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과 동떨어져있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보면ㅅㅓ 그저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생각되더라구요. 보는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선지를 보여주며, 이런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각본이 좋았지만 연출이 너무 좋아서! 정말 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잘 전해준 것 같았습니다. 더욱 오랜시간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는 극이에요. 배우님들, 연출자님들~ 감사합니다~

발랄하고 웃음 나는 장면을 통해 전달하는 생과 사의 무거운 메시지. 정말 잘 봤습니다!

''한희''는 냉동인간이 된 아버지의 냉동유지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 간병사와 성적소수자들이 찾아오는 술집 바텐더로 투잡을 뛰고 있다. 그렇게 견딘 세월이 25년이라는 설정이다. 그리고 드디어, 아버지가 인류 최초의 해동인간으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해동 비용 역시 재단이 감당하는 조건이다. 기술 발달에 따라 해동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으나, 깨어났을 때 뇌가 손상될 확률이 50%라고 한다. 난치병을 고칠 수준까지 의술도 진보한 지금, 생명을 되찾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한희 외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저마다 한희와 비슷한 사연이나 사정이 있다. 대상이 가족이든 반려 동물이든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란 인간에게 숙명이므로 당연한 것이다. 사고로 죽기 직전의 아이를 냉동보관중인 ''설''은 유전적으로 아버지이나 아내와 이혼을 하고 성별을 여성으로 바꿨다. 성전환 수술을 받기 전이나 호르몬 치료를 받고 사회적으로 온전히 여성으로 산다. ''설''은 엄마가 되어 건강을 되찾은 아이를 안아보는 게 평생의 꿈이다. 그녀에게 냉동기술은 성전환 수술이 그렇듯 꿈만 같은 일이다.

극중 생화처럼 향기를 내뿜고, 오랫동안 시들지 않는 조화를 언급하는 대목이 나온다. 환경오염으로 생화 재배나 생산이 여의치 않다는 설정이다. 조화가 생화를 완벽하게 대체한 와중에도 사람들은 금세 시드는 값비싼 생화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냉동기술을 보유한 재단에서 일하는 ''의담''은 유전자 과학의 발달로 반려동물의 경우 영원회귀가 가능한 세상이 멀지 않았다고 믿는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사정이나 판단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한다. 해동을 할지 말지, 냉동상태를 유지할지 말지, 냉동 서비스를 신청할지 말지 선택이 서로 엇갈린다.

혜윰의 연극을 보면 대체로 구성을 섬세하게 촘촘히 쌓아 올리면서 미래 사회를 다루면서 제약이나 설정에서 미흡할 수 있는 부분을 잘 메꾼다. 지원사업으로 올리는 이상, 제작 여건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의상이나 소품, 하물며 연극이 끝나고 나눠주는 아기자기한 스티커까지 배려나 정성이 엿보인다. *

"프리즈 더 파파" (작:정영재 윤색,연출:연지아 조명:이수빈 영상:장주희 음향,그래픽:오후의 고양이 음악:김활빈 분장:최은선 캐릭터디자인:최가람 출연:정솔아, 박현, 이승빈, 윤소연, 편다솜, 정영재 제작:창작집단 혜윰 극장:여행자 극장 별점:★★★★★) 작년에 "일분위 고독인" 을 봤었던 창작집단 혜윰 공연이다. 냉동인간이 된 아버지의 냉동유지비용을 대느라 낮에는 간병인으로, 밤에는 토크바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살던 한희. 어느날 알테르생명연장재단에서 아버지를 해동해가라는 연락을 받는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 프리즈(freeze)가 아니고, 플리즈(please)인 줄 알았다. 예상하지 못 했는데, SF 소재의 내용이라 좋았다. 스토리 소재가 좋아서 별점 1개 추가! 1인2역인가? 중간에 캐릭터가 좀 헷갈렸지만 2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관람 하였다. 영상의 사용도 매우 만족스럽다. 스토리상 궁금한점 한 가지는 엄마는 왜 아빠를 냉동인간으로 만들었을까? 마지막에 한희의 결정을 내리기 위한 중간 과정의 스토리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면 슬픔이 배가 될거같다. 오늘 가장 좋았던 점은 ''냉동인간'' 을 ''슈뢰딩거의 고양이'' 로 나타낸 점이다. 정말 찰떡같이 좋은 비유이다. 정솔아, 편다솜 배우님의 연기도 좋았다. 2019년도에 봤었던 "빵집 : 아무의 세상" 을 시작으로 "검푸른","지하비행사","휴식하는 무늬","어떤 내일도 오지 않을 것처럼","일분위 고독인" 을 봤었던 창작집단 혜윰, 이제는 애정하는 극단으로 부르며 마무리 한다.

다소 오묘한 시작이었다. 공연 시작 몇 분만에 긴급재난문자가 정신없이 울렸다.
연극의 설정인지, 사운드효과인지 어리둥절하던 관객들은 그 소리의 근원지가 본인의 휴대폰임을 확인하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제작진 입장에선 연극 첫 장면부터 맞은 악재였을 것이다.
다만 배우들은 극 초반부의 흩어진 분위기를 잘 모아서, 극을 잘 이끌어갔다.

<프리즈 더 파파> 속 6명의 모든 인물들에게 각자의 사정이 있고, 이 극은 주인공 ''한희'' 이외의 인물들의 사연을 소개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또한 각자의 사정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갈등''에 집중하기보다는 인물관계가 느슨하게 얽혀있는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한희보다 설과 라넌의 사연에 더 마음이 가기도 했다.)
이 하나의 세계는 곧 ''냉동인간''이 도래한 미래의 어느날이다.

이 극의 인물들은 직간접적으로 ''냉동인간''이라는 소재와 연결되어 있다.
''삶과 죽음''이라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스를 수 있을까?
인류의 유구한 질문일 테다. ''냉동인간''은 위의 질문에 대한 하나의 (가상의) 답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의 목적이 ''냉동인간''으로 상징되는 인류의 윤리적 질문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냉동인간'' 시대를 마주한 인간들의 군상, 그들이 처한 상황, 무엇보다 그들이 느낄법한 감정에 대한 묘사가 도드라졌다.

마치 영화처럼 속도감 있고 짧은 장면 구성이 인상적이었고,
스마트폰과 스크린을 활용한 연출도 과하지 않아서 딱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누구 하나 튀거나 부족한 사람 없이 밸런스가 잘 맞았고,
체홉극처럼 모든 인물에게 사연을 부여하고, 관객의 감정이입 여지를 남겨둔 선택도 좋았다고 본다.

다만 이로 인해 희생되는 건 어쩔 수 없이 주인공 ''한희''의 서사일터,
''냉동인간''에 대한 촉각 이미지를 활용하여 한희의 서사와 감정을 뒷받침 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사실 이 극을 통틀어 관객이 ''냉동인간''이 줄 수 있는 시청각적인, 또 무엇보다 촉각적인 감각이 전달되는 장면이 전무했다.
실제 오브제를 무대에 들이는 것보다는, 마임과 상상으로 처리를 하는 것의 효과를 의도했다고 보이는데,
''냉동인간''이 주는 차가움을 인물이 감각하는 장면이 없었던 게 못내 아쉽다. (그래도 명색이 ''냉동인간''인데!)

''한희''의 강렬한 엔딩 장면을 생각했을 때, 이런 감각이 극 중에 관객에게 전달됐다면,
''한희''의 서사에 조금 더 감정적인 무게감이 실리지 않았을까, 싶다.

정솔아 배우의 연기는 단단하고 훌륭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