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전, 러시아의 작가 고리끼는 <밑바닥>에서 소시민들의 절망과 희망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현실과 인간의 조건에 대해 말했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지난, 한국의 소시민들은 <밑바닥>에서의 모습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의 발길질에 채여 고꾸라지고 비겁해진다. 그게 100년 전이나 100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보통의 삶의 모습이다.
그러다 불행과 가난 속에 광명과도 같은, 믿을 수 없는 행운이나 희망이 찾아온다.
이제 그 행운과 희망을 두고 어떻게 할런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10년 전 대학로 연극계에서 퍽 소문이 자자했던 <여기가 집이다>의 초연은 보지 못하였다.
극단 이와삼의 20주년을 맞아 재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고 첫공연을 찾아갔다.
연우 소극장의 오래되고 소박한 무대는 단촐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와삼 극단의 젊은 배우들의 말과 몸짓으로 그려지는, 초연 후 10년이 지난 <여기가 집이다>는
지금 오늘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가 된다.

어떤 연극은 미장센과 연출, 배우의 기량을 떠나
만든 이들의 ''태도''만으로도 감복하게 된다.
어쩌면 나는,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어떤 성스러움을 보았다고도 생각한다.
연극도 자본화 된다. 그 틈에서, 콘크리트 사이에 피어오른 들꽃처럼, 투박하지만 올곧게 만들어진
연극을 퍽 오랜만에 보았다 생각한다.

그 날의 무대는 커튼콜과 함께 끝났을지라도
그 날의 순간을 기억하고 떠올리며 회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날의 연극은 영원히 계속된다고, 나는 믿는다.

희망과 절망, 현실과 이상의 사이에서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어디에서 누구와 머물러야 할지 찾는 이들에게
이 연극을 권하고 싶다.

대구에서 갔는데 너무나 행복합니다.공연이 너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