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도 안터지는 한적한 도로변의 화장실공간.
그안에서 알수없는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끼고 세상을 잠시 잊게된다.

그에겐 어디에도 탈출구가 없었던 것인가. 그렇게 찾은 그곳.
그속에서 자신의 불만을 헉구역질로 토해내며 아픔의 과거를 벗어내려 한다.

그가 원하는 안식처. 방황은 계속되고 끝없이 떠돌아 다니는 인생을 이야기 한다.

인생을 성공하지 못했거나 성공했지만 늘 집착하는 인간의 모습.
누군가의 것을 뺏어야만 가진자는 더욱 갖기를 원한다.

힘없이 빼앗기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더욱 갈곳을 잃어가는 한남자의 모습.
가질려고 발버둥 치기보단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 모습에 인생의 진정성을 느꼈다.

''변기통'' 그것은 그저 하찮게 보일지 몰라도 우리의 더러운 것을 받아줄수 있는 존재이기에
그렇게 누군가는 받을수 있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현대무용을 연상케하는 또다른 표현과 연극이 조화되어 색달라 보였다.

찌찔찌질하고 소심하고 못난 창구지기 10년차 은행원 소인수가 주인공인 연극 변기통.
제대로 하는 것도 없지만 제대로 못하는 것도 없이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인생입니다.

작품은 그런 인수에게 밑도끝도 없이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찾아내라는 은석이 찾아오며 시작됩니다.
말도안되는 난장을 피우며 인수의 일상을 망가뜨려버린 은석.

그런 은석을 피해 인수는 거리를 달리다 파란대문속 화장실로 피신을 하지요.

신기한 것은 이 화장실.
전화도 터지지 않는 화장실 속에서 인수는 안락함을 느낍니다.

잃어버린 꿈과 낭만을 다시 떠올릴 정도로요.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며 극복하는 인수는 성격도 달라집니다.
좀 더 적극적이 되고 삶에 대한 의욕을 불사르지요.

그렇지만 결국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한한 배신.
화장실 속의 판타지와, 그저 그렇지만은 않은 현실.



특히 저는 나은선 배우님이 했던 아내, 김정임이라는 캐릭터가 무척 인상깊었어요.
생각거리가 많았달까요.

본인도 상처가 가득한데, 남편의 상처를 치유시켜 주려고 애쓰는 모습.
하지만 그 모습이, 제대로 된 치유방법인지는 많은 의문이 들었어요.

사실 저는 ''마비''/''망각''이라는 단어와 ''극복''이라는 단어에서 항상 많은 고민을 하거든요.
기억의 상처를 극복했다는 말은,
아직 제게는 상처가 너무 무덤덤해져서 아픔이 마비되어 못느낀다든지,
아니면 아예 그런 기억을 거세해버리는 망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지요 ''ㅁ''

삶을 더 살아간다면
이 차이를 알게 될 수 있을까요?


웃고 떠들어서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고 싶다! 라는 분들보다는

한번쯤 조용히, ''아픔''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라는 분들께

더 추천해드리고 싶은 연극, 변기통이었습니다.

(글의 전문은 영상꼼수 놀이터 http://ferieo.blog.me/110162191082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어제 변기통 첫공 보고 왔습니다~

예술극장 소극장은 처음 가봤는데 무대가 정말 넓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 넓은 무대를 다 사용해서 빈틈없이 채우는 공연에 또 놀랐구요 ^^

음악(노래)과 몸동작, 영상이 어우러져 평범한 연극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어린 시절의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소대리..
꿈을 포기하고 은행원으로 사는 그와 가족을 만들고 싶어하는 아내...
두 사람 모두 참 안타까웠어요

특히 마지막 장면은 충격적이었답니다
독백과 함께 슬로우 모션으로 표현된 마지막 장면...여운이 많이 남네요...


참...주민등록증 찾는 아저씨 때문에 많이 웃었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