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토요일 저녁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를 보기 위해 대학로에 위치한

소극장 예술정원을 찾았습니다. 저는 원래 공연을 보기 전에 시놉시스를 안

보고 가는 편이라 친일파를 비판하는 연극이다라는 것만 확인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좀 일찍 도착하게 되어 팜플렛을 사서 읽어보니 이 연극을 공연하는

극단의 이름에 눈길이 가더군요. [대학로극장]. 타임정도 600주년 캡슐에도

들어가 있는 [불 좀 꺼주세요]와 제가 재미있게 본 [돼지와 오토바이],

[보보와 자자] 등을 만든 극단이었습니다. 일단 극단 이름 만으로도 신뢰가

가더군요. 그래서 기대를 갖고 공연을 관람했구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명불허전. 역시나 제 기대를 채워주는 공연이었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3형제가 있습니다. 친형제는 아니고 고아원에서

만난 의형제쯤 되구요. 그들은 시체를 매매하여 살아갑니다. 첫째는 일을 맡아오고

둘째는 작업을 하며 셋째는 연장을 다듬는 등 분업화가 되어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작업 수칙이 있습니다. 여자와 아이는 상대하지 않는다. 피부병이

있으면 상대하지 않는다. 친일파와는 거래하지 않는다. 뭐 이런 수칙입니다.

이 수칙은 이들에게 이 일을 물려준 아버지가 남긴 위대한 유산이라 믿고

일하던 형제들에게 어느 날 난감한 일이 생깁니다. 둘째가 그만 여자를 납치해 온

것이죠. 그런데 알고보니 그 여자는 그들이 작업을 의뢰받은 조폭 쌍도끼의

애인이었구요. 여기서부터 작품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생겨나며 극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1시간 30분 가량의 공연 시간을 갖는데요. 작품의 미덕이라면 그 시간이

언제 가는 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재미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작품 중간 중간 현실에 대한 비판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광우병

이나 촛불시위, 물대포 등을 웃음의 코드로 활용하면서도 비판하고 있구요.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일본의 독도망언에 빗대어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담고 있습니다. 그것을 억지스럽거나 괜시리 감동코드로 담아내지 않은 깔끔한 연출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하겠습니다.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와 더불어 깔끔하게 주말

오후 즐거운 기분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민족의

명절인 추석에 이 작품 한 번 보시는 것도 의미있는 추석을 보낼 수 있는 길이라

생각됩니다.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사실 포스터나 제목을 보고는 별로 재미없을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린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연극에 쏘옥 빠지게 만들어 연극이 끝날때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배우분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그 연기력이 각자의 역활에 잘 스며들어 연극을 더 빛나게 하며 기발한 소재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웃음도 주고 뭔가 생각도 할수 있게 만든다.
정말 보고나면 후회없는 그런 연극이다.

독립투사였던 아버지의 훌륭한 정신을 물려받아..
그분의 가업을 이어가는 삼형제가 있었으니..
그 이름도 끔찍?한 시체매매상..
독립자금을 모으기 위해 시체를 매매했다던 아버지..
그 뒤를 이어 이 세상 모든 친일파들을 처단하고 몰아내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시체를 매매한다..ㅎㅎㅎ

이게 말이 돼??
어떻게 이런 엽기적인 발상을 할수가 있지???ㅋㅋㅋ
그런데 이게..
이 말도 안되는 발상이 그럴싸하게 극으로 연출되었다.. ㅎㅎㅎ

이 황당한 블랙코미디가 우리나라의 민족정신을 일깨워주고..
지금의 웃기게 돌아가는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면 박수를 쳐줄만하지 않을까??
무거운 주제로 흐를수도 있는데 가볍게 잘 엮어서 부담없이 웃음도 유발시켜주니 괜찮았다..

요즘 공연계가 너무 젊어져서 노장배우들의 모습은 몇몇 공연에 한정되어있는데 이 무대에선 노장배우들의 노련함을 볼수있어서 좋았다..

어리버리한 삼형제의 느릿한 대화가 극 초반엔 좀 루즈하게 느껴졌지만 여자의 등장으로 빨라지면서 재밌어졌다..
앞부분 조금만 참아내면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한 공연을 감상할수 있겠다..ㅎㅎㅎ

2008.09.09 <대학로 예술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