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올라왔으면 좋겠다.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몇번이고, 숨 쉴 때마다 세상에 환멸을 느끼는 디스토피아. 사회적 약자로 태어난 우리들에게 세상은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야하는 새까만 절망이다. 막막함으로 가슴이 꽉 막히다가 또 어느 순간에는 공허해서 살아있는 것 같지도 않다. 좃되어 버린 세상, 컵에 물을 채우는 재인처럼. 그렇기에 누군가가 보기에 이 극은 그저 비극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폐허가 된 건물들 사이사이로 수천 수만의 재인이 컵에 물을 채우고 있으리라. 그리고 관객석에 앉아 그것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던 나도, 당신도. 우리의 지옥은 끝없이 우리를 실망시키고 좌절하게 만들고 죽음으로 내몰며 우리의 존재를 지우려 한다. 하지만 나의 절망은 당신의 절망이고 당신의 절망이 곧 나의 절망임을 안다. 물이 채워지는 컵을 보며 익숙하지만 너무 짙어 지긋지긋한 그 절망감을 느끼면서도 객석 옆의 당신의 존재를 느끼며 무너지지 않는 것. 절망이 짙을수록 강하게 이끌리는 감각. 우울하지만 우리의 존재를 생각하며 덤덤하게 있을 수 있는 것.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는 극이었으나 여성퀴어극은 존재만으로도 임파워링되는 부분이 있고 우리가 지옥같은 일상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탓인지 기묘하게도 절망속에서 덤덤하게 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부디 다시 올라왔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할 수 있다면 더 큰 극장에도 올라가 여성퀴어극으로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작품이 많이 나오길

가뭄에 단비처럼 넘나 드물어서 반가운 여성퀴어서사 였습니다.
나래이션 연출이 조금 복잡했던게 아쉬웠습니다.

또 보고싶다

지옥을 왜 먼 미래에서 찾으려고 해 당장 눈앞이 지옥인데. 지옥의 문 보러 프랑스까지 갈 필요가 없어. 난 오늘도 지옥 문을 보고 왔단 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