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때에는 세 번 자신의 주장을 말하라고 합니다. 첫 문장에 한 번, 중간에 다시 한 번, 마지막에 씀이 그것입니다. 연극 '저도 변기 받았어요(이후 '변기')'는 재美(미)있었습니다.
영화와 연극의 차이중 두 가지를 꺼내 얘기해 보겠습니다. 하나는 대상이 프레임(틀)에 가두어지느냐 아니냐입니다. 감독이 원하는 틀에 화면을 가두어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만 보여지는 것이구요. 공연예술은 그렇지 않아서 관객이 보고자 하는 곳으로 시선이 이동됩니다. 또 하나는 음악의 지배성이라고 느낍니다. 필름은 장면이 전환되더라도 소리는 지속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망치를 두드리면서 타악기음악이 흐르면 찰나에 오케스트라로 장면이 전환되어도 극의 흐름은 음악이 지배합니다. 그렇지만, 연극은 같은 음악이 흘러도 장면이 바뀌면은 여러가지로 부산합니다. 제가 굳이 두 예술쟝르의 차이를 들어낸 것은 이것입니다. 특이하게도 연극 '변기'는 오히려 영화의 모습에 닮아 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만큼 재美있다는 것입니다.
극의 줄거리는 대략 이와 같습니다. 누루신을 섬기는 주인공 젊은 '승짜'는 누루신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신은 변기!'. 승짜는 변기를 신으로 섬기는 단주와 진실에 대해 사투합니다. 마지막에는 반전이 있어서 누설할 수 없지마는, 극중 대사로 얘기하면 이렇죠. '이런 변이 있나~' '이런 변이 있나~'
보이는 것을 믿는 현대인. 누루교의 단주는 이러한 현대인의 맹점을 꼬집어서 변기를 통해 신을 보여줍니다. 논리를 따르는 현대인. 하지만 무비판적인 맹신의 모습을 보이는 현대인. 홍지현 작가와 나진환 연출은 배설로 우리의 이성을 배반합니다. '카타르시스'의 말에는 '배설,배출'의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배설의 쾌감, 감각적인 자극을 좋아하는 현대인을 풍자한 것일까요? 유아는 응가를 통해 처음 쾌감에 대해 배운다고 합니다. 로직(logic)한 것처럼 보이는 현대인들의 지고한 가치도 어쩌면 변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거룩하게 시작한 '변기'는 이리저리 부딫히다가 코믹한 상황으로 옮겨졌다가 반전으로 이어집니다. 연기자와 관객의 거리 30cm 의 게릴라극장은 매력있는 무대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극이 끝났다고 느껴졌을 때에, 성룡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美도 별美입니다.
(관극후기에서 발췌; www.ilove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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