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게 봤어요 푸른달 극단 연극은 언제나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다르게 바꿔 주는 의미 깊은 공연들을 해줘서 고맙고 즐겁게 봅니다.

80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흡입력있는 연극이었습니다. 푸른달 극단 감사해요.

그러나 재미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연극을 본 뒤에 그 감상에 한동안 젖고는 하는데
너무 공감이 가 그 몰입에 잊지 못했던 연극이 하녀들이었다.
하녀들할인으로 직장인할인을 받았는데, 왜 직장인할인 이름이 하녀들인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시간에 맞춰 입장하면 배우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더 놀랐던 건 공연이 시작하는 10분동안 배우들은 저렇게 마치 무대인 듯 위치한다는 것이었다.
관객과의 소통은 없지만 정말 이 자체가 뚜렷한 프레임이 아닌가 싶었다.

연극 하녀들을 크게 둘로 나뉜다면 마담이 등장하기 전과 후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마담의 존재가 대단했는데, 그렇게 욕하고 미움의 대상임에도 그 카리스마에 압도당하여
한없이 작아지고 한없이 약해지고 그러면서도 그런 자신이 참 비참하고 한심하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어느샌가부터 내가 하녀들에 날 대입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연극을 알아보면서부터 포스터를 여러번 봤음에도 마담이 여장한 남자배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정말 남자배우를 마담역에 맡긴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지 않았을까 싶다.
존재를 뛰어넘는 그 카리스마나 강인함을 성역할을 관통하면서 표현해낼 수 있었다.

복남이가 자꾸 되뇌이는 말.
아가씨는 좋은 분이야. 아가씨는 착해. 아가씨는 우리를 먹여주고 입혀주셨어. 아가씨는 우리를 사랑해.
아가씨는 가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자꾸 스스로를 세뇌시키는 모습이 정말 처절하게 느껴진다.
나의 가장 가여운 모습을 복남이에게 투영시켜놓은 듯 하였다.

복남이는 야무지고 눈치빠른 순남이보다 여리고 멍청하게 느껴지지만 순남이보다 강한 존재였다.
마담을 괴롭히기 위해 모함을 하여 마담의 애인을 투옥시켰지만, 곧 그 진실이 알려질 위기에 처한다.
하녀들은 더 이상 마담의 괴롭힘을 견딜 여력이 남지 않았고 선택이 필요했다.
마담을 죽이고자 하는 선택이 좌절되자 순남이는 떠날 것을 설득한다.
물론 그마저도 결단력이 없는 선택일 뿐이었다.
복남이는 다시 순남과 연극을 재개하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이 마담이 되어 자신들이 바랐던 연극의 끝을 마무리한다.

연극을 보는 내내 내 자신을 하녀들에 반영했던 탓인지 씁쓸한 결말에 쓴 맛이 느껴지는 듯 하였다.
마치 나의 하녀인생은 이렇게 반복되다가 이와 같이 해피엔딩은 없겠구나 싶었다.

우리는 정말 누구의 마담이자 하녀이다.

나만 보기 아까운. 연출님, 배우님들, 스태프분들 모두 고생하셨어요. 계속 계속 연극해주세요.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