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포도주가 담겨있을 때 그렇게 아름답던 투명한 와인잔이 자신에 의해 벽에 내던져 산산히 부숴진 줄리.
붉게 타고 있는 욕망이라는 난로 속으로 자신에 의해 던져진 부러트린 불쏘시개 나무같은 쟝.
붉은 기도서를 가슴에 안고 분노와 배신의 마음을 자신의 종교에 의지해 버티려는 크리스틴.
돌이켜 보면 인생이라는 것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도 않고 마법에 걸린 것처럼 살아왔고 살아가고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삶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것처럼 이렇게 3명의 인물은 어둡고 칙칙한 무대에서 연기에 쌓여 몽롱한 인생을 함축으로 이야기한다.
줄리와 쟝과 크리스틴이라는 세 명의 등장인물 말고 움직임은 거의 없지만 무대 위에서 이들의 의식과 무의식속에 끊임없이 영향을 끼치고 지배하는 백작의 구두. 이 구두의 존재는 세 명의 등장인물 보다, 작품이 주는 강렬함보다 오히려 더 전율과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스웨덴의 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가 쓴 이 작품을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에게 전해주려는 의도는 치정의 이야기로 포장한 인생과 꿈, 욕망이라는 인간의 본성,가진 자와 가지려는 자의 투쟁의 과정과 결과 그리고 남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의 일부가 숨어져 있었다. 그래서 아마도 이 작품은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나보다.
공연의 완성도가 전반적으로 높은 공연이었고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전달하기에 지루하지 않았던 공연이었다. 희곡을 읽었을 때 보다 숨겨진 상징성과 인물의 해석이 돋보였으며, 무대와 조명과 의상의 세심함도 좋았다. 몇 부분 부족한 면이 보이기는 했으나 극단의 공연연보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명작을 고집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열정으로 덮어두기로 한다.

공연 정말 잘 봤습니다.
투박하지만 자연스럽게 여기저기에 놓여있는 소품들로 꾸며진 멋있는 무대와 은은한 조명
부드럽고 강렬한 음악과 원색의 의상을 입은 배우들의 긴장감 넘치는 연기에 90분 동안
호흡을 멈추고 바라보기를 몇 번, 순간순간 전율을 느꼈습니다.
‘미스 줄리’ 대본을 읽으면서, 과연 어떤 모습이 그려질까 기대했는데,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자라고 죽을 때까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무엇일까?
한 인간을 둘러싼 수많은 환경들 속에 그 환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존재는 과연 몇 명일까?
결국 지금의 줄리가 되게 한 것은 무엇이고, 그 줄리를 죽음의 길로 가게 한 것은 무엇인가?
사랑마저도 신분과 사회와 제도의 벽 속에 무너져버리며 처절하게 짓밟혀진 채 쓸쓸하게 퇴장하는 줄리, 이 땅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줄리처럼 사라졌을까?
수많은 질문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나’를 생각해 봅니다.
지금의 ‘나’는 어떻게 키워졌고,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가?
나를 둘러싼 많은 환경들 속에 나는 얼마나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나 역시 여러 환경의 벽들 속에 스스로 생각의 틀을 고정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 줄리를 보면서,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할 지를 깊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한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과 그 배우들을 빛나게 해 준 제작진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대학로에서 보통 로맨틱 코미디류의 연극이나 뮤지컬을 많이 하잖아요.
오랜만에 본 고전연극... 미스 줄리..
갑자기 심각한 연극을 보게 된 건 아닌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괜찮았어요.
사랑이나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그리고 남자주인공 장준학님인가.. 연기를 참 잘하시는 것 같았어요.
젊은 배우들의 고전 연극... 멋지더군요

배우들의 역량이 조금은 부족한 듯...
여유가 없었다고나 할까?
전체적으론 느낌은 좋았다.
간혹 조금....

스웨덴의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작품으로 장난처럼, 우연처럼 가진 육체 관계로 인해 변한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의 갈등, 귀족과 하인이라는 계급의 갈등, 과거와 미래, 이상과 현실, 욕망과 사회적 채면, 빈부의 격차 등을 다채롭게 보여줍니다.

강렬하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쟝 역의 장준학, 건방진 모습과 불안에 떠는 모습을 잘 소화해낸 줄리 역의 김동화, 둘의 관계에 크게 상처받았지만 의연하게 대처하는 크리스텔 역의 이은미. 무대 전환도 없이 이 세 배우만으로 극을 채우지만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줄리가 좀 더 쿨하게 처신을 했더라면 좋았겠지만...버지니아 울프의 말대로 여성이라는 존재는 이미 운명적으로 그 사회 속의 이방인으로서 말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