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의 최초라는 이름을 따라다니는 작품으로 2022년 국립극장 레퍼토리로 돌아왔다. 이력만큼이나 멋진 공연. 꼭 공연장에서 확인해야하는 공연이다. 매년 만나길 기대한다.

회오리. 국립극장 해오름.



살아가면서 우리는 시련을 바람에 비유하곤한다. 그리고 때로는 비로도, 눈보라도 비유하기도 한다. 이렇듯 많은 날씨와 기후 관련된 용어는 우리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겪는 이른바 천재지변이기에 사는 동안 우리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러한 기상현상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는 다시 맑은 하늘을 보게 된다. 비온 뒤에 땅 굳는다는 말처럼, 우리는 시련과 회복, 성장과 정체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국립극장을 찾았다. 더운 날이었지만 저녁이 되니 날이 선선해졌다. 남산 한자락에 위치한 국립극장은 언제가도 특유의 운치가 있다. 서초동 대로변에 있는 예술의 전당이나, 광화문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사이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과는 다른 특유의 멋과 정취가 있다. 아마도 자연과 함께 더불어 숨쉬는 듯한 건물이 특유의 예술적인 혼을 가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회오리라는 국립극장의 레퍼토리 시즌 공연을 보았다. 핀란드 출신의 무용수 겸 안무가 테로 사리넨이 안무를 맡고, 장영규 음악감독이 음악을 맡았다고 한다. 우선 시작이 강렬했다. 깜깜한 무대에서 강한 조명이 하나 점점 강해지면서 메인 무용수 한명의 그림자가 크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무용수가 동작을 하는 동시간에 그림자가 커다랗게 움직인다. 무용수에 집중해야할지 그림자에 집중해야할지 모르겠는 찰나,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그림자였다.

빛과 그림자 중에 우리는 그림자에 결국 마음이 갈수밖에 없는 태생이 나약한 인간 아니던가.

그리고 곧이어 많은 남녀 무용수가 회오리라는 주제 긴 서사를 펼친다.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안쉬고, 한 번의 암전도 없이 그대로 이어갔다. 관객으로서도 무용수들로도 쉽지 않은 플롯인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중간에 한번 쉬거나 암전이 있었더라도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무용공연은 상당한 집중도를 요하기에 한번 정도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적인 것, 우리는 그것을 세계적인 것이라고 외치며 배우고 공부해왔다. 점점 한국적과 셰계적인 것의 차이가 무뎌지는 이 시대에, 멋진 공연을 본 것 같다. 멋진 공연을 보여준 스탭과 출연진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음악을 연주하신 분들께도. 무엇을 본다는 것은 생각의 소재를 던져주는 일과 같을 것이다. 수많은 컨텐트의 범람 속에서 진짜 혼이 실린 예술이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부는 바람은 당연히 회오리는 아니었다. 여름밤에 부는 나지막한 바람이었지만, 내 마음에는 어느때보다도 강력한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었다.


[이 글은 초대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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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항상 어렵다는 마음이 조금씩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회오리>는 좀 더 이해가 잘 되는 극이었어요.

열정적인 춤선에 감동하고, 한국적인 음악과의 콜라보에 깜짝 놀랐답니다.

여러번 보게 되면 또다른 느낌과 충격을 받을 것 같은 극이었답니다.

이러한 좋은 극을 보게 되어 얼마나 영광이었는지~

진짜 현대무용의 정수를 제대로 본 것 같습니다.정가를 실제로 들은 것은 처음이라 소름이 쫘악 끼쳤습니다.

하늘하늘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에 정말 압도되었어요. 중간에 동작에도 등장하시는데 완전 신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회오리를 관람한 후 이 공연이 왜 대표격인지 깨달았습니다. 우리나라 무용수들의 실력과 아름다운 국악, 그리고 신선한 조명 연출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감상했습니다.

보는 내내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공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