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따뜻해졌다가 씁쓸해졌다가를 반복했네요. 대사 하나하나가 아직 앞날이 어찌 될지 모르는 나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여운이 깊게 남는 연극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다소 무거운 연극이었지만 두시간동안 몰입해서 볼수밖에 없었던 공연이었습니다.

예술의 전당 2014 유망 예술인 초청공연 연극, 극단 theatre201의 <닫힌 문>.

"문"이라는 오브제를 아주 세련되게 사용했다. 공연이 좋아서 집에 와서 리뷰를 찾아보았더니 프롤로그에서 하나의 문 이 등장하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는데, 나는 공연이 시작하고 10분 후에 입장을 하게 되어 앞 장면을 보지 못해 아쉽다. 왼쪽 무대 한 켠에 여러 개의 문들이 주인공 은호, 선희, 김씨 아저씨, 양씨 아줌마가 사는 쪽방 고시원이 되었다가, 후반부에 모두 해체가 된다. 어느 순간 문들이 고시공부를 하는 은호 앞에 차례대로 나타난다. 은호는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괴로워하다 문을 열어내지만, 여러 개의 또다른 유사한 문들을 마주하고 어느 문으로 나가야 할지 갈팡질팡하게 된다. 이 부분을 검은 옷을 입은 문지기+문들의 무용으로 표현했다. 소름끼치지만, 아름다웠다.

어떤 리뷰는 이 공연을 사시공부와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청년들의 삶을 통해 물욕에 지배당한 청년들을 비판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10년의 시간을 사시공부에 매달린 은호의 목표가 단지 닫힌 문을 열어내는 것이 불과했다면 비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애초에 어떤 문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불확실한 상황, 그리고 닫힌 문을 애써 열어낸다고 해도 그 뒤에 어떤 문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저 작은 쪽방촌 문 하나에서 벗어나자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을 따름이다. 결국에 교도소에 간 영산은 또 어떤가? 어떤 문으로 들어가도 비슷하게 고통스러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발로 살짝 건드려도 열리는 헐거운 문의 집으로 들어가는 삶을 ''선택''한 것.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통해 운동을 열심히 배워 사채업자들을 쫓아낸다 싶더니 결국에 신체포기각서에 지장을 찍은 선희도 마찬가지. 비슷비슷하게 서글픈 인생들이다. 멀리뛰기를 하든 천천히 걸어가든, 음속으로 날아가는 제트기를 따라잡지는 못한다.

무대 위에 사각형 혹은 원의 영역을 만들어주는 조명이 예뻤다. 네모난 쪽방문, 둥근 달, 기다란 사각형의 골목길, 둥근 가로등, 좁은 고시방에 들어찬 각진 책상과 법전들, 김씨 아저씨의 리어카 바퀴, 네모난 교도소 방, 주인아줌마의 성경책, 그리고 다시 깍두기 머리의 아저씨들.

가장 좋았던 것은, 배우들 발성이 짱짱임. 특히 양씨 아줌마 발성과 발음이 진짜 좋아서, 무대 반대쪽에서 뒤돌아 말하는 대사도 귀에 쏙쏙 박혔다. 예술의 전당 무대가 좋긴 좋은지, 무대가 발성을 하나도 잡아먹질 않는다.

올해 처음 본 공연으로 더없이 만족!

오랜만에 즐거운 연극 한편을 보았네요 재밌습니다. 추천합니다.

제목과 포스터가 너무 강렬하여 뭔가 무서운 연극이 아닌가 싶었는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공연이었네요.
우리네 일상의 명암을 잘 다뤄준 연극이었던 거 같아요. 계속 공연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