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과 대기, 혼자서 가라" ("난폭과 대기" - 작:모토야 유키코 각색,연출:신태환 출연:이빛나리, 심겸시, 최승은, 박현덕 제작:극단 창세 극장:대학로 소극장 혜화당 별점:★★☆☆☆ "혼자서 가라" - 원작:샘 셰퍼드 각색,연출:이호웅 출연:전호현, 배나경, 이규성, 윤유정 제작:극단의극단 극장:대학로 소극장 혜화당 별점:★★★☆☆) 소극장혜화당 50분 듀엣전인 단단페스티벌 마지막 작품이다. "난폭과 대기" - 검색해 보니 2010년도에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네 남녀의 이상한 관계의 얘기인데,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호기심은 자극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과 부분이 많다. "혼자서 가라" - 원작에 샘 셰퍼드 라고 나와 있어 찾아보니 "사랑의 바보짓(Fool For Love)" 이라는 희곡이다. 그리고, 1985년도에 제작된 영화가 "사랑의 열정" 이라는 제목으로도 나와 있다. 남녀가 서로 격렬하게 싸우면서 극은 시작된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버릴 수 없다. 이들의 숨겨진 관계가 밝혀지는데... 내용은 평이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배우들의 모습이 좋았다.

1단 극단 창세X극단 녹차 [난폭과 대기] : 동명의 영화로도 관객들에게 친숙한 소설가 모토야 유키코의 원작을 단편으로 만들면 어떤 느낌일지 관람전부터 상당한 관심과 흥미를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 원한때문에 여자에게 인류 최고의 복수를 하려는 남자와 6년간(복수의 계기를 따지면 12년) 동거하며 그의 복수를 차분히 기다려주는 여자, 그리고 두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묘하게 흥미를 느끼고 가까이하는 기묘한 커플 네사람이 펼치는 독특한 사랑과 묘한 관계가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은 사랑한다는 표현을 참으로 어렵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인간의 수만큼 사랑의 형태도 천차만별이 아닐까요? 단편의 스피디한 전개와 첫 창단 작품으로서 상당히 공을 들여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엿보이는 수작이었습니다.

2단 극단의극단 [혼자서 가라] : 헐리우드의 명배우이자 극작가 샘 셰퍼드의 원작을 두 남녀의 피묻은 사랑이야기로 그려내며, 부모의 대로부터 시작된 사랑의 굴레와 서로를 갈망하면서도 결국 혼자일 수 밖에 없는 남녀의 숙명적 비극이 돋보이는 진지한 작품이었습니다. 오래전에 헤어졌지만 마음속으로 잊지못하고 다시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와 함께 떠날 것을 종용하며 난동을 부리는 남자와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남자를 거세게 거부하는 여자, 두 사람의 기묘하고 슬픈 사랑을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또 다른 남자의 삼각 관계와 남녀의 사랑에 어두운 드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망령과 아이의 독백이 샘 셰퍼드 특유의 서부의 거친 사막을 연상시키는 듯한 거칠고 무미건조한 이야기와 맞물려 1단과는 180도 다른 사랑의 형태를 잘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거칠고 날선 배우들의 명연기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다만, 영제 Fool For Love가 보다 작품의 특징을 잘 설명하는 제목이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총평 : 90일에 걸친 단단 페스티벌이 어느덧 막을 내리는군요. 각주마다 참신한 소재와 작품으로 여정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보다 많은 극단들의 작품이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꾸준히 생겨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멋진 연극을 선보여 주신 그간의 극단 여러분들과 친절하게 맞아주신 공존기획 관계자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1단 스튜디오 자전가날다 [청혼 中] : 안톤 체홉의 원작을 88올림픽 개최를 앞둔 충남과 전북 경계의 마을로 옮겨와 벌어지는 소동극을 그린 작품으로서, 안톤 체홉의 작품이라는 작품이라는 점에 이끌려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미래의 장인의 승낙을 얻어내어 순탄할 것만 같았던 청혼이 두 젊은 남녀의 사소한 고집과 말다툼으로 인해 두 집안의 절연이라는 극단적인 사태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소동과 주변 인물들의 참견이 사태를 더욱 부채질 하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희극에 정말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성격, 말투, 사고 방식등 공통점이 하나도 없어 보이던 두 남녀가 사랑과 결혼 앞에서 서로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전개와 미래의 장인 추봉곤이 나서서 두 남녀의 결혼과 부부의 이혼을 중재하는 부분의 매끄러운 전개도 좋았습니다. 체홉 특유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한국적 색채와 언어 유희로 보다 쉽고 재미있게 바뀌어 보다 몰입하며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자존심이나 아집을 버린다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연 배우님들의 쉴새없는 대사와 과장된 연기에 마음편히 웃으며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전화기를 박살내는 씬은 두고 두고 회자될 것 같네요^^

2단 극단 동네풍경 [고수를 찾아서] : 각각 독특한 무술을 연마하여 4대 고수로 불리던 사람들이 하산하여 세상의 풍파에 찌들어 원래의 초심을 잃고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생존의 고수로 전락한 오늘날 현대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풍자하며, 뼈있는 농담으로 웃음과 여운을 선사해 준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서 찾아간 무림의 고수들이 용역회사 사장, 사기꾼, 국회의원이 되어 금속노조원들의 파업을 교묘하게 선동, 조작하여 탄압하는 모습과 친일파, 우익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그들 위에 군림한 보스의 모습도 여러가지로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 70년대 B급 테이스트의 홍콩 무술 영화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빌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전개가 오히려 단편의 장점과 결합되어 몰입하며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다소 거칠고 와일드한 느낌의 연출이 젊은 배우들의 열정과 만나 빛을 발했다고 생각합니다. 비겁하고 치졸한 꼼수를 부리는 생존 전략보다 敬天愛人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작고 낡은 소극장에 너무 가까이 붙어있는 의자들. 서울연극센터에서 당첨된 단단페스티벌을 봤다. <반가운 손님>을 보는 내내 울었다. 소품이라곤 영정사진과 소주병, 돼지저금통 등 조촐했다. 슬픈 노래가 나왔는데 제목이 알고 싶어도 가사가 기억나지 않는다. 쓸쓸하고 슬픈 연극이었다. 배우들의 입냄새와 분노, 슬픔이 무대를 잔뜩 메운 50분이었다. 아름다웠다. 그 대사가 기억나는데 놀이공원에 가서 정말 즐거웠는데, 사진을 보니 아무도 웃고 있지 않았다는 그 대사. 나도 오래전에 찍은 사진을 꺼내보다 정말 행복했는데 아무도 웃고 있지 않은 그 사진을 보고 의문스러웠다.

짧지만 강렬했던 연극이었다.
소극장이라 귀는 좀 아팠지만
모든 감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 생각하여 감내하고 보았다,

결국 현실이 너무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지만
그럼에도 장례식에서만큼은 통곡하는 것이 아니라
미친듯이 노는 장면에서 무언가 삶에 대한 좌절 분노가 느껴졌던 연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