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첫날에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연극 <로산나 vol.1>을 관람했다.
연극의 원작은 미국 여성작가 신디 루 존슨(Cindy Lou Johnson)이 1989년에 쓴 희곡 Brilliant Traces다.
1989년 2월 뉴욕 체리 레인 극장(the Cherry Lane Theatre)에서 초연됐고
한국에서는 <찬란히 빛나는>이라는 타이틀로 극단칠꽃이 2017년 1월에 초연, 11월에 재연했다.

연극 로산나 vol.1은 극단칠꽃 제작, 이종혁 번역/각색/연출이고 공연시간은 60분이다.
2017년 공연에서는 원작처럼 남자 주인공 헨리(Henry)와 여자 주인공 로산나(Rosannah)가 출연하는 2인극이었으나
여주인공 이름으로 타이틀을 바꾼 이번 공연에서는 여주인공만 출연하는 모노드라마(1인극)로 변경되었고
첼리스트와 피아니스트가 추가되어 생생한 라이브 연주로 극에 활력을 더했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로산나 역에 김수안 배우, 첼로에 김경단, 피아노에 정해림 연주자가 출연했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알래스카의 외딴 오두막이다.
눈보라가 치던 어느 날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인 로산나가 이곳을 찾아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집 안에 들어온 로산나는 다짜고짜 화부터 낸다.
왜 빨리 문을 열어주지 않았냐며 영하 500도의 날씨에 얼어죽을 뻔하지 않았냐고.
로산나는 한마디로 당돌한 여자였다.
눈에 젖고 추위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던 로산나는 긴장이 풀리자 급격한 피로가 찾아왔는지
기절한 듯 쓰러져서 이틀 간이나 잠에 빠져들었다.
잠에서 깨어난 로산나는 아리조나의 결혼식장에서 빠져나와 차를 몰고서 이곳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원작은 2인극이라서 로산나의 고통뿐만 아니라 상대역인 헨리의 아픔도 다루어지지만
이번 버전은 1인극으로 각색되었으므로
아무래도 헨리의 이야기는 표면화되지 않았고 로산나에게 초점이 맞추어졌다.
"당신은 이제까지 내가 만난 여자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입니다."
로산나의 결혼식장에 모습을 나타낸 그녀의 아버지가 딸에게 건넨 말이다.
그녀의 가족사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언급이 되고 있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아버지가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칭찬인지 작업 멘트인지 처음 보는 아름다운 여자라고 치켜세운 걸로 미루어보아
로산나의 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것으로 추측된다.
찬란했던 기억과 추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에 관한 공포에 로산나는 오열하고 만다.

여자 주인공만을 표면에 내세운 1인극이므로 이번 무대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고통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원작의 헨리의 경우는 사고로 잃은 어린 딸에 대한 아픔을 갖고 있다. 그래서 기억을 잊고 싶어한다.
기억을 잊고 싶은 헨리와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로산나. 원작은 상반되는 입장의 두 남녀의 이야기다.
각자가 지닌 아픔과 고통을 상대방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슬픔은 반으로 줄어들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상대의 아픔을 헤아려보고
또한 자신의 아픔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역지사지의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2인극이 1인극화된 특성상 원작이 전하는 역지사지의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았으나
그 대신 여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작품이 지니고 있는 몽환적인 분위기는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알래스카까지 왔다는 비현실감과
아버지의 기억이 사라졌듯이 나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아요라며 현실을 부정하는
로산나의 모습에서 과연 로산나는 실재하는 인물일까 끊임없이 의심을 하게 된다.
헨리 또는 관객(이번 공연에선 헨리가 직접 등장하지 않으므로)이 지닌 아픔과는
정반대의 아픔을 지닌 것으로 설정되어 창조된 꿈 속의 여인처럼도 느껴진다.

무대 위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배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이 연극에서는 당당하게 무대의 중앙에 첼로, 오른편에 피아노가 배치되어
공연 중에 배우뿐만 아니라 연주자들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진다.
김경단, 정해림 두 아티스트는 바그너의 <결혼행진곡>, 브람스의 <자장가>,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등 귀에 익은 클래식 연주로 극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여주인공을 보필했다.
로산나 역 김수안 배우는 영화 <롱 리브 더 킹>에서 최귀화 배우가 연기한 국회의원의
요염한 여비서 이애리사 역으로 출연했고
안톤 체홉의 단편소설을 재구성한 연극 <공포>에서는 아름다운 유부녀 마리 역으로 만나봤었다.
2000년에 드라마로 데뷔한 20년차 배우답게 이 연극에서도 감정을 잘 살린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공명(共鳴)없는 아우성과 몸부림''
- 연극 로산나 vol.1 관극 후기 -

- 공연일시 : 2019년 9월 1일 오후 4시
- 공연장 : 대학로 선돌극장
- 출연 : 김수안(로산나), 김경단(첼로 연주), 정혜림(피아노 연주)

<로산나 vol.1>은 모노드라마, 1인극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명의 배우 혼자 극을 만들어 가는 모노 드라마의 특성 상 주인공의 독백으로 전개가 되어야 할 터인데, <로산나 vol.1>의 주인공 로산나는 계속해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존재하지만 (무대 위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있다.

이는 남녀 2인극이었던 원작(미국의 극작가 신디 루 존슨의 ''브릴리언트 트레이스''(국내 상연제목은 ''찬란히 빛나는''))을 1인극으로 바꾼 실험의 결과(라는 것을 연극을 보고 난 후에야 알았다.)다. 이 실험의 목적은 원작의 두 인물(헨리와 로산나) 중 로산나에 집중하는 극, 그리고 (이를 위하여) 로산나를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력을 끌어내는 것 두 가지 정도일 듯.

그런데 극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인물에 대한 몰입이 쉽지 않다.
로산나가 헨리의 질문을 자신의 입으로 되풀이한 후 다시 그에 대한 답변을 자신이 하는 방식으로 극이 전개되는데, 이 정도의 정보만으로는 대화(서사)의 맥락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로산나의 상황, 심리에 대한 짐작조차 쉽지가 않다.(그저 "나는 사라지지 않아요, 나는 존재해요" 라는 대사를 단서로 실존에 대한 그녀의 의지를 짐작할 따름이다.)

남은 건 로산나의 감정 뿐, 그녀가 웃고 울고 소리치고 분노하는 것을 본다. 하지만 객석의 나는 그 감정을 이해할 수가 없으니 공유할 수도 없다.
소통의 단절이다. 연출이 이것을 의도한 거라면 성공이다.

로산나와 (아마도 남자 헨리를 대신하는) 첼로&피아노 협주가 상응하는 리듬은 흥미롭다. 연주는 때로는 로산나의 대화상대로, 때로는 로산나의 감정을 증폭하는 스피커와 같은 역할을 한다.
로산나를 연기한 김수안 배우는 70분 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무대 위에 쏟아 냈다. 다음 기회에는 캐주얼한 극으로 만나봤으면 좋겠다.

*블로그URL - https://blog.naver.com/crowley79/221638927231

추위와 공포섞인 그녀의 방문은 손님인가, 불청객인가.

첼로는 그녀의 상대가되고 음악은 심리를 대변한듯 쉬지않는 연주함이 가라앉다가 때론 떠오르듯 들려주었다.

폭풍의 화이트아웃.
그녀가 두려운건 이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것.

슬픔과 연결된 눈물의샤콘느.
늘 차갑게만 느껴지는, 그리고 멈추지않는 역겨움속에 살고 있다.

혼자만의 왈츠는 그녀를 위로하듯 다가왔다.

대화의 되풀이되고 결론은 같지만 그런 반복의 시간이 더욱 움츠려함을 느꼈다.

미국의 극작가 '' 신디 루 존슨''의 ''브릴리언트 트레이스''라는 작품이 원작으로 <찬란히 빛나는>이라는 제목의 연극으로도 소개되어진 바 있는 로산나는 종전의 2인극이였던 작품을 1인극으로 변모시키고 대신 음악적인 요소들을 가미해서 만든 만큼 제목에서도 알수 있듯 로산나라는 여인에게 모든 촛점을 맞추고 싶다는 연출 의도가 있겠구나 짐작해보며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설픈 예습탓이였을까요?
극이 끝나고 극장을 나오는 순간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서 원작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뒤져보게되는 결과를 초래하고야 말았습니다 ㅜㅜ흑흑
극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가 다급하고 긴박한 목소리로 들여보내달라며 문을 두드리는 장면으로 시작되네요. 집안으로 들어오게 된 여자는 추위에자신이 죽을뻔 했다며 집안의 온기와 탁자에 놓여진 위스키로 추위를 녹여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기 시작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1인극으로 짜여진 형식이기에 여주는 관객들이 보기에 독백처럼 보일수도 있는 대화들을 보이지 않는 남자와 끊임없이 나누게 되고 남자의 대사들은 때론 첼로의 연주를 통해, 때로는 여자의 되집어주는 대사를 통해, 때로는 상상력으로 대신하게 됩니다.
이 점 이 작품의 장점이자 큰 단점이 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되어지네요. 상당히 불친절한 작품이기에 내용의 전반을 이해하기 위해선 사전에 공부아닌 공부를 하고 접해야만 쉽게 다가 설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외딴 산장이라는 고립돠 공간에 뜻하지 않은 만남을 이어가는 이 두 남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자면 산장의 주인인 남자는 사고로 어린 딸을 잃게 되어 과거의 기억을 잊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상황이고 주인공인 로산나는 결혼식장에서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 도중 과거의 추억과 기억에 대한 상실로 인한 불안감에 그곳을 뛰쳐나와 산장까지 이르게 된 상황입니다.
즉 한쪽을 기억을 되찾고 싶어하는 한쪽은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는 대립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던 이들은 서로에게 끌리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고 때론 서로 대화를 통해 사랑과 가족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오고 간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마치 로산나의 심리를 대변해주는듯 격정적으로 때론 부드럽게 울려퍼지던 첼로와 피아노의 선율이 꽤나 인상적이였고 긴시간 홀로 무대에서 극을 이끌어 가던 주인공분으 열연도 인상적이였습니다

외국작품인 찬란하고 빛나는을 각색하여 소개한 작품 로산나 Vol.1 을 지난 주말 만나고 왔어요.


이 작품의 경우 초연때는 남과여의 2인극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이번엔 여자 주인공만 나오는 모노드라마 형식의 작품으로 공연되더군요. 모노드라마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피아노와 첼로라는 악기가 나머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답니다.


특히 첼로의 경우 극중 추정되는 남자의 대사 역할을 하기도 하죠. 음악들의 경우 우리에게 무척이나 친숙한 비발디의 사계나 브람스의 자장가등 극중 상황이나 대사에 어울리는 음악들이라서 편하게 들을수 있었어요.


결혼식날 결혼식장을 그냥 뛰쳐나온 여자 그리고 그녀는 끊임없이 차를 몰았고 어느 낯선 알라스카의 산장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죠. 그녀는 추억과 기억을 붙잡으려 했던 것이었는데 그게 쉽지않았고 그런 불안함때문에 결혼식장을 막무가내로 뛰어 나오게 된거죠.

&#8203;원작을 소개한 작품을 보니 이 여자 주인공에 대비하여 남자 주인공이 존재하더군요. 산장의 주인인 남자의 경우 사고로 어린 딸을 잃게되고 과거의 기억을 잊기위해 스스로를 소외시키데 됩니다. 즉 이런 대비되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기억이란 때론 누군가에겐 잊고싶은 또 누군가에겐 끝까지 잡고싶은 무언가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주인공역의 김수안 배우의 연기는 훌륭했고 음악도 상당히 뛰어났답니다. 다만, 원작에서 과감하게 버린 남자주인공의 이야기 그리고 모노드라마에 의존하여 극을 끌어가다보니 생략이 많아 관객에겐 다소 불친절한 작품이긴했어요. 가능하면 미국 원작 연극을 유투브등에서 보고가면 상당히 작품을 더 즐길수 있겠더라구요.

&#8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