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에 대한 논의가 어려운 이유는
동성애에 대한 실증적이며 현실적인 정보의 노출이 극히 적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앞서 관람하신 분께서 지적하신 바 처럼,
동성애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와 비교했을 때
절대적으로 많은 양의 정보들이 일방적인 관점으로 편중되어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생각된다.

특히 최근에는, ''동성애에 찬성하지 않으나 차별할 생각도 없다.''는 기류의 발언 조차도
매우 반인성적인 발언으로 다루어지는 경향이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시작하면 논쟁적인 대화로 이어지게 되는 동성애에 대해
굳이 이야기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이라면 묵인하자는 선에서 이 주제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연극을 ''용감한 연극''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연극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에서 쉽사리 다루지 못했던
동성애의 현실과 원인에 대해 종합적으로 다루며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균형잡힌 정보에 기반하여
동성애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필자의 어투가 다큐멘터리지만, 연극 자체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감동과 감정선들이 폭발하는, 제대로 된 연극이다.)

이 연극은 일방적이지 않다.
연극을 보는 와중에 동성애에 속한 사람들의 심적 갈등과 어려움이 어떠한가
충분히 느끼게 되며 이는 이들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진다.
또한 주인공들을 둘러싼 환경들은 이들로 하여금
막다른 곳에 이르러 극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이들을 몰아부친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을 향해, 서로를 향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울부짖는
주인공의 모습들은 정말 안타깝다.

그러나 이들의 감정과 동시에 제시되어지는 정보들은
이들이 동성애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가
단순히 정신적인 성 정체성을 선천적으로 타고났기 때문이 아니며,
오히려 가정의 파괴와 사회에서 일어나는 힘에 의한 부조리와 폭력,
이로 인한 지독한 외로움에서 기인함을 보여준다.

또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작된 동성애가
실제적으로 어떠한 양상을 띄며, 어떠한 현실들이 있는가
어떠한 결과가 있는가 또한
단 하나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연극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제시되는 학술적, 사회적 정보들은
주인공들의 심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동시에
이들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연극을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 감정은 ''안타까움''이다.
그러나 이 안타까움은 단순히 동성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데서 오는 안타까움이 아닌,
이들이 현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로 인한 외로움과 상처로 점철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정신적으로 아무런 해결책도 강구되지 않은 채
사회에 내동댕이쳐져 있다는 현실을 자각하는데서 비롯된 안타까움이다.

그러나 동성애가 이러한 현실에 있어
유일무이한 해결책이 아님은 분명하며
오히려 연극 곳곳에서 제시된 사회적 문제들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나감으로써
한 단계 진보한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임 또한 생각하게 된다.

동성애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상처와 아픔의 사연들에 대해서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감정에 대해, 생각과 사고에 대한 섣부른 판단도 내리지 않겠다.

그러나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
합리적 이유에 근거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찬성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순한 감정만이 아닌,
다각도의 관점과 정보까지 깊이 고찰해보게 하는 본 연극은,
이러한 이유들로 연극이 끝난 이후로도 생각이 깊어지게 하는 연극이었다.

동성애는 선천적인걸까? 선택적인걸까?

사실 뻔한 스토리 전개를 생각했었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연극,드라마가 많이 나오지만 보통은 동성애를 미화하는 느낌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랑씨어터 동성애 연극은 동성애의 현실과 한계를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승교와 재훈이가 동성애를 시작하게된 계기는 가정, 학교 등에서 상처받고 외로웠던 감정에서 시작되었다. 능력있는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너무 외로웠던 승교,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중학생때 선배형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재훈. 이들은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동성애 필드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그 곳에서 이들의 만남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과연 이들의 관계를 ‘사랑’이라는 단어로 덮어버릴 수 있을까?

이들은 서로의 관계 외에도 문란한 성생활을 해왔다.
그리고 둘 다 자신의 행동의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한다. 단지 ''외로워서'' 그랬다고.
외로움. 모든 문제의 시작은 그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사랑에 대한 갈망이 잘못 표출되어 비극을 맞게 된 두 주인공이 너무 안타까웠다.

나는 전에 동성애에 발을 들이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동성애 현실은 너무나 비인간적이었다며 시작한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자기는 물들어버려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 때 당시 나는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필드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연극을 보고 그때 들었던 이야기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동성애는 결국 ‘사랑’으로 포장된 ‘성적 만족감’이 주목적이라는 사실.

나는 이 자리에서 동성애자들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옳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동성애의 현실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연극을 꼭 추천한다.


추가평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한다.

[주의] 본 후기에는 대량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달여를 기다려 맞이한 현규배우님의 첫공.
소재가 무겁다면 한없이 무거운 작품이라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다가선 작품이었다.

동성애. 혹자는 이를 잘못되었다 말하고 혹자는 이도 사랑이다 라고 말한다.
우리네 현실에 조용하지만 분명히 의견차가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이 작품은 그러한 우리의 현실에서 다양한 시선으로 그에 대한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학술적인 시선, 사회통념, 종교.. 그들간에도 마음이 담긴 사랑을 할 수 있다 여기는 승교와
그들간의 사랑은 순리를 어기는 잘못된 것이자 병이라 여기는 세상의 시선에 대한 충돌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외로운 두 사람의 어리다면 어린 청년이 만나 함께 삶을 꾸려나가며 보통 연인처럼 질투도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남녀커플이 동거하면서도 다분히 일어날 수 있는 다툼을 하는
승교와 재훈. 그들은 적어도 내 눈에서는 그저 일반적인 커플이었다.

승교가 엄마의 압박에 찾아간 정신과 의사는 승교의 마음은 헤아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병이라고 단정짓고 동성애에 대해서 학술적 부분의 부정적인 결과만을 그에게 내세운다.
승교는 그 내용을 듣고 혼란스러워하지만 난 그 장면에서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
동성애자가 40~50대에 급격히 줄어드는 이유는 차가운 현실을 견디지 못해 자신을 숨긴 채
현실에 순응해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훈은 분명히 생물학적으로는 남자이다.
그러나 재훈은 정신적으로 자신를 여자라 여긴다.
그러한 현실에서의 괴리감에 재훈 또한 고통스러워했을터다.
그리고.. 재훈의 어린시절 회상에서 보인 재훈의 아버지의 모습은 전형적인 아동학대의
한 유형이었고 그 모습에 가슴이 저렸다.
승교도 마찬가지였다.
출장이 잦은 아빠, 일이 바쁜 엄마... 그나마 쉬는 날에도 자신의 휴식이 중요했던 부모.
승교에게 이해만을 요구했던 부모의 모습은.. 아동학대의 한 유형인 방임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부모가 원하는 모습만을 보이길 원하는 승교의 엄마는 승교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부모의 체면을 챙기기에만 급급해 승교의 가슴에 어떤 상처가 생기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구축되지 못한 아이와 부모의 애착관계는 아이에게 평생 따라다니는 외로움과 상실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보다 더 아프디 아픈 상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극중의 승교의 가족도, 정신과의사도...
그리고 재훈의 선배라는 한 교인도..
모두 그들이 잘못되었다 말하는 그 차가운 시선과 현실 속에서 상처받고 상처받아 너덜거리는 가슴
달랠 길 없어 나름대로 풀어나가기 위해 애쓰지만 차가운 현실은 그들에게 버겁기만 했을터다.

두 사람이 크게 싸운 어느 날.
서로에게 비수보다도 더욱 날카로운 말을 꽂아버린 두 사람..
승교는 그 죄책감도 주위의 날카로운 압박도 그대로 견뎌내기에는 너무나 약했던것일지도 모르겠다.
승교의 야구글러브를 안고 흐느끼는 재훈의 모습에서 후회와 그리움.. 그리고 아픔이 느껴졌다.
조용히 웃으며 손을 내민 교회 선배의 손을 망설이다 잡는 재훈의 모습에서..
나는.. 이렇게 느꼈다.
승교의 자살이 자신으로 인해 비롯된 죄책감에 진정한 자신 모습을 숨기기 위해 잡은 손이라고.

많은 생각을 안겨준 연극 동성애.
그들이 받는 냉혹한 시선을 좀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감히 말해본다.
그들은 당신들에게 피해를 준 적도 의사도 없다고.
그들의 사랑을 축복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비난하지는 말라고.
개인의 잣대로 심판하지는 말라고.
그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좀 더 열린 시선으로 봐주길 바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