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연극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이 연극의 가장 큰 장점은 인물 관계 설정 자체가 주는

갈등과 긴장이 아닌가 합니다.

작가(연출가)와 배우 사이의 애증관계는

언제나 참말로 ㅎㅎ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그런데 이 희곡이 그들의 관계에 충분히

집중하고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여기에는 작가와 배우의 갈등뿐만 아니라 성정체성 갈등과

패미니즘적 갈등까지 더해져 있는데 이 세가지가 잘 섞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어느 한 쪽에 확실하게 비중을 실어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실 깊이가 부족하고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연극적으로 볼 때, 코메디야말로 치밀하고 계산적인 합이 중요한데...

약간씩 합의 타이밍이나 강약조절이 맞지 않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맥이 끊긴다고 할까요.

연기자분들께서 연기들을 너무나 잘 해주셨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좀 더 연세가 많으신, 50대 이상의 농후한 여배우분들이 해주셨다면

더 코믹하고 더 천역덕스럽고 더 의미가 분명한 연극이 되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 보았습니다.

희곡이 주는 아쉬움을 연극이 채워줄 여지가 많기에 앞으로

다시 공연된다면 또 한번 보고 싶습니다.

"무대게임" (부제:연출가와 배우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작:빅토르 아임 연출:까띠 라뺑 출연:김시영, 임선희 제작:극단 프랑코포니 극장:게릴라극장 별점:★★★☆☆) 전작품이 너무 어려웠던 극단 프랑코포니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유명한 여성 작가이자 연출가와 왕년의 유명 여배우가 공연 연습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만나는 극장에서의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초반에는 각자의 삶을 얘기하며 친밀감을 표시하지만 정반대의 속마음은 방백으로 말한다. 후반에 공연에 대한 연출가와 배우로서의 얘기가 웃음코드와 더불어 코믹하게 표현된다. "세자매" 에서 보았던 김시영 배우님의 연기가 좋았다.

어떤 연극 작품을 준비하는 시점에 배우와 연출가가 첫 만남을 가지는 부분에서 시작한다. 이 둘은 그 전부터 상당히 친한 친구 사이이기도 하지만, 성격이나 가치관 같은 개인적인 점부터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항목에서 서로 융합하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라면 으레 나누었을 최근의 개인사에 대한 대화부터 꼬이기 시작하고, 기자의 인터뷰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충돌이 일어나며, 결국 연습으로 막 들어갈 즈음에는 디렉션 방법에 대한 차이 때문에 갈등이 폭발하는 지경에 이른다.

사실 이 작품을 고른 이유는 ''노이즈 오프''처럼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뒷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포스터에도 나오는 ''연출가와 배우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캬피가 딱 그런 궁금함을 표현하고 있기도 했고, 경험많은 노장 배우와 유명세를 이미 얻을대로 얻어 자신감도 높았을 연출가가 충돌하고 그것을 해소해가는 과정은 연극을 ''보기만'' 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연극의 뒷이야기에 해당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연극 ''무대게임'' 역시 전반적으로 그런 과정과 내용을 담고는 있다. 하지만 두 인물이 서로 아주 잘 아는 사이라는 점에서 기대했던 바와 실제 내용의 차이가 나타나버렸다. 즉 ''배우''와 ''연출''이라는 인물이 연극과 작품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인하여 갈등하다 결국 작품을 위해 해소하는 과정을 기대했지만, 이 연극에서는 두 인물의 개인성격의 차이가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작동한다. 후반부에서 연출가의 디렉션 같은 연극 연출에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부분에 대한 차이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 전에 이미 사생활 부분에서의 차이로 인하여 갈등이 커져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점이 그렇게 부각되거나 주요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굳이 연극의 연출가와 배우라는 관계가 아니라, 친했던 두 여자가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다른 가치관을 다시 확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갈등에 가깝다. 이러하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연주가나 그림 그리는 화가와 모델 사이의 관계라 하더라도 이 연극 ''무대게임''에서의 내용을 그다지 바꾸지 않은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정도로 ''연극'' 자체와의 거리는 좀 있었던 것이다.

기대했던 바와 실제의 모습이 다름으로써 생기는 실망감을 논외로 한다면, 이 작품의 갈등 구조는 꽤 재미있게 볼만하다. 오랜 친구 사이지만 그만큼 오래 서로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었을 두 사람이 하나의 주제를 두고 갈등을 서서히 표현하기 시작하다 결정적인 시점에서 터져버리게 되는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대사가 많고 그 대사들이 아직 딱 달라붙었다는 느낌을 주지 않아 극의 분위기가 떠다니기는 했지만, 두 인물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무리하지 않으니 보는 재미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이 연극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은 두 인물을 따로 놓고 보았을 때 너무 전형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배우는 허영심에 가득 차 자신의 자랑을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하고 싶어 나머지 숨겨야하는 스캔들마저 적극적으로 드러내려고 한다. 연출가는 자의식 과잉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모든 것에 신경질적인 것으로 보이고, 그다지 관계없는 것에까지 자신의 이념과 연결하여 생각한다. 현실 속의 인물이라면 이런 에피소드들에서 어느 정도의 내적 갈등도 있어야 하고 서로에 대한 고민도 있었어야 할 것 같은데, 연극 ''무대게임'' 속의 인물들은 그저 자신의 길로 내달리기만 할 뿐이다. 다행히도 서로의 합이 어느 정도 맞아 연극 작품으로서의 긴장감이나 재미를 주고 있기는 하지만, 인물 자체의 매력이 약하다는 점까지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상당 부분에서는 졸리거나 부담스럽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느낌은 아마 각 인물들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어느 정도는 기인했던 것 같다. 어느 한 순간도 머뭇거림 없이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말과 행동으로 드러내는 인물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정확한 연기였겠지만, 그랬기 때문에 더욱 마치 초등학생들이 싸우는 듯한 인상을 주는 순간까지 있었다. 게다가 키를 맞추기 위한 목적과 역할을 더 강조하고자 하는 목적이 함께 있었던 것 같은 배우 역의 겉표현(높이 틀어올린 머리와 높은 구두)은 너무 과장 또는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 그 역시 다소 부담스러웠다.

한 가지 아쉬운 점 또 하나...
프랑스 원작을 계속 다루는 극단의 작품인만큼 번역에 대해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상당히 어색한 번역체의 대사가 꽤 많았다. 번역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다듬을 시간이 많았을텐데, 왜 이랬을까 싶을 정도...

* 기록... 배우 - 김시영, 연출가 - 임선희. 극단 프랑코포니.

이 작품 [무대게임]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여성 작가이자 연출가인 ''제르트뤼드''와 멋지게 컴백하려는 왕년의 유명 여배우 ''오르탕스''가 공연 연습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어느 극장 빈 무대에서 만나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위로 두 명의 여자가 등장하며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탐사한다.



그러다 서로를 발견하며 반갑게 인사하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며 연습 준비를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연습을 하려고만 하면 전화가 오거나 아니면 서로 딴 이야기를 하며 조금씩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어떤 의미에서 연출가와 배우의 사움이기도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두 친구의 싸움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두 사람의 싸움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들이 하려고 하는 연극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기 직전 그들은 화해하고 그들이 하려고 했던 공연의 연습은 시작된다. 어떤 의미에서 관객은 한 편의 연극이 아닌 한 편의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보여지는 배우와 연출가의 갈등을 보게 된 듯 싶다.



단순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오는 갈등... 그리고 개개인의 사생활을 통해서도 오해를 하고 갈등한다. 그러고 보면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함에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듯 싶기도 하다. 이 작품 속 두사람의 모습은 서로가 서로를 잘 알기도 하지만, 잘 알려고 하지도 않고 어떤 면에 있어서는 서로가 서로를 무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은 우리들 모두의 인간 관계속에서 보게 되는 우리들의 또 다른 면모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기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그리고 그런 면모들은 상호간의 시기와 갈들을 일으키기도 하고 적잖은 문제 또한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은 그런 각각의 문제들이 시간 터울을 두고 하나, 둘 터져 나오며 서로가 서로를 좀 더 잘 알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제대로 한번 붙게 되면 모든 게 다 해소가 되고 새롭게 재출발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그렇게 모든 것을 다 불태운 후 새롭게 재출발하며 지금껏 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냈음을... 그렇게 새로운 시작이 이 작품의 끝임을 관객에게 전한다. 이 작품은 그렇게 하나의 끝이자 또 다른 시작을 염두에 두고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싸움을 걸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의 끝은 열려있는 것이다. 그 어떤 작품이든 보는 이들의 마음 속에서 무대에 올려지게 될 테니 말이다. 그것이 이 작품 [무대게임]의 본질이자 존재의 의미이지 않을까 싶다.

언제부턴가 라이선스 공연은 연극이고 뮤지컬이고 잘 보지 않게 된다.
번역으로 전해지는 느낌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매번 오리지널 팀이 오는 것은 아니기에
시놉시스가 흥미롭고 좋은 작품이다 생각이 들면 한 번쯤은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난 작품 <무대게임>



◈ 시놉시스
세계적으로 알려진 여성 작가이자 연출가인 제르트뤼드와 멋지게 컴백하려는 왕년의 유명 여배우 오르탕스가
공연 연습을 하기 위해 처음오로 어느 극장 빈 무대에서 만나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서로에 대한 칭찬과 믿음, 감탄으로 시작한다.
배우 오르탕스는 그리스 여행, 개인사, 복잡한 남자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의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려 대면서 연습을 방해한다.
다정했던 대화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과거에 서로 친밀한 관계였던 두 사람은 서서히 맹수처럼,
하지만 유머로 무장한 채 서로를 결사적으로 할퀴고 물어뜯으며 갈등을 보인다.
극장 안에 있는 조명 디자이너인 바티스트는 아름답고 열정적인 두 여자가 벌이는 말싸움에서 일어나는
위태위태한 심리적 해일의 유일한 증인이지만 무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은 대화 중간에 말없이 자기 일을 수행하는 바티스트에게
상대에 대한 각자의 비밀스럽고 위선적인 생각을 방백형식으로 폭로하기 시작하는데...



◈ 연출 vs 배우, 여자 vs 여자
시놉시스를 읽자마자 나는 ''재밌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연출과 배우라는 설정 외에 등장인물 두 사람이 ''여자''라는 것에 주목했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 분명 연출과 배우만의 갈등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극 설명에는 연출로 되어있지만 내가 느끼기엔 작가와 배우의 심리적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배우와 작가로서 능력을 인정하지만 왠지 모를 기싸움에서 지고 싶어 하지 않는 두 사람.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연출(또는 작가)와 배우만의 갈등으로만 보기는 힘들 듯하다.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싸움은 두 사람이 여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싸움이기도 하다.
예쁘고 연기력도 있지만 이성문제에 복잡한 여배우.
그리고 실력 있지만 인기 없고 잘난 척하는 여연출.
연출은 무식한 여배우를 욕하고 여배우는 똑똑한 척하는 연출은 욕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은 ''본능''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의 본능을 이야기하는 여배우.
글을 써야 산다는 작가의 본능을 이야기하는 여연출.
결국 두 사람의 싸움은 본능 vs 본능의 싸움이었던 것.



◈ 언어가 주는 힘
프랑스 작품은 대체적으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작품 역시 인간의 본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연출과 배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뱉어내고 있는 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의 본능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무대게임>을 보기 전, 가장 걱정됐던 점은 번역의 어색함이었다.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어색하게 들리는 건 아닐까?
그러나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매우 자연스러웠다.
부담스럽게 프랑스어 같지도, 그렇다고 프랑스어의 느낌을 없애지도 않았다.
<무대게임>의 대사량은 엄청나다.
거의 2시간가량의 러닝타임 동안 쉴 새 없이 배우들의 입을 통해 대사들이 흘러나온다.
박진감 넘치게 대사들을 뱉어내는 배우들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내가 조명 디자이너가 되어
두 사람의 속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연극 <무대게임>이 주는 언어의 힘, 그것은 무대에 집중하게 만든다.


드물게 프랑스어 자막을 제공하는 연극 <무대게임>
자신에게 "나의 본능이란?"이란 질문을 해보고픈 사람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