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지 말고 연대해야 한다" 어쩌면 아주 간단한 해결방안으로 귀결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이 간단한 결론을 내기 위해 수많은 고민과 괴로움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연출과 조명 음향 연기 모두 훌륭했다. 다만 페미니즘과 가스라이팅에 어느정도 이해도가 있는 사람만이 내부의 여러 설정과 연출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게 조금 아쉽다. 모티브가 되는 가스등 부분을 책을 읽는 것만으로 직접적으로 전달하는데 내용을 아는 사람이나 책 속 남편이 정신학대 하는 걸 짐작하지 모르는 사람은 그냥 책을 읽고 있다고 인식한듯.. 주인공이 등을 새로 갈아끼우고는 피해자인 언니를 찾아 나서는 부분이 좋았다. 페미니즘 애니메이션 소녀혁명 우테나의 결말과도 비슷한 느낌. 고뇌하는 제3자들의 실제 목소리가 들어간 부분도 좋았다. 이 역시 장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데 내용이야 확실하지만 인터뷰 당사자들이 말을 정말 둥글게 표현한 것들이 많아서... 좀 더 뾰족하게 다듬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는데 시적 표현과 연극적 표현은 뛰어나지만 주제를 정의하는 경계와 그 해소 방법인 간섭이 모호하다. 개인을 지키기 위하여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면 그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확실히 정하는게 필요하다. 사회가 어떤 것이든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인가? 사례를 흩뿌리는것보다는 폭력 자체에 대한 제대로 된 조명이 필요했다. 연출 연기 무대 조명 음향 모두 훌륭하다. 대본만 못따라갔다.

한 명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극 내내 무대 위로 울려퍼지는 수많은 목소리들이 비단 이 이야기거 단지 한 사람의, 특정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집 안 곳곳을 비추다가 마지막으로 객석을 한참이나 비추는 손전등 불빛은 꼭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