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플러스회원의 밤> 이라 4장의 초대권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그닥 즐겨하지 않을 공연이라 망설이고 있는 사이에 다른 곳에서 초대권이 생겼다. 일 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는데 한 번을 이렇게 살리면서 공연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망설이긴 했지만 초대권이 눈 앞에 생겼는데 더 망설이긴 그래서 아이들과 딸램이 수학여행 보내고 홀로된(?) 친구와 함께 갔다.

시작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로 편안하게 열렸다.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No.1 Op.77>을 시작하기 전에 금난새 지휘자의 곡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지난번 공연 때도 자주 연주하지 않는 곡이라며 그 곡에 대해선 설명을 해주었는데 이번 곡도 설명을 해주었다. 설명을 들을 때에는 좀 신나고 즐거운 곡일거라 생각을 했는데...난해했다. 2악장이었던가? 유머가 나오고 끝이 힘이 있어서 곡이 끝난 것으로 알 수 있다고 악장의 끝에 박수를 치지 말라고 넌지시 말하셨고...그랬는데 어디서 유머가 위트가 있었을까? 시벨리우스의 위트는 그러한 것이었을까? 곡을 잘 모르는 내게 이 곡은 참으로 건조하게 들렸다. 바이올린은 가즈히토 야마네, 어린 일본 바이올리스트가 연주했다.

우리 아이들은 앙콜을 무서워한다. 긴 긴 클래식 공연 프로그램을 보고 마지막이라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앙콜이 나오면 좌절한다. 이젠 앙콜이 있다는 것을 당연히 아는지라 둘째 "엄마 앙콜 하지마~" 하지만 그게 엄마만 안한다고 되는 일일까? 바이올리스트를 향해 앙콜이 나왔다. "누가 앙콜을 했어?" 둘째의 장난 어린 원망이 나왔다. 연주자 가즈히토 야마네는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주기나 하려는듯 열심을 다해 앙콜곡을 연주했다. 열심히 들었지만 그래도 재미없고 지루한 곡을 재미있는 곡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는듯. 연주는 정말 열심히 들었다...듣기만 하고 보기만 했다.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단조 Op.47> 역시 어린 일본 바이올리스트인 후미카 모리가 함께했다. 곡은 앞선 곡보다 좀 더 평범하고 펼쳐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연주자의 행동이 집중력을 자꾸 떨어뜨리게했다. 나만 그런가했더니 함께 간 친구도 그랬다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들리는 것 또한 흐리게 했다. 역시 앙콜이 나왔고, 협주할 때 보여주지 못한 기교를 마음껏 보여주는 앙콜곡이었다는 생각이다. 누렇게 떠있는 관객들에게 좀 더 쉽고 편한 곡을 앙콜곡으로 들려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웠다. 아직 어리니까 보여주고 싶은 것, 보여줘야 할 것이 많은가보다. 오늘의 연주자들. 아님 원래 앙콜곡은 그런것인가? 그런것은 아닌듯한데...

마지막 곡이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우리가 늘 들어 잘 아는 곡 두 곡이었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이 아는 곡이 이제서야 나왔으니까. 나 역시도 핀란디아 이후론 인내력을 갖고 들어야했다...연주자들의 손가락 움직임을 즐기면서...아직 난 클래식 걸음마도 떼지 못했으니까. 이번 공연은 두 연주자의 발표회같은 느낌이었다.

오늘 음악회장의 온도는 적절했다. 하지만 연주 중에 뒤에서 "뿌웅~"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냄새가....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두 곡을 마칠 때까지 계속되었고 쉬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아지겠지 했지만 여전했다. 아, 밀폐된 공간...조금만 참아주세요~~^^ 하긴 참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셨을까...그래도 숨쉬기 힘들었다.

휘은이도 치은이도 잠들지 않고 끝까지 힘겹지만 함께했다. 조금씩 꿈틀거리긴 했지만 그 정도면 대체로 잘 참아줬다. 지휘자의 지휘 모습을 꽤나 열심히 보았나보다. 제대로 안보는듯했었는데 볼건 다 보았구나. 이젠 한동안 클래식 공연은 쉬도록 해줘야겠다.....낼 모레 있을 공연도 탐나는데...표는 이미 확보해두었는데...이번엔 내가 양보해야지.

공연장으로 갈 때는 날씨가 좋았는데 마치고 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행이 우산을 준비해 갔고, 함께 쓰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걸어서 집으로 왔다. 항상 함께 다니던 딸램이가 옆에 없으니 시원한게 아니라 허전하고 외롭다는 친구와 인사를 나누고...함께 갔는데 아이들 챙기느라 못챙겨줬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면 얼마나 반가울까....

이렇게 또 오늘 밤...클래식 음악과 함께 쉬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