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에 몸을 파는 할머니 자실.

그렇지만 그녀의 삶은 불쌍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쾌활하게 사는 여느 정많은 할머니와 다를바가 없다.

반면에 귀례는 아들만 바라보고 산 억척스런 할머니이다.

인생에서 아들을 빼면 남는게 없는 자식에게 헌신하는 그런 여느 어머니의 모습.

그러나 그들의 아름다웠던 시절에는 아픈 사연만 가득하다.

용기를 대하는 귀례와 자실의 모습은 그 아픈 사연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입지도 않을 다홍치마를 늘 곁에 두고 사는 자실을 두고 뭐라하던 귀례는 자실의 다홍치마를 입고 다시 한번 여성이 된다.

억척스러움과 얽매임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여자가 된 귀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뀐다.



늘 노인들의 성은 추하게 여겨진다.

다 늙어서 주책이라며...

그렇지만 그들도 사람이며, 다만 화려하지 않을 뿐이다.

주름진 얼굴, 더이상 아름답지 않은 몸매.

자신을 가꾸기 보다는 남편이며 자식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사람.

이제는 자식들 보다 힘이 세지 않으며, 누군가의 손길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사람.

경제 활동을 하고 있으면 능력있다는 말 대신 안스러운 눈길이나 억척스럽다는 시선을 받게 되는 때.



화려한 시절이 끝나고 그들에게 더이상 다홍치마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홍치마는 예뻤던 시절을 회상하는 하나의 추억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추억은 떠올릴 수 있기에 아름답고, 꿈을 꿀 수 있기에 행복하다.

추억은 늘 아름답게 기억되기 때문에 추억이고,

꿈은 현실과 다르게 꿀 수 있기 때문에 꿈이다.

비록 왜곡 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룰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게 추억이고 꿈 아닐까?



귀례는 그 다홍치마를 입고 가장 아름다웠던 때, 행복하지 않았던 그 시절의 꿈을 꾸게 된다.

아픈 기억이 그대로 꿈속에 나타나 힘들어 한적도 있지만,

그 다홍치마를 입고 나서는 행복한 꿈을 꾼다.

그게 그녀의 꿈이 아니라 추억이었다면 과거에 더 많이 행복한 삶을 살았겠지만,

그렇게 꿈을 꾸고 자신을 찾았다면 현재부터 남은 미래를 모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지나간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이제 나아가야할 미래는 작은 마음가짐 하나에도 바뀔 수 있다.

그 다홍치마가 어울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다홍치마로 예뻤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공연 끝나고 나오는데 눈이 퉁퉁 부어서 원...
것도 다 큰 사내가 말입니다. ^^;;

어제 공연을 보았습니다.
좀 진부하다 싶은 소재에 또 참 옛날 얘기다 싶은 내용이긴 했지만
대본의 구성이 참 탄탄하다 싶었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참 진솔하고 진지해서 좋았습니다.

특히 귀례의 독백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좀 뻔하다 싶을 수 있던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용기와 귀례의 춤 장면에서 결국 전 터져버렸습니다.

커튼콜까지 이어지는 춤...
여전히 배우가 아닌 역할에 빠져 춤을 추는데
가슴이 벅차서 숨쉬기도 힘들었답니다.
박수 치느라 눈물 닦느라 정신 없었던.^^;;

공연 후에 잠깐 용기 역 하신 분을 복도에서 뵈었는데
잘 봤다고 말씀 드리다가 또 울 뻔 한... ^^;;

너무 좋은 공연 보고 그냥 집에 가기 뭐해
같이 본 선배와 술을 마셨네요. ^^;

며칠 사이 로그인 해서 공연후기를 쓰게 하는 공연들을 만나게 돼 행복합니다. ^^

대전에 사는 친구가 신랑한테 안식년 휴가를 받았다며
대학로를 가보고 싶단다
대학로를 즐기다보니
연극중에 우리네 나이에 친근감이 가는
다홍치마라는 제목에 관심을 갖게 되어
보게되었다

숨겨져있던 우리네 어머니들의
성문화를 다룬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천박스럽지않고 오히려 정감어린 시각으로
그려진 연극을 보면서
울엄마를 생각했다.

항상 아내로, 엄마로, 또한 며느리 자리가 전부인양 사신 그들의 삶에
우리들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해준 다홍치마에 감사를 드린다.

특히 배우중에 전국향씨와 임은희씨의
가슴깊은곳에서 묻어나오는 현실적인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