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영국 공연계는 어느 때보다 우울한 시작을 맞이했다. 경제 불황과 미국 달러의 하락, 사상 최대의 부동산 가격 하락, 예술위원회의 극장 지원금 축소로 인해서다. 게다가 미국 경제가 위기를 맞이하면서 영국 경제계도 크게 흔들리고 있고, 이로 인해 미국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웨스트엔드는 관객 유치에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더구나 전국의 194 개에 달하는 극장이 예술위원회의 지원금 축소로 상당수의 지방 극장들이 문닫을 위기에 처하면서 각종 캠페인에 돌입했다. 웨스트엔드 상업 극장들은 여전히 창작극에는 무심하고 유명 고전 뮤지컬의 리바이벌이나 브로드웨이 히트작 수입에 의존하면서 유명 스타들을 기용, 흥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뮤지컬 계는 TV 매체의 파워를 동원하여 신예 스타를 발굴하면서 천문학적 숫자의 개런티를 지출하지 않고도 티켓 판매면에서 성공 신화를 창출했다. 2006년부터 BBC ITV 등 텔레비전 콘테스트를 통한 뮤지컬 신예 스타 발굴로 작년 웨스트엔드 관객수가 무려 10퍼센트나 상승, 1363만 명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25만 명이 늘어난 셈이다. 이러한 대박이 2008년에도 계속될 수 있을 지 미지수인 가운데 영국 연극계는 결국 리바이벌과 유명 극작가, 유명 영화배우들을 대폭 기용한 작품들로 흥행 면에서의 안정성을 고수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저지 보이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뮤지컬 신작
뮤지컬 계에서는 TV 공개 오디션 스타들을 기용한 코니 피셔의 [사운드 오브 뮤직], 리 매드의 [조셉 &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드], 대니 베인과 수잔 맥패든을 기용한 [그리스] 는 캐스팅 교체를 준비하며 판매 실적 유지에 불안함을 보이고 있고 유명 영화를 뮤지컬화한 [빌리 엘리엇]과 [더티 댄싱]은 꾸준한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대를 모으는 신작으로는 브로드웨이에서 수입한 히트작인 [저지 보이즈], [스프링 어웨이크닝]를 들 수 있다. 영국에서 제작한 신작으로는 [레미제라블]의 노익장, 트레버 넌이 연출을 맡아 세계적인 명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각색한 창작 뮤지컬이 뉴런던씨어터에서 4월에 오픈한다 (New London theatre 4.5 프리뷰 시작). 그리고 디즈니의 인기 틴 에이지 뮤지컬 영화 [하이스쿨 뮤지컬]을 각색한 동명 뮤지컬과 다섯 명의 신예 남성 밴드의 인생 역정을 그린 창작 뮤지컬 [네버 포겟]이 현재 지방 투어를 돌며 웨스트엔드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안 맥그리거, 케빈 스페이스 등 연극무대에 서는 할리우드 스타
연극계에서도 유명 영화 스타들에 의존하는 대형 작품들이 내년 중반까지 잡혀있다. 이안 맥그리거가 야비한 이아고역으로 출연하는 [오셀로]가 돈마르웨어하우스에서 절찬리 공연 중이며 (Donmar Warehouse 2.23까지), 미국의 스타 배우, 케빈 스페이스가 대표적인 미국 작가 데이비드 매멧의 작품 [스피드 더 플라우]에 주연을 맡았다 (Old Vic 2.1 - 4.26) . 세계적 스타, 제레미 아이언즈가 영국 국립극장 무대에 [네버 소우 굿 Never So Good]으로 데뷔를 앞두고 있고 (Lyttelton, National Theatre, 프리뷰 3.1부터. 본공연 3.26-5.24),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유명한 랄프 파인즈가 웨스트엔드의 히트작 [아트]의 극작가 및 연출가와 팀을 이루어 신작 [학살의 신 God of Carnage]에 3월부터 출연하며(Gielgud Theatre 3.7-6.14), 하반기에는 국립극장에서 야심 차게 선보이는 그리스 고전극, [오이디푸스]에서 비극적 운명의 왕으로 열연할 예정이다(Olivier, National Theatre, 10월 중).
[해리포터 불의 잔]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졌으며 영국에서는 닥터 후라는 TV 프로그램으로 국민스타가 된 데이비드 테넌트가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햄릿]에 출연한다 (The Courtyard Theatre, RSC, Stratford-upon-Avon 7.24-11.15).
특히 이안 맥그리거 및 크리스찬 슬레이터의 [아가씨와 건달들] 등, 스타 기용으로 고전극 및 뮤지컬의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선구자로 활약해 온 돈마르웨어하우스의 연출가 마이클 그랑다지는 2009년부터 웨스트엔드 윈덤씨어터를 장기 대관하여 이러한 스타 연속출연의 고전극을 시리즈로 연출할 계획이다.
내년 봄, 영국의 대 여배우, 주디 덴치가 일본 작품의 번역극인 [마담 드 사드]에 출연할 예정이며 (Wyndhams Theatre 3.13 -3.18-5.23 2009), 이어 같은 극장에서 [햄릿]으로 변신한 주드 로우를 만날 수 있다 (Wyndhams 5.29-6.3 2009).

 



노익장들의 신작 관심
화려한 별들의 무대를 제공하지만, '새로움'을 기대하기 힘든 영국 웨스트엔드에는 노익장들의 신작이 늘 큰 화제가 된다. 로열셰익스피어 극단을 창설하였으며 영국 국립극장을 현재의 모습으로 일구어 낸 위대한 연출가, 피터 홀은 최근 런던 교외에 킹스턴 지역의 로즈씨어터를 인수하여 새로운 엘리자베스 시대극의 메카로 개발하고 있다. 그 첫 시도로서 체홉의 [반야 아저씨]를 오픈해 크게 각광받았다. (Rose Theatre, Kingston 2.9까지).
유명극작가의 작품으로는 이라크 전쟁을 다룬 데이비드 헤어 신작 [수직적 시간 The Vertical Hour] (Royal Court 1.24- 5.1)과 70대의 노장 에드워드 본드 [바다 The Sea]가 작품이 쓰여진 지 30여 년 만에 유명 연출가 조나단 켄트 연출로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개막했다. (Haymarket 1.23 ? 4.19). 이외에도 국립극장을 중심으로 마이클 프레인, 토니 해리슨, 하워드 브렌튼 등 유명 극작가의 신작들이 소개될 예정이며, 노벨상 수상자, 해럴드 핀터의 [약간의 아픔 A Slight Ache], 톰 스토파드 각색의 [착한 녀석은 칭찬받을 만 하지Every Good Boy Deserves A Favour] 가 국립극장 무대에서 리바이벌 될 예정이다.