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 자체가 워낙 멋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더불어 뛰어난 무용수들의 기량은 모든 관객이 공연에 완전히 빠져들게 했습니다.
발표된지 십여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요즘 무수히 공연되는 창작 안무 중에
이를 뛰어넘는 작품이 딱히 떠오르지 않을만큼 훌륭하다고 느꼈습니다.
매년 했으면 좋겠네요.
매년 보러 가겠습니다.

지난달 국립현대무용단 해외안무가초청공연 [What about love]를 관람한지 한달여 정도 지났을 뿐인데 뒤이어 또 공연이 올라왔다. 해외안무가초청공연이 올해 마지막 공연이라 생각했는데, 정줄 놓고 있다가 자칫 모르고 지나갈 뻔; 개인적으로는 지난 공연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는데, 이러저러한 점이 좋지 않았다든가 부족했다든가 그런 차원은 아니다. 다만 나의 개인적 취향이나 정서적 공감대와 부합하는 면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나로선 조금 지루했을 뿐이다. (지난 공연 리뷰 바로가기 ☞ [What about love] 세상의 모든 사랑, 귀기울여 듣고 싶은 당신의 이야기)



이번 작품은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홍승엽 님의 1999년도 안무작으로, 당시 독특하고 감각적인 안무와 연출로 화제를 모으며 문학과 연극 그리고 무용이 만난 수작으로 인정받았다. 현대무용은 난해하고 추상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만족시키며 공연예술 영역에 큰 변화를 가지고 온 작품"이다. (내용출처 ▷ 공연 리플렛) 즉, 신작은 아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이하 무용단)이 언제나 늘 신작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날 만족시켜 주기만 한다면 개인적으로 신작이든 구작이든 상관 없다. 한국 현대무용의 무궁한 발전과 성장을 위해선 무용단이 꾸준히 신작을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현대무용의 내일을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치시는 분들이 하실 생각이고, 일개 관객인 나로선 상관없는 일이다. 또한, 구작이라 해도 내가 공연 예술과 현대무용에 관심 갖기 이전에 무대에 올려졌던 작품들은 본 적도 없으므로 내겐 사실상 신작과 다름없기도 하고.



이번 작품을 꼭 관람해야 겠다고 굳게 다짐한 것은 무용단의 공연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연극 [에쿠우스]에 대한 나의 지대한 관심 때문이다. 그 유명하다는 연극을 단지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 본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나는 그 작품을 작년, 바로 2010년 1월에야 뒤늦게 관람했다. 그제서야 본 것을 후회했고, 이제라도 본 것을 다행이라 여겼었더랬다. 유명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 ''명불허전''이란 말이 결코 헛소리가 아님을 새삼 실감케 했던 공연이었다. 그 때 느꼈던 그 충격과 깨달음의 후폭풍은 꽤 오래 지속되었고, 한동안 관능적인 말들의 환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지난 공연 리뷰 바로가기 ☞ 연극 [에쿠우스 EQUUS] 정열에 대하여) 그러니 같은 원작을 현대무용으로 표현한 [말들의 눈에는 피가]를 어찌 놓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육감적인 말들의 눈에는 피가, 관능적인 소년 알란의 눈에는 침묵이



영국 극작가 피터 쉐퍼의 희곡 ''에쿠우스''는 마굿간지기 소년 알란이 여섯 마리 말들의 눈을 쇠바늘로 찌른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어릴 때 말을 본 소년 알란의 무의식 속에는 말이 전지전능한 이미지로 자리 잡게 된다. 결국 종교와 이성적 사랑의 대상으로 우상화하고, 그 말을 배반한 정신적 가책으로 오히려 자신과 말들의 눈을 찌름으로써 죄의식과 강박관념에서 탈출하고자 한다. (▶ 내용출처 | 공연 리플렛)

에쿠우스와 알란, 육감적이고 관능적인 그들의 몸뚱이를 러닝타임 한 시간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말들의 눈에는 피가 흘렀는지 안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알란의 눈에는 허무한 침묵만이 흘렀던 것 같다. 다이사트 박사의 치료가 소년의 야성과 욕망, 정념과 열정을 길들여놓은 것일까?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만난 ''알란''은 대학로문화공간 이다에서 만났던 연극 [에쿠우스]의 ''알런 스트랑''과 사뭇 달라 보였다. 그를 치료해야만 했던 다이사트 박사마저 매혹시켰던, 무언가를 향한 열정적이고 치열한 옴므 파탈적 매력은 온데간데 없고 그 빈자리엔 무기력과 허무, 공허함이 자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종일관 몸을 웅크린채 누워있거나 가슴 가까이 끌어안은 무릎 사이로 고개를 파묻운 채로 있다가 몇마디 읊조리곤 했던 그는, 그리고 그의 몸뚱이는 관능적인 매력이 있었을지 몰라도 ''알란''이란 캐릭터 자체가 치명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문명사회는 인간의 본능적이고 야성적인, 혹은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에너지는 교육과 사회화를 통해 적절히 제어되고 관리되는 것이 문명인의 지표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연극 [에쿠우스]는 소년 알란을 문명의 기준과 척도에 의해 정제되기 이전의 순수하지만 거친 인간의 본연으로, 다이사트 박사는 그러한 비문명을 문명으로 개조하는 인위로 상정하고, 다이사트 박사에 의한 알란의 상담/치료를 이 둘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정의 상징으로서 보여주었다. 현대무용 [말들의 눈에는 피가]가 그러한 맥락을 답습하는지 혹은 발전적으로 재해석하여 계승하는지 그 세밀한 부분까지 정교하게 가늠할 역량이 내게는 없다는 게 참으로 유감이지만, 믿지 못할 내 직감은 이 작품이 원작의 내러티브에 밀착하여 현재진행형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점이나 관점을 선택적으로 차용하여 극대화시킴으로써 얻어진 결과를 무대 위에 한 폭의 그림으로 펼쳐낸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믿거나 말거나,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자유이자 의지라며. )



원작은 같지만 장르도, 표현방식도, 연출자의 의도도 다를 것이니 만큼 두 작픔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건 부적절하겠지만, 동일한 캐릭터인데도 사뭇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을 통해 각 연출자가 원작 텍스트에서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지, 또 부각시켜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이 뭔지를 가늠해보는 건 제법 재미있는 작업이다. 정답은 그들만이 알고 있겠지만 나는 왠지 [말들의 눈에는 피가] 속 알란이 다이사트 박사가 치료를 계속 진행한 결과 열정이 거세되어 무기력에 사로잡힌 알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즉, 치료가 ㅡ 문명의 입장에서 ㅡ 아주 성공적으로 끝나 알란이 더이상 날 것 그대로의 순수함을 지니고 있지 않은, 백설탕이나 흰쌀처럼 말끔하게 정제되고 도정된 문명인이 된 시점, 혹은 그러한 맥락에서 바라보는 관점에서 원작을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요컨데, ''[에쿠우스], 그 후 10년''이랄까?)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알란이 여섯 마리 말들의 눈을 쇠꼬챙이로 지른 것보다 더 참혹하고 비극적인 공포다. 그래서 무대를 지켜보는 내내 ㅡ 추운 날씨 때문에 겹겹이 껴입은데다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찬 객석의 열기, 거기에 난방열까지 더해져 실내가 제법 더웠는데도 ㅡ 어디선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싸늘한 기운을 느꼈던 걸까?





텍스트와 신체/동작, 연극과 무용의 만남 ㅡ 그것은 운명



연극 [에쿠우스]도 단지 연극적이지만은 않았다. 6마리의 말로 분한 배우들은 배우라기 보다는 무용수같기도 하고 마임이스트같기도 했다. 텍스트가 주를 이루긴 했지만 말이 아닌 이미지나 움직임을 통해 형상화된 바도 적지 않았다. 만약 그런 공감각적 환상이 배제된 채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화만으로 작품이 구성되었더라면 아마 [에쿠우스]가 내 마음에 강렬하게 각인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몸까지도 연극의 언어로 변환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고, 이는 작품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대로 [말들의 눈에는 피가]는 무용과 움직임 그리고 그것들이 형상화하는 이미지가 주이고 텍스트는 간간히 양념처럼 등장하는, 연극과 정반대의 구조이지만 결과적으로 작품의 영향력이 결코 연극에 뒤지지 않았으며 그에 상응하는 묵직한 에너지를 보여준다. 연극과 무용, 텍스트와 이미지 ㅡ 양립하기 어려울 것 같고 때때로 대립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고, 아니 공존해야만 비로소 완벽한 작품이 되는 이 신묘한 궁합은 어쩌면 원작희곡 [에쿠우스]의 운명이 아닐런지. (불현듯 이 작품을 낭독회 방식으로 경험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자못 궁금해진다. )

사실 연극을 직접 관함한 것은 처음인데요,
기대했던 것보다 조금 더 좋았던 무대였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몸짓과 표정마다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 좋았고
아무래도 외모랄까요, 키나 체격 등이 각자 개성있었다는 점,,,
인체가 참 아름답고 몸짓의 언어라는 것 또한 그 가능성과 깊이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별로 차이가 느껴졌지만,,,^^ 전반적으로 열정이 느껴지는 무대였습니다.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보았지만 줄거리를 숙지하지 않으면 조금 내용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했습니다. 멋있었어요. ^^

현대무용을 어렵고 힘든분야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너무 멋진공연이었어요
앞으로도 현대무용에 친숙한 계기가된것같아 좋았어요~

단 사흘의 공연!
연극 에쿠우스의 무용판을 관람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