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말고는 배우 맞나요?

원작 만화부터 상당 희곡의 요소를 많이 가져왔다. 만화를 본 사람들은 원작을 가무극으로 어떻게 연출했는지를 감상해보고, 만화를 모르는 사람들은 알고 있던 고전 별주부전의 화소들과 달리 어떤 맛으로 이끌어낼지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맞이하고 마무리짓는 장단은 전통적인 기법을 활용했다. 등장과 전개 등에서 이것들이 핵심을 맡는다. 국악 및 판소리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신경써서 연출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극이 원전수호가 아니니만큼 다른 부분에서 현대적 요소를 느낄 수 있다. 대사나 연기, 무용은 존재 만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무대미술, 의상 활용이나 선곡이 의외의 재미를 주었다.

이외 연출과 연기에 대해 더 말하고픈 것이 많았지만 너무나 표현력도 부족해서 스포일러만 적게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두 가지는 개인적 감사함으로써 말하고 싶다.
하나는 전개 중 나오는 한 인물의 변에서 어렵게 마음을 다잡게 해주었다. 사실 주요한 주제는 아닌데, 당장 내가 지금 막 힘든 일이 있었던지라. 요 근래 어쩔 줄 몰라 내게 닥친 고난을 피하고 칩거해 우울한 상태로 있었다. 그가 말하길, 닥쳐오는 고난을 피하지는 말라는, 그런 모습에서 흔히 느낄 카타르시스 대신 안정감과 고요함을 주었다.
또 하나는 제목처럼 이 시국에 정말 보기 좋은 연극이란 것. 시대 특정 소재를 덧입혀 별주부전을 재해석했다만, 그때 뿐 아니라 이 시국에도 유효한 주제의식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노래가 생각났다. 정말 똑같아서 쓰고 싶은데.. 아무튼 스포일러니 자제해야겠다. 주제의식을 편협한 마음으로 보면 위험하다. 분노를 굴절하는 그들과 같이 되지 말자.

*관람할 때는 마스크 챙기셔야 됩니다.
**꼭 영업당해주세요.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