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인 가위손도 가위손이지만

다들 하나같이 엄청난 실력가들로 구성된 하나의 군무 ^^
그 개운함으로 한달의 피로가 다 풀리는 듯 했다,

ㅎㅎㅎㅎ

너무너무 지루하고 실망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그래도 여기 게시판 오니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닌 거 같아 마음이 놓이네요.
메튜 본의 명성은 정말 가짜였었나요? 백조의 호수에 대한 호평까지도 이젠 의심되는 지경까지..

정말 원작을 모욕한 공연이었습니다. 이걸 보고 만족했다는 팀버튼도 실망이구요.

LG아트센터는 전에 마리쉬나르 공연 때도 공연시작 후에 관객을 들여보내더니, 이번에도 그러더군요. 휴-

같이 본 친구와 저는 10만원만 날렸다고 정말 우울해했습니다.

제겐 영화에서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느꼈어요.

B급 공포영화와 고딕풍의 동화를 섞은 환상적인 영화를 만들어내는 팀 버튼 감독... 배트맨이 그랬다. ‘화성침공’에서는 순수한 패러디만 있었다. 그런데 ‘가위손’에서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없어진 포스토 모더니즘 속의 예술가의 고백을 볼 수 있다.

웨스트 엔드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연되는 남성들의 ‘백조의 호수’(* 이 공연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잠깐 엿볼 수 있음)와 ‘호두까기 인형’으로 유명한 매튜 본이 팀 버튼의 양해를 얻어 댄스뮤지컬 ‘가위손’을 만들어 낸다.

공연 관람 하루 전 날. ‘90년에 출시 되었던 팀 버튼의 ‘가위손’으로 공연 관람 예습을 한다. 공연 당일... 공연을 보기 전 이 정도로 떨린 적은 ‘맘마미아’, ‘블루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노틀담 드 파리’ 말고는 기억에 없다.

자리는 op석을 제외한 맨 앞줄, 그리고 가장 가운데... 덕분에 엔딩의 눈송이를 많이도 맞는다. 그것도 서서...ㅎㅎㅎㅎ

대니 엘프만의 ‘가위손’테마가 관객들을 동화의 세계로 이끌며, 테리 데이비스의 편곡이 전편에 걸쳐, 뛰어난 안무와 무용에 어울린다. ‘50년대 미국의 전형적인 시골마을에 어울리는 무대세트와 의상 그리고 여인네들의 헤어 스타일이 아름다움으로 무대를 꽉 채운다. 대사가 한 마디도 없이 음악과 댄스로 뮤지컬을 구성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마치 무성영화 처럼...

영화와는 많은 점에서 달랐다. 에드워드 씨저스핸즈의 탄생 배경이 서로 다르다. 발명가의 미완성 작품에서 어린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기억으로... 산 위에서 잡은 마을의 아침 출근 풍경이, 가족단위 출근과 등교의 무용으로.. 화장품 세일즈 워먼은 없었고.. 가든 파티는 수영장 파티로.. 물론 씨저스 핸즈의 무용은 여기 댄스컬에만 있었다.

영화와 같은 점도 있었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에드워드 씨저스 핸즈의 모습은 춤을 추지 않고 있을 땐 조니 뎁이 창조한 에드워드 씨저스 핸즈와 똑 같았다. 자애로운 어머니인 펙 보그스의 이미지는 조금 달랐지만, 사랑하는 킴 보그스의 이미지는 영화와 같았다. 그리고 에드워드를 유혹하는 붉은 머리의 여인은 얼굴이 그리도 같을 수 가 없다(* 댄스컬에서는 그녀의 가족이 등장하고 있었지만..). 정원사와 미용사 과정과 파티 정경도 영화와는 달랐다. 에드워드가 마을을 떠나게 되는 과정과 장면도 많이 틀렸지......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에드워드가 킴의 얼굴 모습을 한 얼음천사 조작을 할 때다. 킴이 그것을 보고 눈을 맞으면서, 사랑과 행복의 감정을 분출하면서 자연스레 추는 춤이었는데... 댄스컬에서는 그 하이라이트가 더욱 빛난다. 댄스컬 가위손을 만들기위해 영국에서 가장 훌륭한 무용수를 끌어 모았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 영화 속의 위노나 라이더가 열연한 킴보다 더욱 멋졌다.

눈을 흐리게 하는 대니 엘프만의 OST와 현실과 상상이 벽이 허물어진 무대 배경, 복고풍의 춤... 거기에 영화의 기억이 더해져... 결국... 매튜 본은 나에게 마법을 걸었다...

6개월간 영국 초연 후 세계투어의 첫 번째 공연무대인 한국에서의 공연. 관객들은 현실인지 꿈속인지 구분할 필요가 없는 동화 속에서 빠져 있었다. 언제 끝났는지 알 수도 없었던......

우뢰와 같은 박수 또 박수. 벌써 기립이다. 보수적인 난 어떡하나?

출연진들이 차례로 나온다. 특유의 몸짓과 함께 인사를 한다... 의자를 박차고 일어서는 관객들이 늘어난다. 난 버틴다. 리처드 위저가 분한 에드워드가 나오기 전까지...

마침내!... 나는 보게 되었다. 제일 마지막으로 ..30센티의 가위날을 손가락 하나하나에 달고, 갈색 소파를 뜯어 만든 20분 걸려 입은 의상과 눈썹을 밀고, 화장으로 상처를 만든, 창백한 얼굴의... 조니 뎁이 창조한 에드워드를...

아기와도 같은 순진한 얼굴... 부끄러워하는 모습으로 어색하게 몸을 움직이며, 관객 앞에 어정어정 다가온다. 나도 자리를 박차고 기립박수와 환호에 동참한다. 제일 앞선에 나온 조니 뎁이 창조한 이미지의 에드워드는,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 밝게 웃으며 인사한다. 가위를 10개나 손에 달고 인사하는 법이라...ㅎㅎㅎㅎ

주위엔 기립하지 않은 사람이 5,6명 밖에 없다. 그들은 아마도 공연에 익숙하지 않으며, 자기 표현의 억제가 고도로 발달했나 보다.ㅎㅎㅎ. 끝임 없는 박수와 환호로 출연진들이 10번 정도 답례를 한다. 이런 광경 처음이었다. 기립의 정도는 관객들이 거의 다 기립한 ‘노틀담 드 파리’정도 였다.

내년에 매튜 본이 다시 찾아온다고 한다. 일찌감치 두 번 예약해야 겠다. 그래야 ‘가위손’처럼, 한 번 밖에 못 본 것을 후회하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