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우분이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해 주셔서 공연을 보고 있는 것인지 실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갈정도 였어요! 마지막 대사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할까?"는 여러 가지 의문을 던져주었어요. 저와 친구의 해석도 각자 달랐어요. 외면했던 진실이 드러났을 떄 폭발적으로 펼쳐주신 명연기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왜 해리성 장애가 생겼을까,,,,,,궁금해하며 몰입하던 중,, 그 이유를 알게 된 순간,,,,,아,,,,깊은 탄식과 함께 눈물이 흐르더군요,,,깊게 공감이 되었어요,,배우님들의 연기력이 아니였다면 그렇게까지 공감하지 못했을거에요,,지금도 마음이 저릿,,,,,좋은 연극,,,감사합니다

전후세대로 태어나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며, 가난에서 벗어나 남부럽지 않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부부가 외동딸을 잃게된 고통스러운 사건의 피해자로서 겪게되는 혼란과 바르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며 기억속에 갇혀 짙은 상실감에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고 헤메이는 모습이 인상적인 연극이었습니다.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진실을 조각내어 행복했던 과거속에 머물려고 하는 여성과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망각을 통해서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남성이 처음으로 서로를 똑바로 마주보며 함께 자식과 애견의 죽음으로 텅 비어버린 마음을 위로하며 현실을 받아들이고자 애쓰는 뒷모습이 애처롭게 보였습니다.

인간의 인생을 한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다는 뜻의 타클라마칸 사막에 비유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속에서 망설이고 때로는 헤메이며 살아가는 것이 어찌보면 인간의 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의 기대와 지도에 충실히 따라서 착하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좋은 부모가 되어 자식을 훌륭히 키워내는 것이라는 목표를 잃고 인생이라는 이름의 열차가 선로를 이탈했을때 겪게되는 충격과 허무함 때문에 이성이 기억을 차단하여 망각하고자 하는 방어기제가 증상의 차이에 따라서 해리성 인격장애 혹은 치매로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적 성공을 거둔 중년이 더이상 성취할 지점이 없을때 나타나는 인생의 정오에서 제2의 사춘기를 겪게 된다는 정신분석가 융의 [상승정지 증후군]으로 부부의 문제를 바라보려는 시도도 흥미로웠습니다.

쉼없이 달려왔지만 고장이 나서 멈춰버린 낡은 자동차가 마치 부부의 모습과 심정을 나타내는 것 같았는데,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되돌아 보면서 과연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것일지 고민하는 중년 부부의 대화를 들으며 부모님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이며, [잘 사는 게 뭐지?]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할지 고민해 보는 소중하고 특별한 75분이었습니다. 여러 방송에서 활약하시는 윤주상 배우님께서는 기억을 봉인하고 스스로 망각을 원하는 슬픈 남자역을 특유의 중후하신 목소리와 담담한 연기로 훌륭히 표현하셨습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남편의 기억을 되찾게하여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애쓰는 가련한 아내역을 맡으신 강애심 배우님의 감정적인 연기도 훌륭하셨습니다. 두 베테랑 배우님들께서 잘못한게 없지만 딸을 잃은 것이 자신들의 죄인양 괴로워 하면서도 진실을 똑바로 직시하여 마음속의 응어리를 토해내고 구원을 얻고자 몸부림치는 결말의 여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한해를 되돌아보며 매순간의 선택과 결과로 수반되는 후회로 부끄러워지는 자신과 마주하는 철학적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스스로의 기억을 왜곡시키고 조각난 파편으로 만들어 사막같은 고립의 시간을 보내는 두 남녀 두 배우의 독백에서 삶의 지쳐 쓰러질듯한 중년의 쓸쓸한 모습을 보았다 두분의 연기가 모든걸 완성시키는 작품이었다~!!

연극 "타클라마칸"은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연극이다. 모래알처럼 많은 일들을 겪으며 우리는 순간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타클라마칸(Takla Makan)"은 위구르어(語)로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Takla 는 ''죽음''을 뜻하고, Makan은 ''끝이 없는 넓은 지역''을 의미한다. 또한 중국에 실제 있는 ''타클라마칸 사막''은 면적이 영국보다 큰 광활한 붉은 사막이다. 수시로 한반도에 몰아치는 황사바람의 근원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연극 "타클라마칸"의 무대 가운데에는 앞바퀴가 빠져있는 빛바랜 빨간색 자동차 한 대가 상징적으로 놓여있다. ''기억속에서 지워진 이름을 찾아주기 위하여 떠나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마치 타클라마칸 사막에 놓여져 있는 것처럼 어려움에 처해진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량속에 갇혀있는 중년의 남녀는 시종일관 티격태격 서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숙영은 사내에게 계속 자신의 남편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내는 자신이 남편이 아니라고 계속 이야기 하며 도움을 요청한 친구가 오기를 기다린다.

홍숙영과 사내는 딸에 대해서 대화를 하게 된다. 이윽고 극적 대반전이 일어난다. 사내는 기억이 되살아나 자신의 본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홍숙영의 남편이었고 그는 자신의 딸이 끔찍하게 살해된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기부정을 하며 마음의 문을 닫게 된 것이었다. 한마디로 충격을 받은 것이다. 홍숙영과 남편은 어디인지 모르는 곳에서 나오려고 발버둥 치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고 헤매인다. 마치 ''타클라마칸 사막''에 놓여 있는것처럼.....

정신분석가 칼 융은 ''상승정지 증후군''이라는 용어로 중년 남성의 변화를 설명한다. ''인생의 정오''를 넘나드는 중년남성들은 ''제2의 사춘기''를 겪게 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의 내면에 살아온 인생의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중후한 카리스마 목소리를 가진 윤주상 배우와 깊이감 있는 연기로 독보적인 존재감이 돋보이는 강애심 배우의 멋진 조합은 극을 한층 깊이감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준다. ''사막 같은 기억속에 갇힌'' 이들의 구멍 뚫린 가슴속에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며, 신기루처럼 피어오르는 ''오아시스''가 계속 말을 걸어 오는게 느껴진다.

''우리 열심히 잘 살아왔지?''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