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에용♡

크리스마스 이브에 하는 공연이라고는 해도 소리꾼이니 캐롤 한두곡 정도 빼고는 판소리나 민요 같은 걸 부르겠지 하고 갔는데 이렇게 다양한 무대들을 준비하셨다니 놀랐어요.

공연장에 들어갔을 때부터 이미 분위기가!
소리꾼 공연이라고 해서 갔는데 그랜드 피아노가 무대 중앙에 딱 있으면서 전체적인 무대 분위기가 마치 재즈 공연장 같더라구요.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사랑가로 시작하는 크리스마스 (이브) 공연이라니 너무 로맨틱하지 않나요?
사랑가도 좋았지만 정말 대박은 이별가!
아니 정말 제 눈 앞에 춘향이가 있는 줄 알았어요.
피아노 반주와 목소리만으로 어떻게 그렇게 섬세하게 춘향이의 마음을 그리시는지요.
첫 곡부터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이어지는 자진난봉가는 와... 이건 그냥 신의 경지다 싶더라구요.
어떻게 소리를 그렇게 자유자재로 내시지요?
아, 이래서 소리꾼이라고 하는 거구나. 정말 꾼이시네요.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이어지는 뱃노래는 속이 시원해지는, 1년 동안 쌓여있던 체증이 쏵 다 내려가는 일 년의 마무리로 딱인 곡이었습니다.
아니 분명 목소리는 동굴 저음인데 대체 어디서 저런 고음이 나오는 거죠?
고영열님 음역대가 어떻게 되는지 진심 궁금해졌습니다.
다음은 겨울 민요인 눈사람, 그리고 군밤타령이었는데요,
눈사람이라는 귀여운 제목의 민요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따뜻한 솜이불같은 곡이었어요. 또 듣고싶다. ㅠㅠ
군밤타령은 모두가 아는 곡이라 떼창하며 (민요도 떼창이 가능하구나. ㅋㅋ) 즐겁게 들었습니다.
군밤타령 편곡이 너무 귀여워요!
이제 시작된 것 같은데 1부가 끝나고 ㅠㅠ

인터미션이 끝나고 고영열 밴드의 캐롤 연주로 시작된 2부
고영열 밴드는 정말 못 하는 게 뭘까요?
우리 소리부터 재즈, 락, 캐롤까지 잘 하네요. :)
이어지는 All I want for christmas with you와 all you need is love 두 곡.
소리꾼이라고 하더니 턱시도를 쫙 빼고 나와서 노래하는데 와.. 그냥 재즈 가순데요?
너무너무 행복하고 따뜻한 무대였어요.
다음 곡은 겨울왕국 2의 Into the unknown
미지의 세계 따윈 한 방에 정복해버릴 듯한 시원시원하고 파워풀한 목소리가 멋있었습니다.
고영열님은 신기한 게 우리 음악을 할 때는 아, 판소리하는 사람이었지 싶다가도 이런 노래를 할 때는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나요.
이 노래에서는 누가 봐도 그냥 뮤지컬 배우였어요.
신기. ㅇ.ㅇ
이어지는 곡들은 TV 프로그램에서 불러주셨던 노래들이었는데,
먼저 신나는 환희와 불티!
TV에서 분명히 봤던 무대들인데 음.... TV를 바꿔야 하나봐요. ㅠㅠ
라이브로 듣는 거랑 너무 다르잖아요!
특히 불티는 와.... 사람 목소리가 어떻게 저렇게 조절이 가능한지 입 쩍 벌리고 본 무대였습니다.
다음으로는 배신자와 여러분.
둘 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곡들인데 전혀 원곡이 생각나지 않는 편곡과 무대였어요.
특히, 배신자 편곡은 와..... 이 정도면 그냥 원곡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곡 아닌가요?
겨울과 너무 잘 어울리는 편곡, 칭찬합니다.
여러분도 따뜻하고 든든하고 공연 보러 와서 제가 응원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기분으로 2023년도 힘차게 헤쳐갈게요.
아니, 이제 막 흥이 올랐는데 마지막 곡이라니요?
아무리 생각해도 시계가 고장난 것이 틀림없습니다. ㅠㅠ
마지막 곡은 고영열님의 자작곡 천명이었는데요,
아니, 작곡, 작사까지 이렇게 잘 하시는 건 반칙 아닌가요?
노래 너무 좋아요. 웅장하면서 한국적인데 현대적이고.

이어지는 앵콜곡은 임 향한 그리움은 끝 없네.
판소리 적벽가의 한 대목을 가지고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두 분의 앙상블과 함께 노래하시는데 세 분의 박력에 압도당했어요. ㅇ0ㅇ
너무 멋있어서 적벽가 한 번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짜진짜 마지막 곡은 고영열님 자작곡인 눈맞춤.
마지막 가는 길 사락사락 내리는 하얗고 아름다운 눈처럼 장식해주는 곡이었습니다.

한 곡 한 곡 도저히 빼놓을 수 없는 공연이어서 후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얼마나 좋았는지 아시겠지요?
이런 좋은 공연 기획해주신 과천 문화재단 사랑합니다. >3<
다음에도 또 부탁드려용~

1부는 우리의 소리 2부는 시즌에 맞게 크리스마스 캐롤도 들을 수 있는 즐거운 공연이었어요 잘 모르는 민요도, 접하기 어려운 판소리 대목 하나도 젊은 감각으로 들려주는 성실한 소리꾼 고영열님! 이런 공연들 늘 환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공연 많이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