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겨진 사람들 마지막 공연을 보았습니다
수많은 공연들이 올라오고 내려가고 이어지는 중에
빈자리가 더 큰 의미로 남는 공연이었습니다

몇번이나 만약에-하고 되뇌이지만 그런 가정, 의문, 기대는 무참히 짓밟힙니다.
과거의 비극(이별)은 불가항력적이고 비가역적입니다.
마치 어떤 세계의 폭력처럼 그것은 우리 개인을 찢어발깁니다.
그 폭력 앞에 우리는 아름답고 슬픈 괴물(수민) 무기력하고 무능한 이성(의사) 죄책감과 피해의식과 저항감이 뒤섞인 모습(제이)을 드러내지만 결국 모습의 차이는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지나간 일들은 돌이켜지지 않고 우리는 남겨져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서사 보다 심리에 집중하여 치밀하게 연출된 무대는 반복과 변형, 거듭되는 물의 공감각적 이미지 속에 마치 나락처럼 떨어지고 우리를 파고듭니다.
특히 쉽지 않은 연기를 때로는 거리를 두고 때로는 영혼을 불사르듯 펼쳐준, 오수빈 배우님의 폭주하는 기관차같은 열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딘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가 떠오르는... 것은 그냥 개인적인 감상일까요?
좋은 공연, 무의미해진 우리에게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