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들 이후로 두번째 찾아간 푸른달의 작품이었는데

역시나 참신하고 재미있는 무대를 꾸며 주어 참 좋았습니다.

배우분들 수고 하셨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가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우산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배우들이 멋지고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인형극''이라고 해서 사실 머릿속에 미리 그려간 장면이 있었는데 그런 연출은 아니라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또 그 나름대로 내내 유쾌하게 즐겼습니다. 관객참여도 많이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에서 진행되었구요~ 잔잔하게 볼 만 한 공연이었어요!

타이틀부터 어른들을 위한 동화였는데, 덕분에 오랜만에 진짜 ''동심''을 찾을 수 있었던 연극이었다!
처음부터 관객들과 놀이를 하는데, 부담스럽지도 않고 쑥스러운데 재밌는 기분이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같은 놀이는 사실 별거 아닌데, 또 막상 하면 그렇게 신날수가 없다.
그런데 어렸을 때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하던 놀이를 어느새부턴가 멀리했는지 모르겠다.
인형이 나와서 말을 하는데, 처음에는 그냥 웃어 넘기다가 언제부터 인형놀이를 안하게 된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행복할 수 없는 이유는 상상력이 거세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렸을 때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가족놀이를 하면 남자도 엄마가 될 수 있고, 나보다 나이많은 언니도 내 남동생이 될 수 있는 시절이었다.
우리는 원한다면 무엇이든 하고싶어할 수 있었다. 대통령도 미스코리아도, 될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시절이었는데
지금 우리 주위에 누군가 그런 꿈이야기를 하면 코웃음을 치지 않을까?
왜 몸은 커져버렸는데, 꿈은 더 작아지는 걸까?
현실이 그렇다고 하지만, 그런 현실만 가지고 살기에 사람들은 충분히 불행하다.
그래서 또 다른 놀이인 ''취미''를 찾는 것 같다.
회사 안에서의 나, 이외의 또 다른 자아를 찾기 위해서 자전거든, 연극 감상이든 뭐든 몰입하고 있는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끔 일깨워준 연극이라 너무 감사하다.
이 연극 못봤으면 모래알처럼 메마르게 사는 어른의 인생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을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연극에는 크게 4가지 종류의 이야기가 있다.
4가지 모두를 파스텔톤의 알록달록한 장우산을 이용한다는 게 너무 신선했다.
제일 많이 웃었던 부분은 머리없는 사람들의 첫사랑 이야기였는데
내가 쓸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고 흔한 스토리이다.
하지만 그런 첫사랑이 흔하다고 생각되는 건
누구나 한번쯤 그런 사랑을 통과하기 때문이 아닐까?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오직 가슴으로만 하기 때문에 바보같은 첫사랑
꼭 대학교 시절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웃기면서도 짠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배우분들이 합이 잘 맞아서 9명이 하는 건데도 마치 한사람이 하는 것처럼 유기체를 보고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각박한 현실에 힘들었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즐길만한 가치가 있는 연극이다.
특히 20대초반 보다는 회사생활도 해보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사람들이 보는게 더 감동적일 것 같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