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보기 전 제목을 들었을때 처음 든 생각은 호기심이었다.
요즘 '시크릿 가든' 때문에 한참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상승세라 더욱 그랬다.
'엘리스 인 원더랜드'라는 바가 영업을 시작하면 관객들에게 와인을 서빙한다.
그리고 배우는 바텐더, 관객은 손님이 되어 인생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칵테일은 여러가지가 섞여서 새로운 맛을 내는 인생 같은 것이며, 완벽한 레시피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는 완벽할 수 있는 사랑 같은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론 받기도 하면서 그래서 울기도 하지만 다시 웃으면서 살아간다.
세상에는 1000가지가 넘는 칵테일이 있다고 하는데 사랑도 칵테일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쓴맛과 단맛, 신맛 등 여러가지 맛이 난다.

여기에 등장하는 어떤 바텐더가 슬픔에 잠겨 말했다.
"사랑을 받기만 했던 인간은 칵테일을 마실 줄만 알지 칵테일에 무엇이 들어갔는지는 몰라요. 칵테일에 내 눈물과 그리움이 들어있는지 절대로 모르죠..."

그러고 보니 칵테일은 우리 사는 인생과 참 닮아 있다.
술 같지 않다고 계속 마시다 보면 어느새 취해 버리는 칵테일.
여러가지가 섞여서 완전히 새로운 맛을 내는 칵테일.

그런 면에서 인생도 사랑도 정답은 없는 듯 하다.
어떤 칵테일을 콕 집어 1등이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삶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연극이었다.
그리고 배우들의 착한 몸매와 마술은 보너스다^^

많은 공연들을 봐 왔지만...
한번 웃고 마는 여느 공연들과 달리 자꾸 생각이 나네요...
노래도 넘 좋구요.. 자꾸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이 강한..ㅋㅋ
배우중에 여자가 없어서 살짝 아쉬웠지만 여자보다 더 예쁘신 분이 계시더군요..^^

한잔씩 주신 칵테일도 감사(칵테일 잔이 일회용 컵이라 분위기는 떨어지지만 ㅎ)
저는 객석이 아닌 앞에 테이블에 앉아서 솔직히 더 잼썼어요~
실제로 관객이 앨리스들이 되어 공연에 함께 참여하는 느낌이 들어 신선했기도 하구요...

기타치시는 박상면 생각나시는분.. 박상면 보다 더 웃겼습니다.. ㅋㅋ

안구정화 톡톡히 해주시는 4명의 바텐더 분들...
터푸하게, 느끼하지만 사랑스럽게, 의리를 지키는 남성스러움, 그리고 수줍은 여성스러움까지..
잼있게 보고 느끼고, 공감했습니다...^^

최근 거의 남녀가 나와서 서로 고백하고 뭐 그런 내용들을 너무많이 접해서 공연에 대한 재미가 떨어졌었는데 여기서는 '고백'이나 '데이트'위주의 내용이 아니라서 식상하지 않았구요('고백'이 있긴 있지만요.ㅋ), 칵테일에 대한 정보를 주면서도 내용과 조화롭게 섞이는.... 좋았습니다! (작가님 멋져요^^)

각기 다른 배우들이 각기 다르게 편곡한 노래도 매력있었고 비주얼에도 감사했다는..(부끄;;)

이런 공연과 공연장이 대학로 한가운데 있었던 불과 몇 년 전의 현실, 이런 공연이 대학로 끝쪽에 내몰려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즐기지 못하는 안타까움, 그닥 만족스럽지도 않은 연예인들이 나오는 공연이 대학로 한가운데에서 자리잡고 공연비까지 왕창 올려놓은 이 현실에 대해 생각하면서 공연장을 나서게 되어 기분이 참 좋기도, 슬프기도 했습니다.

연예인 얼굴이나 보고 데이트나 하시려면 이 공연을 찾아보지도 않으시겠지만
정말 가끔 '공연'이라는 것을 즐기시는 분이라면(솔로에게도 괜찮던걸요! ^^;)
이 공연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