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봤던 콩쥐야 왜그래?를 다시 보고 왔어요.
공연장에 입장하니 귀에 익은 왜왜왜 왜 그래~ 노래소리가 들리길래 따라도 불러보고..

약간의 현대적 감각을 풍기는 콩쥐야 왜그래..
어머니를 잃은 콩쥐가 새엄마와 동생 팥쥐를 맞이하게 된다죠~

저 새들처럼 날 수 있다면~~
나 날아가고 싶어~

구박을 당하는 콩쥐가 엄마를 생각하며 부른 노래가 이날따라 왠지 더 서글퍼 보이더군요.
비가 와서 서늘해진 날씨 때문이었는지 마음이 아주 짠해지는게...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우리에게 멋진 집이 생겼네~

팥쥐와 새엄마의 멋드러진 노래랍니다. 멜로디가 너무 쉽고 재미있어서 다시 들으니
입에서 흥얼흥얼 불러지더라구요..

30분 동안 빠른 전개를 보이며 원작 그대로인 콩쥐의 이야기가 진행이 된답니다.
고을 잔치에 가고 싶어 하는 콩쥐의 착한 마음씨를 알고
소와 참새, 두꺼비가 나와 콩쥐의 일을 도와주고 엽기 선녀로 부터 꽃신을 받아 들고 잔치에 참여하게 되는데..
고을 원님이 콩쥐에게 청혼을 하자 팥쥐 왈~~
내가 꽃신의 주인이었다면 나와 결혼했을 텐데~~
정말 그럴까요??

이제 콩쥐와 팥쥐의 입장을 서로 바꾸어 볼 차례입니다.
새엄마의 딸 콩쥐는 마음씨 착한 아이입니다.
그렇지 못한 팥쥐는 새엄마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소와 참새, 두꺼비, 선녀 등을 교묘히 이용해
고을 잔치에 참석하게 되고 꽃신을 잃어버리지만..
자신에게 청혼을 할 줄 알았던 원님이 콩쥐에게 청혼을 하자 그만 놀라고 맙니다.

난 꽃신의 주인을 찾고 있었지만 이 꽃신처럼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바로 그 사람은 콩쥐다...

정말 기발한 생각 아닌가요?
아무리 콩쥐와 팥쥐의 입장을 바꾸어 봐도 결론은 마찬가지네요..
꽃신의 주인이 중요한게 아니고 아름다운 마음씨가 중요하다는 한가지 교훈...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은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보는 거랍니다.
이렇게 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 콩쥐와 팥쥐는 서로 손을 맞잡고 껴안으며 비로소 갈등이 해소된답니다.

다시 오픈한 콩쥐야 왜그래~ 팥쥐와 고을의 원님을 제외하고는 출연진들이 대거 바뀌었더군요.
내용은 같았지만 출연진들이 바뀌니 좀더 색다른 느낌도 들더라구요.
특히 통통한 엽기 선녀~~ 나 다리에 털도 있다~~ 웃겨서 배꼽 빠지는줄 알았답니다.
또 탈을 쓴 소와 왕참새가 벼를 쪼아 커다란 쌀알을 건내주는 장면, 두꺼비가 깨진 독을 막는 장면도
참 코믹하게 표현되어 보는 내내 즐거웠답니다.

극의 진행도 매끄럽고, 코믹한 요소도 적절하고, 특히 멜로디가 너무 좋아 기억에 많이 남는군요.
콩쥐야 왜그래?는 입장동화 형식의 뮤지컬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두고 싶어요.
앞으로 콩쥐팥쥐 외에 흥부놀부, 심청전 등 우리 나라 전래나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 명작동화에도
입장을 부여해 새로운 공연으로 탄생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주말이라 배우와의 사진촬영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어요.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전에 아이와 공연 보고 나서 꼬네상스 전래동화가 쫘악 꽂혀있는걸 보고
탄성을 지르며 '책 보고 갈래~'했었는데 아쉽게도 책은 구비되어 있지 않더군요..
다시 가져다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 해보았습니다.

다시 보니 처음에 놓쳤던 부분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멜로디 좋은 노래들을 같이 따라 부를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두번을 봐서 그런지 멜로디와 가사가 기억에도 오래 남는군요...

왜왜왜 왜그래~ 왜왜왜 왜그래~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은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서로를 사랑하는 시작은 서로의 마음을 감싸주는 거죠~

왜왜왜 왜그래~ 왜왜왜 왜그래~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을 때 그럼 물어 보세요. 친구야 왜그래
엄마아빠 맘을 이해할 수 없을 때 그럼 물어 보세요. 엄마아빠 왜 그러세요.
내말만 맞고 남의 말은 틀려 이건 안돼요..
답답해 하지 말아요. 한번 더 생각해봐요.
내가 너라면 네가 나라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요.
서로 사랑 할 수 있어요.

왜왜왜 왜그래~ 왜왜왜 왜그래~
왜왜왜 왜그래~ 왜 왜 왜그래~

http://cafe.daum.net/yega2/6iIi/51

본공연 시작 전 연출자님이 나오셔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공연관람을 하면 좋을지 제안해주십니다.

본공연은 기존의 콩쥐팥쥐 이야기가 먼저 다루어진뒤
다시 콩쥐와 팥쥐가 입장이 바뀐 모습으로 이루어집니다.

새엄마와 팥쥐의 구박 속에서도 심성 고운 콩쥐는 군말없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원님이 신부감을 구하기 위한 잔치를 연다시는군요.
새엄마와 팥쥐는 잔치에 가버리고 마음 이쁜 콩쥐는 묵묵히 할 일을 합니다.
그런 콩쥐를 돕기 위해 황소 . 두꺼비 . 참새 . 그리고 선녀까지 등장합니다.
그들이 콩쥐를 돕는 과정은 그림책을 한장씩 읽을 때 머릿속에
그 장면이 절로 그려지듯 눈 뗄 틈없이 어찌나 재치있게 이어가시는지요.
특히 선녀분 ㅎㅎ 어쩜 좋습니까 지민씨 선녀가 너무 이뿌답니다.
잔치에 참석한 콩쥐는 신발을 한 짝 흘리게 되고
신발 주인을 찾던 원님은 결국 콩쥐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잠깐... 만약 팥쥐가 신발 주인이었어도 원님은 팥쥐랑 결혼을 했을까요?

그렇게 콩쥐와 팥쥐는 입장이 바뀌어서 다시 공연이 똑같은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원님은 신발 주인이 팥쥐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원님은 팥쥐랑 결혼한다고 했을까요? 콩쥐랑 결혼한다고 했을까요?
쉿! 원님은요 외모가 아닌 고운 마음씨를 보신다는군요.


연기와 노래 실력 모두 상당히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사이사이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이 너무 많아 보는 동안 웃느라 어깨가 들썩들썩.
단순하게 익히 알고 있기에 뻔한 교훈만 알려주고 넘어갔던 전래동화 한편을
이렇게 다른 관점으로도 읽어볼 수 있다는 재치에 감탄을 해봅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는거
쉽게는 엄마가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고
아이는 엄마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거
쉬운듯 하나 실천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인듯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로서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는 실천이 몸에 벨 수 있게끔 노력해보아야겠습니다.
왠만해선 공연 보고 난 후에도 노래 따라하는 녀석이 아닌데
오늘은 공연장 나와서는
왜~왜~왜 그래 따라 불렀던 소절을 웅얼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