다.
주역가수들 모두 친절하게 싸인해주셔서 기분이 더 좋았다.
꼭 사랑의 묘약을 보러 다시 올 생각이다.

마지막장면이 가장인상에 남네요.ㅋ

세상에 태어나서 오페라는 처음으로 관람하였다.
교과서에서만 늘 공부 해왔던을 친구들과 관람하게
되어 마음이 들뜨고 기대가 되었다.
1869년,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해 이집트의 국왕이 당대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였던 베르디에게 작품을 의뢰했던 것으로, 두 번이나 거절했던 베르디가 줄거리에 마음이 빼앗겨 작곡을 결심했다고 전해진다. <아이다>는 적국관계에 있던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와 에디오피아 공주 아이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다.
무대가 웅장하고 노래를 넘 잘해서 하루가 지난 지금도 귀가에서 맴돌고 있다.
앞으로도 문화생활을 자주 체험하면서 새로운것을 만끽하고 싶다

오페라는 처음이었던 우리 부부.....
뮤지컬과 달리 모든 대사가 노래로 되어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20분의 휴식시간을 더해 약 3시간 가량 진행이 되었습니다.
전쟁터에 나가기 전과 이기고 돌아와서 등의 무대에서는 음악도 화려하고 장중하여
참 흥미로웠는데,
중간 부분쯤에 아이다와 라마데스가 고민하는 부분에서는 약간 지루하긴 했습니다.
2신 넘게 열연하시는 배우분들을 보니 얼마나 힘들까하는 안타까움도 들었지만,
화려한 무대와 배우분들의 뛰어난 노래와 그 외 배우분들의 무대도 정말 좋았습니다.
좋은 공연 잘 보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