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 본 과학 토크 콘서트였어요. 먼저 우종학 교수님은 빅뱅과 별 얘기를 해주시면서 별이 폭발하면서 거기서 나온 원소들에 대해 강연해주셨어요. 그 다음은 김상욱 교수님께서 원자와 생명체에 대해 강의해주셨습니다. 쉬는 시간이 지나고 슈퍼밴드라는 프로그램에 나왔던 닥터스 밴드의 신나는 공연이 있었고요. 과학을 주제로 한 노래들을 부르는 게 이 밴드의 특징이에요. 다음으로 장대익 교수님이 진화에 대해서 강연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분의 토의로 토크 콘서트가 끝났습니다. 과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었는데요. 생명의 기원에 대한 강의들을 들어서 우주 얘기부터 진화까지 과학적 지식을 쌓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전 문학에 빠져 심취해 있을 때 읽은 책들의 공통된 화두가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삶이란?,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며, 그 끝은 무엇인가? 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내 미천한 지식으로는 질문에 대한 답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철학 관련 서적을 이용해 나름 답을 찾고자 하였으나 이 또한 생각에 생각만 늘어갈 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때 접하게 된 책이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구매 당일 도서실 비좁은 모퉁이에 앉아 더 넘길 페이지가 없을 때, 마주 잡은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 두 눈을 감자 궁금증에 대한 길이 보였습니다. “고귀한 삶은 문학과 맥을 같이한다”는 개인의 신념을 과학으로 옮기는 순간이었습니다. 과학은 특정인들이 만들어놓은 특수한 집단의 소유물이라 여기었던 개인의 가치관에 변화를 주었고, 세상을 움직이고 지탱하는 것은 알 수 없는 이치에 의한 결과물 즉 형이상학적인 관념으로 치부했던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로써 과학에 눈을 뜨게 되었고 과학 관련 지식을 한 권 한 권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리처드 도킨스의 국내 출판 도서를 모두 읽고, 데이비드 버스, 존 카트라이트 등의 진화론에 멈추지 않고 칼 세이건, 스티븐 핑거, 제럴드 다이아몬드, 미생물학, 양자역학, 빅뱅, 상대성이론, DNA, 인류 기원 등 관련 지식을 조금씩 쌓게 되자 존재 이유와 삶의 본질 등의 이해를 우주의 탄생, 물질과 진화과정에서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조금 난해한 과학 지식은 유튜브나 포털 검색으로 충족 활용하던 그때 ‘기원:변신 이야기’라는 과학 콘서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출연하는 교수님에 대한 일면식은 없지만, 그간 읽었던 책들의 저자 이거나 번역자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우주의 원자 수만큼 기대감을 품고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콘서트 당일, 지하철을 이용해 안양에서 한강진역으로 향하는 도중 삼각지역 부근에서 갑자기 내 뇌는 뉴턴이 만유인력을 깨달은 순간처럼 스치는 생각

"티켓이 어디 있지?"
가방을 이리저리 뒤져보고 손으로 휘저어 보아도 티켓의 질감이 없는 것을 느끼고

“놓고 온 게 분명하다“라는 명제를 받아들입니다.
예약 구매 기록이 있으니 재발급이 될 거야 라고 자신을 달래며 인터파크에 문의해 보았습니다.
"티켓은 현금과 동일한 가치로서 분실 시에는 입장이 제한된다"라고 아주 침착하고 단호한 어투의 안내를 위로하듯 건네더군요, 몇 주 동안 기다린 공연인데 꼭 참석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택시를 이용해 다시 안양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도착 후 집안을 샅샅이 뒤져 보았으나 티켓 겉봉투뿐

“내가 너무 흥분한 탓에 못 보는 건가?”
이와 중에 물 한잔 여유 있게 마시고 다시 수색해도 나타나질 않자 분실했다고 생각하고 체념할 그때, 평소 전혀 사용하지 않던 앞주머니가 자신의 존재를 내비치는 게 아닌가요?

“아 주머니에 넣어 두었구나...”
밀려오는 허탈감에 하늘을 쳐다보자 꽉 막힌 천장에 전등 불빛만 보이고
자학할 시간도 없이 다시 택시를 잡고 공연장 입구에 도착한 시간 14:25분,
이미 우종학 교수님의 강의는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었지만 늦게 남아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여러 강의를 한자리에서 보고 들을 수 있다는 흥분이 전에 있던 일들은 잊은 채, 자리에 앉아, 영상 하나하나 놓이지 않기 위해 사진도 찍고 감탄사도 연발하고 손뼉도 치고 그렇게 김상욱 교수님과 장대익 교수님의 강연까지 기대 이상의 내용과 재미에, 한편의 진한 여운의 영화를 본 듯한 충족감과 끝났다는 아쉬움에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교수님들이 모여 스스로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이었으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지식과 지식의 충돌이 흡사 제5차 세계 솔베이 물리학 회의에 참석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택시비 과지출로 인해 저녁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으나 마음만은 행복했고 기억에 남을 하루가 되어 과학에 대한 관심을 넘어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덕분에 개인이 쌓은 아주 얇은 과학 지식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고 작게는 개인의 안목을 넓히고 크게는 인류의 진일보를 위해 노력하시는 카오스재단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ps. 맹수지 아나운서의 미모에 순간 정신을 잃고, 닥터스의 공연에 흥이 난 나머지 만취한 동네 어르신 마냥 무대 위로 뛰어들 뻔했습니다.

고3인지라 외부에 이렇게 나오는 게 약간 부담되고 그랬는데, 정말 후회없고 좋았어요! 가을 콘서트도 정말 가고 싶지만... 수능, 면접 때문에 괜찮을지는 모르겠네요ㅠㅠ 미리미리 열심히 공부해서 최대한 시간 만들어 보겠습니다!! 카오스 재단 파이팅!!

재밌게 보고, 듣고 왔습니다. 강연들으면서 강연자 분들이 대중에게 쉽고 친근하게 접근하시려고 애쓰신 흔적이 많이 보였습니다. 주제도 좋았고 세 분의 각기 다른 과학 분야의 강연자 분들이 우주가 거듭해온 변화와 기원에 관해 이야기 해주셨는데 구성이 참 좋았다고 느꼈어요. 특히 패널토의 들으면서 세가지의 다른 강연을 다시 한가지의 주제로 정리해보게 되고, 여러 관점에서 이해해보고 질문도 가져보는 시간이 되었던것 같습니다. 2부 시작하면서 닥터스 밴드의 무대로 신나게 흥을 돋우어 주셔서 마지막 강의까지 집중해서 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를 데리고 오신 부모님들도 많이 보여서 왠지 대한민국의 미래가 조금 도 밝아질 것 같은 기분도 들더라고요. ㅋㅋ 다음 번엔 어떤 주제로 콘서트를 열어주실지 기대됩니다.

강원도라는 문화의 열악한 지역에 살면서
카오스 강좌 교육정보를 받을 때마다 신청하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았으나
매주 수요일 서울로 올라가기 힘들고 더구나 일을 하고 입장에서는 더 어려운 상황이라

한 번씩 개최되는 카오스 콘서트는 토일일이라 좋고
가격이 저렴하여 부담없고
서울 간 김에 쇼핑도 하며 ㅎ ㅎ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아요 더블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